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서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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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서염·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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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밤은 깊은 침묵에 잠겼고, 순찰대가 임시 주둔지에서 피운 모닥불만이 조용히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이것으로 작전 보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대부분 구역의 발성 장치는 순조롭게 회수되었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장님 평소 말투로 추측해 보면 뒤에 "하지만"이라고 하실 게 분명해.

대원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고, 지휘관은 모닥불 옆에 앉아 순찰대 대장의 작전 보고를 듣고 있었다.

루시아는 주둔지에서 서염 기체에 대한 데이터를 전송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늘 곁에 있던 루시아와 잠시 떨어져 있자니, 그동안 익숙해졌던 따스한 기운이 사라져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스캐빈저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그들이 폐허가 된 휴양촌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그들이 여기를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야수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구역에 다수의 발성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대원과 함께 현장을 정찰한 결과, 현재 그 지점에 여러 침식체가 집결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순찰대 대원들이 스캐빈저의 농작지를 주시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내일의 작전 목표는 폐허가 된 숲속 휴양촌에 잔존하는 발성 장치들을 회수하는 것입니다. 현장에 침식체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대원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안전 수칙이랑 전투 규칙을 장황하게 설명하시겠지...

안전 수칙과 전투 규칙 준수는 필수사항입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공격 패턴을 모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모든 대원은 보호 장비 완전 착용 후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원래 엄격하신 분입니다. 하하, 저희는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옆자리 지휘관의 말에 집중하던 그는 단말기를 가리켰다.

정말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십니다. 아마도... 앞으로 15분 정도 더 이어지겠네요.

정확히 15분 후, 순찰대 대장은 추가 안전 교육을 마치고 해산을 선언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 잠시만요.

장시간의 교육으로 목소리가 잠긴 순찰대 대장의 예상치 못한 호출이었다.

두 분의 헌신적인 도움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협조가 없었다면 발성 장치 회수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침식체가 유입되어 스캐빈저들뿐만 아니라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추가로 말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내일 예정된 휴양촌 정화 작업의 지휘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상부로부터 순찰 임무를 새로 배정받아 현장에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업무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 대원들을 적극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대원들은 지휘관님의 통솔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순찰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시면 보육 구역에서 재배된 특별 작물로 정성껏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찰대 대장은 지휘관에게 예를 갖추어 경례한 뒤 신속히 자리를 떠났다. 그의 발걸음에서 다른 긴급 임무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루시아는 주둔지의 모닥불 옆에 조용히 앉아서 손끝으로 무언가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지휘관이 귀환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지휘관님.

모닥불의 따스한 불빛이 루시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평소의 긴장된 표정과는 달리, 이렇게 평화로운 그녀의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음...

루시아는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가냘픈 열 손가락이 공중에서 춤추듯 움직이며 종이를 정교하게 접고 펼치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다가앉자 비로소 종이 위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네.

지휘관님은 네잎클로버를 좋아하시나요?

루시아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가며 섬세한 손놀림으로 종이를 접어갔다.

지휘관님은 제가 무의식중에 했던 말까지도 기억하시네요.

순간 침묵이 내려앉았고, 종이를 접는 바스락거림만이 고요 속을 채워갔다.

루시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돌렸다.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잠시 시선을 머무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종이접기에 몰두했다.

네잎클로버는 행복과 행운을 상징하죠. 비록 오늘 찾지는 못했지만, 이거라도 드리고 싶었어요.

네잎클로버뿐만이 아니라... [player name] 지휘관님.

모닥불이 루시아의 맑은 눈동자에 비치고 있었고, 그녀는 신중하게 종이를 접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뒤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종이 찢어졌다.

어... 망했네요.

루시아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귀퉁이가 살짝 말린 노트에서 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타오르는 장작의 부드러운 속삭임이 희망의 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바닥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구조체와 인간은 그 아름다운 바람을 현실로 피워내고자 했다.

종이를 접는 과정은 생각보다 정교하고 복잡했다. 루시아는 계속해서 도전했지만, 그녀의 손놀림은 여전히 미숙했다.

네, 좋아요.

루시아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주름진 종이를 건넸다.

주름진 종이를 만지작거리던 중 우연히 스친 손끝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문득 떠오른 네잎클로버의 형상과 종이가 머릿속에서 맞물리며, 수수께끼의 실마리가 서서히 드러났다. 의외로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

루시아의 손끝에서 앙증맞은 네잎클로버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시, 지휘관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어있는 루시아를 발견했다.

루시아의 시선은 지휘관에게 멈춰 있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그녀의 눈동자를 별처럼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네... [player name] 대장님.

둘만의 암호가 통한 듯 루시아의 굳은 표정이 스르르 풀리며, 경직된 몸도 서서히 풀어졌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평화로운 순간이네요. 복잡한 문제도 시간의 압박도 없어서 그런가 봐요.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좋네요.

달빛이 산과 들을 부드럽게 감쌌고, 숲속 주둔지에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종이를 잘못 접어서 기분이 나빠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루시아도 접기 순서를 놓친 듯, 이미 형태가 잡혀가던 작품을 다시 펼치고는 설명 영상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흔들리는 불빛 아래, 그녀의 손에 든 하얀 종이 위로 검은 글씨가 보였다.

아, 이거 말씀이세요?

그녀는 왠지 긴장한 듯 보였다.

괜찮아요. 저는 지휘관님께 숨길 게 없으니까요.

사실은...

손에 든 종이를 펼치자, 몇 개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문장들이었다...

지휘관님이 즐겨 읽으시던 작품들이에요.

그녀가 곁에 있던 노트를 펼쳤다. 그 안에는 수많은 책 제목과 문구들이 정갈한 글씨로 빼곡히 담겨 있었다.

기체 적응 훈련 중에도 시간을 내어 도서관에 들러서, 지휘관님이 이야기하신 책들을 한 권씩 찾아봤어요.

지휘관님이 감명 깊게 읽으신 작품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루시아는 고개를 숙여 노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은 무의식적으로 글씨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볼 때마다 기록해서, 이렇게 소중한 문장들이 가득한 노트가 되었어요…

행복을 담은 문장 중에서 가장 특별한 구절을 골라, 네잎클로버 모양으로 정성스레 접어 지휘관님께 전하고 싶었어요.

설명 영상을 따라 한 번 더 종이를 정성스레 접어 나갔다. 마치 작은 기적이 일어난 듯, 두 사람의 손끝에서 네잎클로버가 동시에 피어났다.

성공했어요!

루시아는 자신이 직접 만든 행복을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똑 닮은 종이 네잎클로버를 루시아에게 건네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 작은 행운을 살며시 받아들였다.

분명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

모닥불이 비추는 그곳에서 두 네잎클로버가 서로를 향해 건네졌고, 손끝의 따스함이 아직 종이 위에 남아 있었다.

루시아는 마치 보물을 대하듯 작은 네잎클로버를 조심스레 감싸고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른 저녁이네요.

제가 이곳에서 겪었던 전투에 대해 말씀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