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리브·제몽·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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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제몽·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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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까마귀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건 끝없이 펼쳐진 풀밭, 그리고 부드럽게 감싸안은 팔이었다.

??

작은 까마귀야, 아직 아파?

귓가에 울린 목소리는 단단하면서도 어딘가 슬펐다.

작은 까마귀가 고개를 들자,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작은 까마귀가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뻗은 건 상처투성이의 날개였다. 고통이 움직임을 막았고, 그 탓에 그녀의 눈물에 닿지 못했다.

소녀를 부르려 했으나, 아픔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상처를 따라 시선을 내리니 피로 물든 깃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소녀가 흩날리는 종잇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으자, 그녀의 손에서 너덜거리던 종이들이 생명을 얻은 듯 회색 깃털로 변했다.

소녀는 그 깃털을 작은 까마귀의 상처에 붙이고, 자신의 눈물로 조심스레 이어 붙였다.

그러자 상처가 아물면서, 고통도 점차 사라졌다. 소녀는 작은 까마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살며시 들어 올렸다.

소녀

가. 어서 가... 이제 네 푸른 하늘로 돌아가.

강한 바람이 불자, 본능이 작은 까마귀의 날개를 펴게 했다.

그렇게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구름 위로, 그리고 자신이 왔던 곳으로 날아올랐다.

저 소녀는... 작은 까마귀와 함께 떠나지 않는 걸까?

작은 까마귀는 저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치 이별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처럼…

그 끝없는 대지 위에서 그녀의 모습은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놀란 듯한 시선 속에서, 작은 까마귀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길을 잃은 거야?

...내가 외로울까 봐 걱정돼?

소녀는 기뻐하며 작은 까마귀를 품에 안았다.

작은 까마귀는 처음으로 눈물 없는 그녀의 미소를 보았다.

-<에덴의 소녀·Ⅱ>-

지휘관님, 지휘관님?

지휘관님!

지휘관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확인했다. 회색 깃털은 사라지고, 인간의 피부만이 남아 있었다.

방금 본 건 뭐였을까? 왜 몸에 깃털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을까?

괜찮으세요? 또 더위 먹은 건 아니죠?

리브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휘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확인해 보니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옆에 있을 테니 무리하지 마시고, 불편하시면 바로 얘기해 주세요.

아이들이 알려준 길을 따라 윈치스 마을로 향했다. 숲의 그늘이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사방에서 벌레와 새의 소리가 들려왔다.

5분쯤 남은 것 같아요. 이제 곧 도착해요.

마지막 숲길을 지나자, 시야가 트이며 새로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신이 먹빛으로 세상을 그려낸 듯,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산과 하늘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은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

여기가 윈치스예요.

낮은 옛 주택들이 산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은 조금씩 낡아 있었고, 산길 곳곳에서는 흙 속에 묻힌 기와 조각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풀과 나무의 향기를 실어 오자,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어때요? 예쁘지 않나요?

어느새 옆에 오색찬란한 사람... 아니, 오색찬란한 물감이 잔뜩 묻은 여성 구조체가 서 있었다.

어디론가 스케치하러 가는 걸로 보이는 그 여성 구조체는 그리 넓지 않은 어깨 아래에 과장되게 큰 화판을 끼고 있었으며, 붓들은 여기저기 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었다.

어머, 제 소개를 깜빡할 뻔했네요. 저는 예술 협회의 베르메르예요.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베르메르 씨. 저희는…

알아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분들이시죠? 옆에 계신 분 제복이 특이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집행 부대가 이런 시간에 윈치스에 오다시니, 정말 드문 일이네요.

아~ 사회학 과제네요. 이해했어요. 신혼여행 오신 거잖아요!

더 로맨틱하게 설명해 주실 줄 알았어요. 신혼여행이라든가 뭐 그런 걸로요.

베르메르가 리브에게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저, 저희는...

그럼, 부모님 뵈러 오신 거네요?

안타깝지만, 윈치스에는 계시지 않을 거예요.

퍼니싱이 폭발한 후에 거의 모든 사람이 공중 정원으로 도망갔거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이곳은 오히려 침식이 거의 없었어요.

최근 공중 정원이 이 구역을 탈환했다고 해서, 저희 예술 협회 사람들도 스케치하러 온 거예요.

주변에는 예술 협회 제복을 입은 구조체들이 캔버스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들은 바로 이곳의 풍경을 담은 것이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이끼로 뒤덮인 낮은 폐허들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 근처 풍경은 거의 다 그렸어요. 저랑 풍차 탑 아래로 가보실래요? 거기에 아직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있거든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는 먼저 집에 들러야 해서요...

그렇네요.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먼저 집에 가봐야죠.

...

집으로 돌아왔으니, 안토니아도 기뻐할 거예요.

...저희 어머니를 아세요?

그럼요... 읏차...

