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시간이 없어…… 지휘관……!
너무 늦었어. 포기해.
하지만 이건 승격자와 연결한 것과 다르게 질서정연한 상태야.
리브는 이미 완전히 침식됐어. 지금 그녀에게 연결하면 너의 마인드 표식도 함께 오염될 거다.
뭐? 그러니까…… 화서가 파오스의 창 시스템을 해킹해서 너의 지휘관 링크를 침식한 뒤에 너의 마인드 표식을 강제로 근처 침식체의 오염된 의식의 바다에 투입시켰다고?
그렇군. 모두들 네가 승격자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는 또 직접 테스트해서 내린 결론인 줄 알았네.
침식체의 의식의 바다는 어떤 느낌이지?
그런 환경에서 리브의 의식 조각을 찾을 자신이 있나?
두 명의 연구원이 눈빛을 교환했지만, 아무도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너를 전장에 투입하는 것과 달라.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호위하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테스트라 할지라도 자칫 잘못하면 넌 완전히 미쳐버리게 될 거다.
아니면 우리가 왜 지금까지 승격자를 연결할 수 있는 지휘관만 찾았을까? 그건 이 테스트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야.
……
하……
내가 파오스의 창으로 정보 난류 중에서 일부 현상을 구체화할 수 있어.
……괜찮은 생각이야.
젊은이, 정말 자신은 생각하지 않는 건가?
그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어.
…………
그 후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추억의 거미줄을 잡고 그 가느다란 선을 따라 더 많은 조각을 탐색했다.
내가 어떻게 리브를 찾았는지 어렴풋이 생각났다.
파오스의 창으로 구축된 투시도가 데이터 난류에 잠입했다. 첫 조각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었는데, 그녀는 마치 리브가 망설이며 배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건 기적도, 행운도 아니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쌓인 기억이 서로를 끌어당긴 것이었다.
아시모프에 따르면 이건 복잡한 그림 속에서 가장 친숙한 것을 찾은 것과 같다고 했다. 과거의 추억은 등대처럼 어떤 안내를 가져다주었다.
어쩌면…… 구조체도 마인드 표식을 찾아 의식의 바다를 교정할 때, 비슷한 느낌을 받을지 모른다.
첫 번째 단서를 잡은 뒤 그것과 비슷한 존재를 찾다가 혼란과 무질서한 정보를 따라 새로운 광경에 들어섰다.
다음 의식 조각은 난민이 가득한 전장에 있었다.
폐쇄, 정체, 붕괴.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올린 여과탑은 폐허로 변했고, 다시 개간한 실험용 논은 불에 타 없어졌다.
수많은 사망자들이 화염과 폐허 속에 묻혀 부패한 악취 속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이건 어떤 허황의 악몽이 아닌 실존하는 현실이자 그녀의 기억이었다.
리브는 이 세상의 지옥에서 중상을 입은 생존자를 이끌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소녀의 가늘고 연약한 몸은 마치 지옥에 떨어진 거미줄 같았다. 온몸의 기능이 소모되어 고갈되고, 다리가 부러졌지만 그녀는 나아갔다.
그녀의 환영을 쫓으려다 빈사 상태의 구조체에게 다리를 붙잡혔다.
이건 바꿀 수 없는 기억인 줄 알면서도 구원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건 그녀의 두 번째 의식 조각이었다.
그의 남은 생명이 사라진 후, 내 모습은 이미 리브와 겹쳐져 있었다……
그녀의 기억의 이정표를 따라 낡은 야전 병원으로 돌아가 그녀가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곳의 시간 흐름은 매우 빨랐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타임랩스의 장면처럼 복도와 병실을 지나다녔다.
햇빛은 창문을 통과해 지면에 그 그림자를 새겨 시계바늘처럼 돌렸다.
환자들은 오고 가며 슬픔과 기쁨을 떠나보냈지만, 그녀는 항상 그곳에 혼자 있었다.
소녀는 이미 시간 속에 버려져 어머니의 묘비 앞에 활짝 핀 인동화가 되어 버렸다.
이건 그녀의 세 번째 의식 조각이었다.
인동화가 휘감은 덩굴을 따라 낯익은 모래사장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리브의 따뜻함이 있었다. 그곳에 남아 있는 의식 조각은 하나뿐이 아니었다.
밤이 되자 그녀의 뒤에 희미한 빛줄기가 존재하는 걸 봤다.
그 빛줄기는 바다까지 뻗어 있었는데, 그곳에는 또 다른 리브가 배회하고 있었다.
……제가 모두에게 짐이 될까 봐 두려워요.
마음의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그녀가 마음속 깊이 감춘 외로움과 자책감은 바다의 밑바닥에 잠들어 있었다.
네.
‘현재’와 ‘미래’의 리브처럼 그녀는 과거의 외로움도 나에게 맡겼다.
지금까지 의식 조각을 5개 수집했다.
찾는 과정이 길고 험난했지만, 이건 순조로운 편이었다.
외부 지원 연구원들은 다음 의식 조각을 찾으면 리브를 깨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쓰러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침식체의 물결에 파묻혀 붉게 물든 그림자가 관통하고 있었다.
기억 속의 상처는 이 순간 다시 찢어지고 고통과 추억은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여전히 찾고 있던 사람들을 허무의 바다로 휩쓸어갔다.
그날도 이랬는데……
혼돈과 무질서가 상처에 파고들어 마인드 표식에 뿌리를 내리고 거침없이 성장했다.
결국 이 실패는 바꿀 수 없는 걸까?
결국 이렇게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쓰러지게 되는 걸까?
……이제 더 이상 리브를 볼 수 없게 되는 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어떻게 해야 이곳에서 떠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되찾은 기억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했다. 그저 허공에서 발버둥 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