돌아가는 날짜가 예정대로 다가왔다.
공중 정원의 수송기가 탐사 부대에 정기적인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왔고, 지휘관과 비앙카는 급하게 기체를 복원해야 하는 몇몇 대원들과 함께 수송기를 타고 공중 정원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탐사 부대는 지휘관과 비앙카를 위해 작은 환송회를 열 계획이었다. 물론, 이 제안은 나오자마자, 비앙카한테 거절당했다.
다 같은 감정을 느껴서 그런지, 탐사 부대 대원들은 지휘관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작별 인사를 했다. 지휘관이 인사를 하는 동안, 비앙카는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 물자 수송 업무를 도와줬다.
흑, [player name]님,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어요.
아쉬워요. 집행 부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지휘관과 접촉이 있었던 대원의 대부분이 번갈아 가며, 지휘관을 포옹해줬다. 남극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냈는데도 사람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너희들 그만 울어.
[player name]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게 보냈다고 생각해요. 지휘관님과 비앙카 대장도 저희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당신들이 퍼니싱을 이긴 후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탐사 부대 소대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권위 있는 인간 과학자였는데, 남극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구조체 개조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한동안 탐사 부대와 어울린 지휘관은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날로 커졌다.
그들은 전장에서 활약하는 군인도 아니고, 과학 이사회처럼 밤낮으로 퍼니싱에 대항하는 무기를 개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었다.
참, 카메라 안의 사진은 과학 기지의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해야 해요.
물론, 기념으로 복사하고 싶으시다면 복사하셔도 되고요.
안녕히 가세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말이 끝나자, 항상 침착했던 소대장이 지휘관의 손을 잡은 뒤, 와락 끌어안았다.
탐사 부대의 구조체들과 일일이 작별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과학 기지에 설치된 소형 단말기로 다가가,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업로드하려고 했다.
전자 스크린에서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보름간의 추억이 조금씩 연결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비앙카에게 보여줬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소대장에게 추가 일정을 신청해, 이주하는 황제펭귄을 혼자 추적해서 촬영한 사진이었다.
셔터를 눌러서 장면을 카메라에 영원히 담을 때까지, 지휘관은 자신이 왜 이토록 펭귄들에게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혼자서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였다.
그날, 지휘관과 비앙카가 만났던 큰 무리를 이탈한 펭귄이 과연 자기 종족에게 돌아갔는지는... 어쩌면 영영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휘관의 해석이 꼭 그 사진에 기록된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 펭귄은 선봉 펭귄이었고, 다시 돌아와 동료에게 어떤 경로가 안전한 지를 알려줬을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걸음이 빠른 펭귄이었고, 그 후에는 큰 무리의 속도를 맞춘 것일 수도 있었다.
또 어쩌면 그 고독한 펭귄은 이 무리에 속하지 않는 낯선 침입자일 수도 있었다.
비앙카도 그걸 눈치챘을 수 있었지만, 지휘관의 논리 없는 추단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괜찮다.
비앙카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동물의 행동에 자신이 상상한 의미를 일방적으로 부여할 뿐이다.
그것이 무언가를 의미하길 바라는 동시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 답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휘관님, 아직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나요?
이때, 비앙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진을 확인하고 계셨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수송기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요.
네.
비앙카는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에게 인사한 뒤 몸을 돌려 밖으로 먼저 걸어 나갔다.
지휘관은 복사용 케이블을 뽑은 뒤, 소형 메모리 단말기를 가슴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탐사 부대가 회수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뒤에 지휘관은 비앙카를 따라잡기 위해, 가슴을 펴고 가능한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전방에서 걸어가던 그녀는 지휘관의 속마음을 꿰뚫은 듯
자신의 발걸음을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