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리브·제몽·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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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제몽·그중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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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탑에서 나오니,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리브의 의식의 바다가 계속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 지휘관은 단호하게 심층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리브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깊고 짙은 슬픔 속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

폭우는 점점 거세졌고, 결국 시야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변하면서 빛과 그림자, 사람의 형체들이 모두 뒤섞여 흐릿해졌다.

거센 바람이 신의 거대한 손처럼 지휘관의 작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발걸음은 걷잡을 수 없이 뒤로 밀려났다.

바람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자 꿈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버려졌던 마을이 환한 불빛으로 물들고, 죽어 있던 거리가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리브가 사라졌다.

설마 바람에 휩쓸려 간 걸까? 지휘관은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리브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그는 리브의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폭우 속을 뚫고 리브의 집 정원에 들어서자, 가로등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고, 집 안에서는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

네, 잠시만요.

기다리셨죠, 그래도 딱 맞춰 오셨네요. 연회를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런데… 누구시죠?

전 이 집 주인이에요. 그쪽은 누구고,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중년 여성은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배를 잡고 웃어댔다.

굳이 따지자면, 전 리브의 엄마예요.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당신이? 리브를 찾으러 왔다고요? 리브랑 어떤 사이신데요?

"지휘관"이라… 잘도 꾸며내시네요. 리브가 언제 군대에 들어갔죠?

정말 재밌네요. 리브에게 친구가 있다는 얘길 들어본 적도 없어요.

남의 집에 불쑥 찾아와선 자기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리브를 만나시겠다고요?

하… 됐어요. 이런 거에 신경 쓸 시간이 없네요. 리브를 불러올게요.

리브! 리브——!

방 안에서는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중년 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두어 번 더 불렀지만, 리브는 그녀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이상하네요. 자고 있거나, 집에 없는 모양이에요.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리브가 당신 딸도 아니잖아요?

위엄 가득한 목소리

리브를 찾으러 오셨다고요? 밖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니 우선 들어오시죠.

여보, 왜 아무나 집에 들이세요?

리브는 어릴 때부터 외로워했잖아요. 드디어 친구가 생겼는데, 잠시 앉아 쉬게 해드립시다.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서류 가방을 들고 현관 쪽으로 빠르게 걸어오더니 지휘관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전 잠시 후에 회의가 있어서 연회는 참석하지 못하겠네요. 다들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중년 남성은 빠르게 몇 걸음 걸어가다 무언가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추고 지휘관을 향해 돌아섰다.

리브를 잘 부탁해요.

중년 남성은 지휘관을 유심히 바라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마중 나온 검은 승용차에 올라탔다.

내가 부탁한 풍선 10개, 아직도 안 불었어?

리브가 다 준비했다고 했잖아, 왜 풍선이 10개나 더 필요해?

잊었어? 비록 우리 둘 다 주립 중학교에 합격한 건 맞지만, 넌 나보다 10점이나 낮잖아. 그러니까 내가 풍선 10개를 더 가져야지.

방에 가서 리브 좀 불러와. 나 좀 도와달라고 해.

누구… 시죠?

리브요? 신기하네. 리브에게 친구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굳이 말하자면, 저희의 여동생이죠.

저... 저희 여동생 맞아요. 리브는 원래 남 돕는 걸 좋아하거든요. 마침, 오늘 진학 축하 연회가 있어서 엄마가 도우라고 했더니 본인도 좋다고 했어요.

저희 주립 중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 들으셨죠? 무려 주립 중학교예요. 거기 선배 중에는 과학 이사회 멤버도 있다고요.

오늘 친엄마 기일이라서 기분이 안 좋은가 봐요. 저도 어디 갔는지 몰라요.

저기… 밖에 바람이 엄청 불고 있어요. 저희랑 같이 기다리지 그래요? 리브가 금방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제가 바로, 미래에 인류의 빛이 될 사람인데, 그 하찮은 리브나 찾고 있다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제 말은, 리브 같은 애는 앞으로도 별 볼 일 없을 거라는 얘기예요. 리브보단 저희와 어울리는 게 훨씬 낫죠.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만약 아니라면요?

리브의 집을 나서자, 고막이 터질 듯한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몸을 낮춰 앞으로 나아가던 중 갑자기 발이 붕 뜨면서, 거대한 나무에 세게 부딪혔다.

자연의 폭력에 휘말린 인간은 간신히 나무를 끌어안으며 정신을 붙잡았다.

충격으로 어지럼증이 몰려왔고, 그때 형광빛의 무언가가 바람을 거슬러 다가왔다.

바로 종이비행기였다.

