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놀이공원에 같이 가자’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다 같이 가서 재밌는 하루를 보내자는 것으로 생각했다.
꽃 전달했습니다. 여기에 사인해 주세요.
네, 다음에도 여러분이 꽃 심는 걸 도와주셔야 합니다. 이것도 계약서에 있는 내용입니다.
알겠습니다.
휴가처럼 보이는 활동에서 일하는 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전통 아니겠습니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맡은 재건 임무는 녹화와 관련 있어서 저희는 식물과 꽃을 심어 그것들을 도시의 녹화 지대로 보내고 있어요.
현재 기계가 돕고 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관리가 필요한 상태예요.
지휘관님, 방금 리브한테 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쉬시는 게 어떨까요?
작업 보수에는 자유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거 사용하는 거 어떠세요? 여기는 저랑 리가 하면 될 것 같아요. 기계로 심으면 돼서 작업량도 적거든요.
음, 그럼 저도 도울게요.
괜찮아. 리브, 지휘관님과 있어줘. 이러면 보살피는 것도 더 편할 거야.
그런 말에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우리는 모두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로 네 명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야 해요.
……음…… 루시아, 정말 괜찮아요?
루시아는 웃으며 수송차에 있는 원예 로봇을 가리켰다.
괜찮아. 저들에게 맡기면 돼.
리브를 부르지 않는다면 그녀는 분명 일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이렇게 계속 걱정할 것이다.
……네……
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리브는 순순히 왔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냥 작은 일뿐이라 저희를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인간’의 인생은 짧으니 시간을 소중히 여겨셔야죠.
이거 지휘관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
어쨌든 마음 놓고 쉬세요.
루시아, 리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둘은 드문드문 있는 군중 사이를 나란히 걸었다.
퍼니싱의 재앙이 끝난 지 5년, 신생아든 동물이든 육안으로 보이는 것들이 크게 늘어났다.
한낮의 햇살이 따스하게 몸에 내리쬐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바람 속에서 꽃과 흙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
리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네, 특히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에 모두가 행복해 보여요.
그래서 저도 즐거워요……
소녀는 타인의 즐거움에 영양을 받은 꽃처럼 자신만의 계절에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 재건 작업이 많이 남아 있지만, 더 이상 동료를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지휘관님이 좀 불편해 보여요.
더는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돼요?
……[player name]님?
……[player name]……
리브의 볼은 빨개지며 고개를 떨궜다.
그, 그럼…… [player name]님……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요?
저, 저도 모르겠어요.
네, 엄마가 저를 낳은 후 몸이 계속 좋지 않으셨어요.
그 후에는 돌아가셔서…… 더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지, 지휘관님……! 아…… [player name]님……
제가 귀찮게 하는게 아닌가요?
네…… 감사해요.
그녀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럼…… 우리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가볼까요?
그녀가 멀리 있는 ‘스페이스쉽’이라고 적힌 롤러코스터를 가리키자 그곳에서 웃음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놀이공원 안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는 하지만, 마을 전체의 인구수는 아직 황금시대의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둘은 줄을 선지 몇 분 만에 ‘스페이스쉽’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었다.
가상 현실의 도움으로 롤러코스터는 우주의 별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아악——
너무 높아아아아!!
이야——!!
……
바람이 엄청 편한 게 우주와 완전히 다르네요.
소녀는 주위의 비명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게 롤러코스터의 좌석에 앉아 있었다.
네, 이전 작전 임무 때 수송기를 자주 타서 이미 익숙해졌어요.
아니요. 모두가 지금 여기에 있잖아요.
리브는 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님이 여기 있잖아요.
리브의 부드러운 손 위에 손을 덮으니 그녀가 가볍게 떨리는게 느껴졌다.
……
……음……
이전의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꿈은 이미 이루어졌어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긴 세월의 인연은 지금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드넓은 우주의 허상과 군중들의 함성 속에서 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바짝 기대고 있었다.
익숙한 ‘스페이스쉽’ 여행을 끝내고 리브와 함께 놀이 기구가 있는 구역을 떠났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장난감 가게에 시선을 집중했다.
……괜찮아요.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음, 좋아요.
가게 옆으로 가보니 판매 외에도 사격으로 장난감을 얻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사장님, 이 총으로 진짜 풍선 맞출 수 있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제가 시범을 보여드릴까요? 잘 안 맞는다고 총을 탓하시면 안 됩니다!
쳇!
가자, 가자.
……정말 괜찮으세요?
그녀는 물어보는 눈길을 보내는 장난감 가게 주인을 보자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녀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똑같이 그녀의 귓가에 목소리를 낮추었다.
