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님의 사격술이 아직은 많이 줄지는 않은 것 같네요.
리는 꼬마 로봇을 받아 자신의 도구 상자에 넣었다.
…………
시끄러워.
여기 일이 좀 남았는데, 좀 더 둘러보시겠어요?
남아서 도와드릴게요.
알겠어요. 지금 E3 구역에 아직 심지 않은 구역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시겠어요?
네, 갈까요?
수송차를 몰고 꽃의 싹을 E3 구역으로 운반했는데, 그곳의 흙은 원예 로봇이 이미 심기 좋게 잘 뒤집어 놓았다.
네.
수송차의 화물칸을 열고 작동을 누르니 원예 로봇이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
루시아가 말한 것처럼 작업량이 많지 않았다. 그냥 보면서 관리하고 어떤 돌발 상황들을 예방하는 게 전부였다.
로봇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며 2시간 정도 기다리니 그새 석양빛이 하늘을 덮었고, 할 일 없는 둘은 이야깃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 정원의 흙에는 여전히 식물의 뿌리가 남아 있어요.
어, 식물의 생명력은 정말 강한 것 같아요. 지난 몇 년동안 상황이 조금씩 좋아져서 대부분의 폐허에는 야생 식물들로 가득해요.
하지만 이 식물들만으로는 놀이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이 보기에 부족할 거예요…… 관리도 쉽지 않을 거고요.
그래서 누군가 다시 심어야 하는데……
소녀는 멀리 있는 시끌벅적한 군중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런 재미없는 일을 할 때, 지휘관님은 따분하다고 느끼시나요?
네……
최초의 분배는 이렇지 않았다는 거 기억나시나요?
그때의 분배대로라면 지휘관님과 루시아는 먼 곳으로 가서 아직 위험이 존재하는 구역을 조사해야 하고, 리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저는 병원에 가서 일을 해야 하죠.
……어쩌면 그게 가장 합리적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휘관님은…… 어떤 일이든 간에 그레이 레이븐과 함께 배치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처음 몇 년의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모이게 됐어요.
그러나 그 대가는 재건 정도에 따라 이사해야 하고, 그때마다 작업도 다르게 배정받아야 했어요.
아직 재건되지 않은 곳이요.
사실 저는 참기 힘들지 않고 오히려 기뻤어요.
아니요…… 도시가 하나씩 재건되면서 황금시대로 복원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소녀가 두 손을 뻗어 먼 경치를 향해 액자 모양을 만들었다.
폐허에서 온전한 건물로, 황량했던 곳이 지금은 모두가 모여 함께 웃고 있어요.
재건이 필요한 다른 곳들도 가서 모두를 돕고 싶은데……
그래도 제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겠죠?
저요……?
……제 소원은.
…………
제 생각에 제 소원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레이 레이븐과 지휘관님이 제게 원하는 것을 주었어요.
평화의 시대가 찾아온 것도 보게 되었고요.
아무도 퍼니싱에 다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저는 충분히 만족해요. 그게 제 소원이니까요.
그녀의 두 눈은 시냇물 속의 보석처럼 맑고 단단했다.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충분히 행복할 거예요.
음…… 이 소원이 지휘관님과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때 갑자기 멀리서 원예 로봇이 경보를 울렸다.
……!
경보가 울리는 원예 로봇에게 달려가 보니 그가 심어야 할 흙구덩이에 다친 하얀 새가 누워 있었다.
새는 날개를 다쳐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무서워하며 움푹 패인 땅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리브는 별말 없이 가볍게 새를 들어 신속히 몸 상태를 검사했다.
날개가 부러진 것 같아요.
네. 음…… 아마 집에서 기르던 새인데 집을 떠나 야생에서 혼자 살아남기 어려웠을 거예요.
제가 가서 치료해도 될까요?
네, 가서 이곳의 의무실 좀 빌릴게요.
하지만 여기 아직 일이……
네…… 알겠어요.
네, 금방 돌아올게요.
의무실을 나올 때, 하늘은 이미 달빛으로 덮여 있었다.
작업을 마친 동료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철수해 놀이공원 입구로 모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놀이공원의 방송실 담당자가 우리를 도와서 실종 공지를 등록해 준다고 했어요. 이 새의 원래 주인이 보면 저희에게 연락을 줄 거예요.
그런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요즘에 어떤 사람들은…… 그들은 호의라고는 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애완 새를 방생해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요.
상자 안에 쉬고 있는 새를 바라보는 리브의 눈빛이 우울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네……!
그녀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행여나 상자가 흔들려 새가 무서워할까 봐 아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루시아와 리는요?
그녀는 인간의 두 눈을 바라보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휘관님 오늘도 쉬지 못하셨네요……
…………
분명히 그녀는 완전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 역시…… [player name]님을 속이지는 못하겠어요.
……사실 저도…… 진짜 같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계속 걱정했었거든요.
재난이 정말 지나갔나요? 저 지금…… 정말 꿈속에 있는 거 아니죠?
그 긴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나도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평화와 행복은 꿈의 거품처럼 아름답다.
항상 사람들에게 뭔가……
다음 순간에 이 아름다운 꿈이 산산조각 날 것 같아요.
그녀의 걱정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그녀와 같은 의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layer name], 저희 혹시……
그녀가 이 말을 꺼낸 바로 그 순간——눈부신 불빛이 근처에서 터졌다!
조심하세요! 지휘관님!
재빨리 리브의 팔을 잡고 아래로 포복했다. 하지만 그녀도 같은 동작을 할 줄은 몰랐다.
둘은 모두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 채 방어 상태에 들어갔지만, 등에서는 좀처럼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호하던 두 손을 풀고 폭발음이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자——
악의 없는 불꽃이 밤하늘에 떠오르고 있었다.
…………
……음, 불꽃놀이를 예전에 본 적 있는데……
둘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상자 속의 새는 그것이 무해한 불꽃놀이인 줄 모르고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트라우마……?
루시아의 말처럼 많은 전역한 군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네…… 악몽은 끝났어요. 이젠 평화의 시대예요.
네, 저 여기 있어요.
네! 지휘관님이 여기 있는 한 저는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엥?
그녀는 허둥지둥 손으로 얼굴을 닦았지만, 소매와 손에도 모래가 묻어 있어 닦을수록 더 더러워졌다.
아…… 네.
소녀는 손을 놓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난 그녀 얼굴의 모래와 먼지를 닦아주었다.
지휘관님! 둘이 어떻게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거예요?
이제 돌아갈 시간이에요.
불꽃놀이의 반짝반짝한 빛과 함께 루시아와 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우리 이제 가요. 새가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들을 따라 떠나기 전에 밤하늘의 불꽃을 올려다보니 평화의 실감이 다시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악몽은 이제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