베르메르는 화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리브를 바라보며 "네가 어렸을 때, 안아준 적도 있는데."라는 눈빛을 보냈다.

리브가 아주 어렸을 때, 제가 안아준 적도 있어요.

잠깐만요, 베르메르 씨. 어머니의 친구시라면...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게 어떠세요?

마음은 고맙지만, 해가 지기 전에 그림을 끝내야 해서요. 요 며칠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요. 태풍이라도 불면 곤란해지거든요.

윈치스 여름엔 흔한 일이에요. 그냥 한시라도 빨리 그림을 끝내고 싶어서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튼 전 며칠 동안 산 반대편에 있을 예정이에요. 시간 되시면 찾아오세요. 그럼 조심히 가요~

네. 안녕히 가세요. 베르메르 씨.

베르메르는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하고는 천천히 산길을 올랐다.

지휘관님, 저희도 얼른 가요. 곧 집에 도착해요.

정원 앞의 나무 울타리를 지나자, 햇살이 어린 시절 기억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바람이 문살을 스치며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마치 누군가가 아직 그네를 타고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그리운 소리였다.

리브?

어머니? 어머니!

리브는 꿈속에서 본 그 뒷모습을 쫓아 자신도 모르게 달려갔다.

조심해, 리브야. 엄마, 여기 있어.

하아… 하아…

어머니가 돌아서는 순간, 리브가 달려가 그 희미한 모습을 안았다. 어머니는 다정하게 리브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내 모래처럼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리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였다.

?

전에... 제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어머니가 그네에 앉아 기다리고 계셨어요.

리브는 따끔거리는 잡초를 조심스레 헤치며 지휘관의 손을 살짝 잡고 문가로 다가갔다.

똑똑... 똑똑... 수년 전처럼, 리브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오래된 집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집을 떠날 때 열쇠를 챙기지 않았어요. 뒷문은 잠겨 있어도... 정문은 아마 열려 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가서 확인해 볼게요.

네.

리브는 거미줄이 잔뜩 얽힌 창문을 향해 손을 뻗어, 느슨해진 틈새를 살며시 들어 올렸다.

리브의 모습이 사라지고 얼마 안 됐을 무렵, 지휘관이 쉽게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리브가 출발 전 신신당부하며 건넨 공구 상자도 쓰지 않았다.

먼지가 쌓인 나무 바닥, 습기 차 곰팡이가 핀 벽... 모든 흔적이 이 집에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브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집 주변을 걸었다. 사실 그녀는 정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안토니아가 살아 있을 때, 리브는 마당에서 양들과 놀곤 했었다. 놀다 지치면 마당 옆 뒷문으로 바로 들어갔었다.

"리브, 어서 와."

뒷문이 열리면, 어머니의 자애로운 미소와 메이드 칼리오페의 다정한 잔소리가 그녀를 맞이했었다.

그곳엔 사탕, 인형, 그리고 아이가 편히 잠들 수 있는 안식처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뒷문엔 더 이상 리브를 기다려주는 이는 없었다.

...

리브는 정문 계단 앞에 서서 발걸음을 내딛기를 망설였다.

만약 아버지가 문을 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일단 들어가거라. 난 오늘 밤 회의가 있어서 말이다."

만약 새어머니였다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이렇게 늦게 돌아오다니, 네가 맡은 집안일은 다 했니?"

오빠였다면 자기 성적을 자랑했을 것이고, 언니였다면 새 옷을 보여주며 칭찬을 바랐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말했다. 정문은 따뜻하지도, 다정하지도 않다고. 그것은 차갑고, 무정하며, 리브를 환영하지 않는 문이었다.

세월이 리브의 발밑에서 싹을 틔워 그녀의 몸을 휘감는 덩굴을 만들어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몸을 조이는 속박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것들은 리브에게 속삭이고, 외쳤다. "돌아가지 마. 거기엔 아무도 널 기다리고 있지 않아."

마침내 문가에 다다랐을 때, 그녀의 몸은 이미 덩굴과 잎사귀로 뒤덮여 있었다. 리브는 그것들이 엮어낸 우리 속에 갇힌 채, 희미한 빛 사이로 힘겹게 손가락을 뻗어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똑똑, 똑똑, 똑똑... 어쩌면 이번에는 아버지가 바쁘지 않을지도, 어쩌면 이번에는 칼리오페의 기쁜 미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 바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리브가 바란 건, 문이 열렸을 때 누군가가 한 마디라도 건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서 와.

...

순간, 몸에 감겨 있던 덩굴과 가지들이 모두 뒤쪽으로 시들어졌다.

문 안쪽에서 옛날의 따스한 온기가 한순간에 밀려왔다.

네... 지휘관님...

저, 돌아왔어요.

리브는 세 걸음을 두 걸음으로 줄이며 서툴게 달려가 그리웠던 품으로 몸을 던졌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 동안 그리워하던 안식처로,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