……음.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주인은 방금 나간 손님을 보내고 이쪽을 향해 말을 걸었다.
한 번에 20발 쏘시고요. 20발 중에 17발 맞추면 소형 장난감, 18발 맞추면 중형 장난감, 19발 맞추면 대형 장난감 1개를 고를 수 있습니다. 전부 명중하면 마음대로 하나 고른 뒤 무료로 다시 한번 더 쏠 수 있습니다.
어, 그런데 제 사격술은 그런……
잠깐, 구조체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제 가게 망하게 하려는 건 아니시겠죠?
주인은 가게 안에 있는 안내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작은 부품 포함, 3세 이하 어린이 접촉 금지’ 등의 안내문 외에 맨 마지막에는 ‘사격 게임은 인간만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
공중 정원의 수석 지휘관도 제가 보는 앞에서 18번을 맞혔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 많은 걸 기억하겠습니까.
선불입니다.
……
리브가 지켜보는 가운데 돈을 지불하고 장난감 총을 들었다. 간단하게 한번 검사한 뒤 장난감 총알이 환경에 영향받을 상황을 대략적으로 예측했다.
자세가 그럴듯한데, 전역 군인이십니까?
멀리서 위아래로 떠다니는 풍선 표적을 관찰했다. 풍선이 뜨는 속도는 특수하게 제어되는 것처럼 5초와 8초마다 한 번씩 미묘하게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이게 주인이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이유였나?
예상한 타이밍에 맞춰 풍선 표적을 조준해 계획된 간격으로 차례로 풍선을 향해 사격했다.
1개, 2개, 3개, 4개, 5개, 6개, 7개, 8개, 9개…… 15개까지 연이어 맞혔다.
……
……
장난감 총알을 다시 장전해 나머지 5개의 풍선을 단숨에 쏘아 맞혔다.
……
……
현장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어, 당연히 쏠 수 있습니다. 제가 한 말은 책임집니다.
주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총을 바꿔서 건네주었다.
그 총은 가벼워 보이고 이전 것보다 훨씬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약간의 관찰과 조정 끝에 나는 다시 20발을 아무렇지 않게 명중시켰다.
……
……
현장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복각.
어, 아니면 먼저 상품을 골라보시겠습니까?
네…… 어, 한번 볼게요.
그녀는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 한 바퀴 돌아보더니, 바보 개구리와 꼬마 로봇을 고른 뒤 나왔다.
주인은 말없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게 문 옆의 벽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았다.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시 조준을 해보니 어느새 풍선이 뜨는 속도를 조절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숨을 참고 풍선의 운동 궤적에 집중해 기존의 예측을 다시 조정했다.
세 번째 사격에서도 전부 명중했다.
……
좋습니다. 여기 놀이공원으로 이사 와서 가게 오픈하자마자 명사수를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자,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여기서 기념사진 한번 찍으시죠.
주인은 다짜고짜 내 단말기를 들어 이쪽을 조준했다.
스마일!
……[player name]…… 주변 사람……
리브의 주의를 듣고서야 주위에 손님들이 조금씩 모여드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하, 챔피언은 모두에게 우승 소감을 말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이 장면을 저희 가게에 걸어두겠습니다!
……네.
그녀의 시선이 바보 개구리가 놓인 진열대로 향한 것을 보고 얼른 목소리를 낮춰 그녀의 귓가에 다가갔다.
아, 아니요…… 알겠어요……
항상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는 소녀에게 똑같은 상황으로 그녀 자신을 우선시하라고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
리브는 두 손을 꽉 쥐고 장난감 가게로 들어가 이번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양 인형을 골라서 나왔다.
네……
웃으며 장난감 총을 게임대 위에 올려놓았다. 리브는 품에 대형 바보 개구리와 꼬마 로봇을 받아 들고는 주인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지 마세요.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둘은 대형 인형을 끌어안은 채 구경꾼들을 비집고 나온 뒤 본의 아니게 주인에게 많은 손님을 끌어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되게 쉬워 보이는데? 사장님, 저도 한번 할게요.
한 번에 20발이고, 선불입니다.
자기야, 우리도 한번 해볼까?
사람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자 리브가 안고 있던 양 인형의 덥수룩한 털 속에 머리를 파묻고 문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소녀는 바로 고개를 들어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
고마워요. [player name]
그건……
그녀의 두 손은 부자연스럽게 인형 위의 양털을 꽉 잡고 있었다.
지휘관님이 말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이 인형을 고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휘관님과 같이 얻은 기념품을 이렇게 품에 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래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럼 우리 돌아가요. ‘전리품’을 루시아와 리에게 전해줘야겠어요.
소녀의 웃음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았고, 그녀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안내를 따라 둘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