한 대, 두 대, 세 대… 반짝이는 종이비행기들이 난기류를 뚫고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다.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다.

"우리와 함께 가실래요?" 앳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종이비행기들은 거센 바람을 거슬러 지휘관을 이끌었다. 숲속 빈터 한가운데, 폭풍우 속에 외롭게 서 있는 오두막이 보였다.

창틈 사이로 흔들리는 등잔불 아래, 한 소녀의 앳된 얼굴이 비쳤다.

리브

...

역시 아무도 안 오네…

거리가 너무 멀었는지 리브는 지휘관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지휘관은 비바람을 뚫고 리브에게로 다가갔다.

리브는 창가의 책상에 앉아 한 장 한 장... 흰 종이를 종이비행기로 접으면서 중얼거렸다.

리브

이제는… 너희들만 내 곁에 남았구나.

어머니가 그랬어. 종이비행기들은 바람의 꼬마 정령이라고… 리브 곁에서 함께 있어 줄 거라고.

지휘관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바람에 넘어질 위험도 무시한 채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브에게 다가갈수록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다.

리브

있잖아, 어머니가 떠나가신 뒤로 리브는 쭉 혼자였지만, 언젠가는 어머니처럼 리브를 지켜줄 사람이 나타날 거야.

리브

그때 되면, 리브도 그 사람을 잘 지켜주고 싶어.

리브

왜냐면… 리브는 그 사람을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거든. 리브를 만나기 전, 그 사람도 리브처럼 외로웠을지도 모르잖아…

비에 젖은 종이비행기들이 하나둘 떨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거대한 힘이 전해져 오더니 점점 더 강해져, 지휘관의 몸을 이 세계에서 끌어내려고 했다.

"당신은 리브의 어린 시절에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해서도 안 돼요."라고 경고하듯, 힘은 점점 더 강해져 지휘관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리브

꼬마 정령들아, 나 대신 그 사람을 찾아줄 수 있어?

너희들이 그 사람을 축복해 줘. 어디에 있든,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늘 행복하길…

리브는 종이비행기들을 손바닥 위에 살포시 올리고, 창문을 열어 바람에 날려 보내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 빛은 거센 바람에 찢기듯 흔들리면서도 필사적으로 리브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그 빛을 거칠게 뒤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어둠이 서서히 사방에서 밀려와 지휘관의 시야를 삼켰고, 결국 틈새로 리브의 작은 모습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온 힘을 다해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폭우 속에서 산산이 흩어져 리브의 귀에는 절망적인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리브

울지 마요… 울지 마요…

어린 리브는 허둥지둥 문을 밀치고 빗속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그 빛은 점점 더 작아져, 금세라도 빗방울에 의해 꺼질 것 같았다.

리브는 서둘러 달려가 양팔을 벌려 그것을 껴안으려 했다.

리브의 두 손이 닿는 순간, 그것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종이비행기로 변했다.

리브

어?

마치 눈이 내리듯, 수많은 종이비행기들이 리브의 눈앞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리브는 무언가를 안으려던 자세 그대로 멍하니 무릎을 꿇었다.

울지 마요… 울지 마요…

리브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날, 리브는 비밀 기지에서 혼자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아무도 리브가 몰래 집을 나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폭풍우 속에서 리브의 작은 몸이 얼어붙고 있을 때, 그녀는 어쩌면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 품에 안아 주기를 꿈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날,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리브는 자신을 평생 소중히 여겨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토록 기다렸건만 폭풍이 가져온 부서진 환상뿐이었다.

리브는 계속 기다려야만 했다. 이 기다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리브는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기억 속에서, 리브와 어머니는 비행선 위에 함께 있었다.

우리 마을은 바람의 신님께서 아끼는 곳이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면, 바람의 신님께서 축복을 내려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

리브, 이제 엄마는 가야 해.

안토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선을 떠났다.

너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그때가 오면, 그가 엄마처럼 네 곁을 지켜줄 거야.

바람의 신님께서 너희를 축복하시길.

하지만, 어머니와 [player name]의 모습은 거센 폭풍 속에서 점점 사라졌다.

리브가 우뚝 솟은 풍차 탑을 바라보았다. 전설에 따르면, 바람의 신님은 그 풍차 탑 꼭대기의 성당에 머문다고 했다. 지금 그 탑은 태풍의 포효 속에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그것이 무너진다면, 수많은 건물이 함께 무너져 내릴 것이고, 윈치스의 난민들은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이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리브는 더 이상 폭풍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게 두고 싶지 않았다. 높은 탑을 안정시키면, 이 마을도, 자신도, 그리고 [player name]도 바람의 신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리브는 조용히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