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서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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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서염·그중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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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가르는 화염이 찬란한 궤적을 그리며 마지막 침식체를 쓰러뜨렸다.

쓰러진 침식체의 동력 코어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연기가 걷히자 그 자리에는, 소형 발성 장치에 끌려온 침식체들이 한가득 쓰러져 있었다.

루시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바보 개구리 머리의 먼지를 털어주었다.

지원 요청을 받은 순찰대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침식체의 반응 신호를 스캔하며 잔해 분석에 착수했다.

루시아는 신속하게 지휘관 곁으로 자리를 옮겨, 만반의 방어 태세를 취했다.

과연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 공중 정원의 최정예 소대의 완벽한 임무 수행을 직접 보게 되다니...

정예 부대다운 완벽한 작전 수행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실례가 되었네요. 두 분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차분한 표정의 대원이 들뜬 동료의 머리를 살짝 눌러 진정시키고 있었다.

상부 작전 지시에 따르면, 이 상점가 진압 작전이 완료되면서 두 분의 임무도 종료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확인했습니다. 즉시 임무 인계 준비에 착수하겠습...

잠시만요! 임무는 완료됐지만, 공중 정원 수송기가 모레까지 없어서 그동안 자유 시간이... 앗!

차분한 표정의 대원이 그의 머리를 세게 눌렀다.

스캐빈저 물자 회수 및 반환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기를 바랍니다.

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대원은 어깨를 붙잡힌 채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아... 넌 왜 이렇게 수다스러운 거야. 듣고 있으면 진짜 피곤하다니까.

에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 분들은 나와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고...

주변의 순찰대 대원들도 신속하게 침식체를 처치하고 현장을 이탈했다. 전투의 소음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적막해졌다.

예상치 못한 휴가네.

음...

전투라면 능숙하게 대응하는 루시아였지만, 뜻밖의 휴가 제안 앞에서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만약 루시아가 정말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순찰대 대장이 말했던 보육 구역 특산품을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지휘관님, 온천에 가보실래요?

예상과 달리 루시아는 곧바로 대답했다.

네, 그 온천은 물이 계속 순환하고 있어서 간단한 청소만으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루시아와 함께 인적 드문 오솔길을 지나 온천에 도착해 있었다.

지속적으로 흐르는 온천수 덕분인지,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았음에도 상태가 괜찮았다. 수면 위의 낙엽들을 치워내자, 온천에서 피어오른 수증기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따스한 온천에 발을 담그자, 며칠간 쌓인 피로가 녹아내렸다.

루시아가 조용히 다가와 지휘관 어깨에 손을 얹더니, 굳어있는 어깨와 등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건강 관리법을 다룬 책을 보고 마사지를 공부했어요.

늘 늦게까지 일하시는 지휘관님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배워두었어요.

다시 찾아온 적막 속에서 온천수 흐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마치 꿈만 같아요.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아름다운 꿈처럼 느껴져요.

운명처럼 지휘관님과 예전 전장을 다시 찾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도 만났어요. 게다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바보 개구리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죠.

온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휘관님과 함께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져,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황홀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휘관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아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갔다.

숲으로 향하기 전, 루시아는 물속 전투의 가능성을 고려해 모든 장비에 방수 처리를 완료한 상태였다.

음... 따뜻해요.

감각 모듈이 의식의 바다로 전해지자, 루시아는 눈을 살며시 내리깔고 고요히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네?

루시아는 살짝 놀란 듯했다.

역시 지휘관님을 속일 수는 없네요.

제가 공중 정원에서 새로운 기체에 적응하는 동안, 지휘관님은 쉬지 않고 지상에서 준비하고 계셨으니까요.

이번 임무도, 지난번의 임무도, 그리고 그 이전의...

지휘관님은 좀 쉬셔야 해요.

저는 괜찮아요...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 지휘관은 루시아의 적응 기록을 살펴보았다. 빠르게 적응을 완료하기 위해, 루시아는 필수적인 휴면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과학 이사회에서 보냈다.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루시아의 성격을 정확하게 요약한 말이었어.

정확히 맞추셨네요, 지휘관님.

……

제가 지휘관님을 책임지겠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를 닮아간다더니, 우리도 그런가 봐요.

지휘관님께서 이곳을 임무 장소로 정하신 이유가... 저를 위한 배려였던 거죠?

서로 기대하는 것이 같았다. 놀라울 만큼 순수하게 닮아 있었다. 그저 동료를 걱정하는 마음, 서로의 피로를 덜어주고 싶은 따뜻한 바람뿐이었다.

임무가 시작함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휴식을 위한 틈을 찾고 있었다.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 사이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이 서로의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온천은 그들의 마음을 녹여 가까워지게 만들었고, 진심이 맞닿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지휘관님...

지휘관님.

[player name].

모든 게 잘될 거예요, 지휘관님.

음...

[player name] 지휘관님을 만나게 된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에요.

루시아는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옆자리에 있는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지휘관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 삶의 가장 큰 축복이에요.

긴 속눈썹이 서서히 내려앉아 붉은 보석 같은 눈동자를 은은히 가렸다.

지휘관님, 약속 하나 해주시겠어요?

온기가 피로를 녹이며 마음속 감정을 서서히 일깨웠다. 그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나가며 가슴 전체를 채워갔다.

루시아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녀의 양손이 지휘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고, 이마를 맞대는 순간, 서로의 숨결이 은은하게 뒤섞였다.

둘을 감싼 온기는 온천의 따스함을 넘어,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녹아들었다.

불현듯 부드러운 감촉이 볼에 전해졌다. 마치 꽃잎이 내려앉듯 살포시 닿았다가 사라진다.

그 순간, 온 세상이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흐르는 물도, 스치는 바람도, 서로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춘 가운데 선명한 심장 소리가 들려온다. 두 개의 심장은 서로 다가가며 하나의 울림이 되었다.

그 울림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순간, 루시아의 속눈썹이 내려가며 지휘관에게 다시 입 맞추었다.

깃털이 스치듯 부드러운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았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그 말의 끝이었다.

지휘관님과 영원히 함께할 것을 약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