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서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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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서염·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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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깊숙한 곳에 폐허가 된 휴양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퍼니싱만 없었더라면 더없이 완벽한 휴식처였을 것이다. 곳곳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구석진 방 하나에는 폐기된 발전기까지 남아있었다.

스캐빈저들이 이곳을 안식처로 삼으려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야, 이거 너희들 절대 못 믿을 거야. 산이가 방금 엄청난 걸 발견했어!

발성 장치를 수색하고 있을 때, 한 순찰대 대원이 흥분한 목소리로 급하게 달려왔다.

산이

멍멍!

순찰대 대원B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 근처에 너구리가 있는 건 당연한 거야. 또 "너구리가 임시 주둔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는 소리로 시간 낭비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순찰대 대원A

그게 아니라! 산이가 온천을 찾았어! 못 믿겠지만 진짜 온천이야!

역시 휴양촌이라 그런가? 온천까지 있다니...

온천이요?

네! 작은 길 뒤쪽에 숨겨져 있어요! 앞쪽 덩굴만 치우면 바로 보일 거예요...

순찰대 대원이 손짓발짓을 해가며 설명했다.

하아... 요즘 너무 바빠서 그렇지. 구조체를 온천에 넣으려면 방수 처리부터 해야 하는데... 정말 쉬고 싶다.

생각에 잠긴 듯한 루시아의 모습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지휘관님이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잠시라도 쉬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네, 일단 임무부터 끝내고 생각해 보죠. 다음 장소는...

루시아는 단말기를 켜서 다음 발성 장치가 있을 만한 곳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스캐빈저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이곳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 미리 많은 발성 장치를 설치해 두었다고 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오늘은 순찰대 대원 대부분이 이곳에 투입되어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태양이 점점 머리 위로 올라오자, 이 구역의 수색 작업은 일단락되었다.

지휘관님, 뭐 좀 드시겠어요?

루시아는 가져온 보급품을 하나씩 꺼내어 확인했다.

간이 가열 장치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현장에서 쓰이는 이런 간이 취사도구들은 여전히 황금시대나 그 이전의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이곳 작업도 곧 끝날 것 같네요.

보급품을 정리하면서 루시아가 무심한 듯 말을 꺼냈다.

임무 계획에 따르면 다음과 같았다. 먼저 설치된 발성 장치들을 회수한 뒤, 공중 정원으로 복귀하여 기체를 정비할 예정이었다. 그 후 다음 전장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다.

정말 평화로운 나날이네요.

완전한 "일상"과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가 끊이지 않고 적조가 번져가던 위기의 시절과 비교하면, 요즘의 임무는 한가롭다고 할 만했다.

"이런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함께 살고 싶다...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상상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까?

지휘관님.

지휘관의 마음속 의문을 읽은 듯, 루시아는 지휘관의 손 위로 살며시 자기 손을 포개었다.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 언젠가는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서 함께 걸을 수 있겠죠.

그때쯤이면 퍼니싱도, 적조도, 침식체와 이합 생물도 사라졌을지 모르죠... 이런 간단한 수집 임무마저 필요 없는 날이 올 거예요.

물론이죠. 지휘관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시고, 우리도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더 많은 구조체와 인류도 모두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지휘관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시고, 우리도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더 많은 구조체와 인류도 모두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반드시 그날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소녀는 천천히 힘을 주어 지휘관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 작은 손짓에 담긴 결의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

다음 발성 장치가 탐지된 위치는 인근 휴양촌의 폐허가 된 상점가였다. 스캐빈저들은 그곳에 많은 물자를 쌓아두었으며, 대다수의 장치 또한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해 두었다.

발성 장치의 저주파가 침식체를 끌어들였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이번엔 지휘관과 루시아가 직접 회수하기로 했다.

흩어진 돌무더기를 넘어 상점가로 들어서자, 오랫동안 쌓인 먼지 냄새가 짙게 밀려왔다.

휴양촌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도시와의 거리가 멀어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조성된 상점가라고 합니다.

이 상점가는 울창한 숲속에 묻혀 있어서, 아마도 스캐빈저들이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스캐빈저들의 물건들을 제외하면, 이곳은 마치 재난의 순간에 시간이 멈춘 듯 보였다.

바닥에는 기울어진 간판과 쓰러진 선반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버려진 상품들이 먼지 속에 잊혀진 채로 남아있었다.

찾았어요, 여기 있네요.

깊이 울리는 특유의 저주파에 집중하며, 루시아는 조심스레 선반을 들어 올려 그 밑에서 발성 장치를 찾아냈다.

지휘관님, 오른쪽 3시 방향에도 하나 있을 거예요.

오래된 먼지가 걷히고 시야가 맑아졌다. 흐트러진 상품들 사이에서 작은 발성 장치를 발견했고, 그 옆으로 초록색 상자가 보였다.

모서리가 찌그러지고 겉면은 오랜 시간 탓에 누렇게 바랬지만, 그 아래 비치는 초록색만은 분명히 기억 속의 그것이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조심스레 지휘관의 뒤로 움직였고, 손가락은 본능적으로 무기를 감싸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동시에 그 익숙한 초록색에 머물렀다.

아... 바보 개구리네요.

생각할 틈도 없이, 루시아는 순식간에 좁은 틈 사이로 손을 뻗어 상자를 잡아냈다.

희미한 빛에 초록색 포장이 은은하게 빛났다. 오랫동안 잊혀 있던 바보 개구리 캐릭터의 랜덤 박스가 마침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바보 개구리의 재고가 쌓이면서 이 제품도 생산이 중단됐었죠.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제품이 이런 곳에서 발견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요.

랜덤 박스 겉면에는 "행복을 찾는 바보 개구리"라는 글자가 선명했고, 그 옆으로 수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바보 개구리 캐릭터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비를 쫓는 귀여운 개구리부터 포근한 구름 위에서 앉아 있는 개구리까지, 총 여덟 종류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신비로운 물음표처럼, 검은 실루엣으로 된 특별한 캐릭터가 숨어있었다.

어떤 게 나올까요?

루시아는 시선을 상자에 고정한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같이 열어볼까요, 지휘관님.

깊은숨을 고르며, 마음속으로 하나씩 숫자를 세었다.

오래된 종이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이건...

상자 속에서 드러난 것은 네잎클로버를 품에 안은 바보 개구리 인형이었다. 상자 옆면에 그려진 어떤 캐릭터와도 다른,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어젯밤에 나눈 약속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응답이라도 받은 걸까. 손끝을 스쳐 갔던 행복이, 이제는 작은 기적처럼 그녀의 손바닥 안에 머물러 있었다.

너무 기쁘네요!

루시아의 입술이 기쁨을 전하려 열리는 순간, 단말기의 날카로운 경보음이 고요를 깨뜨렸다.

침식체예요.

수많은 발성 장치에서 나온 저주파가 결국 침식체들을 끌어들였다. 루시아는 바보 개구리 인형을 허리의 장비 고리에 고정하고, 단호한 발걸음으로 상점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지휘관의 마음속에 묻혀있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세월의 장막이 걷히듯,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 첫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루시아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그녀의 허리에 매달린 바보 개구리마저 과거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루시아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은 채, 강인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지휘관을 응시했다.

이 바보개구리는 제게 과거의 증표이자, 현재의 동반자이며, 미래를 향한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바보 개구리에는 지휘관님과 함께했던 모든 소중한 기억이 깃들어 있어요.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