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서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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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서염·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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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지형이 복잡하고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탓에, 일부 지역은 덩굴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 지나가기 힘들었다.

이 방향이 아니에요.

목표물이 방향을 바꿨어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네요.

네, 이곳은 지형도 험난하고, 앞쪽은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구역이에요. 소리의 위치가 계속 바뀌어서 추적하기가 쉽지 않네요. 대략적인 방향만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하네요.

앞쪽엔 수원이 많지 않아서 물에 휩쓸렸을 가능성은 작아요. 아마도 동물이 물건을 가져갔을 것 같네요.

오전에 새 둥지 근처에서 발성 장치를 발견했던 걸 생각해 보면 틀린 추측도 아니었다.

네, 바로 앞에 있어요.

사냥개

멍멍!

이 구역에는 아직 회수하지 못한 발성 장치가 두 개 남았다. 이제 이걸 찾았으니 마지막 하나만 남은 셈이다.

지휘관님?

네.

거대한 나무가 하늘 높이 기둥처럼 우뚝 서 있었고, 잎사귀에 고인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비늘 같은 나무껍질을 따라 올려다보니,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상처들이 가득했다. 루시아는 그 나무 아래서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로 봤을 때... 여기가 맞아요.

루시아는 고개를 들어 높은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서염 기체 덕분에 수직 비행이 가능해서 다행이에요. 이 장비가 없었으면 저 높은 나무를 직접 올라가야 할 뻔했어요.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요. 나무가 높아서 지휘관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요.

평소답지 않게 루시아가 단호하게 요청을 거절했다.

가까이서 보니 이 나무의 높이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지상용 방호복과 외골격 장비를 착용하더라도 나무 위의 상태를 모른 채 오르기에는 너무나 위험해 보였다.

준비 시간은 짧았다. 서염 기체의 분사 추진기가 즉시 가동되었고, 루시아는 안정적으로 상승하며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하얀 소녀는 마치 흰 새처럼 날렵하게 나뭇가지 사이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루시아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그녀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주변의 고요를 깨지 않으려는 듯했다.

루시아

지휘관님, 위에 나무 구멍이 있어요. 안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나무 구멍 안에 무엇이 있는지 열심히 살피는 듯했다.

루시아

이건 깃털… 이건 감촉이 이상한데 돌 같아요... 이건 솔방울이네요.

이렇게 많은 물건이 쌓여있는 건 다람쥐가 모아둔 게 틀림없었다.

루시아

찾았어요, 여기 있네요.

루시아는 공중에서 몸을 돌리더니, 무언가를 본 듯 갑자기 멈춰 섰다.

그녀 등 뒤의 리본이 바람에 휘날렸다. 흩어지는 그림자 때문에 그녀의 실루엣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 지휘관님, 지금 내려갈게요.

지휘관의 부름을 듣고, 하얀 새가 고요한 하늘을 가르며 내려왔다. 지휘관 앞에 착지한 루시아의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기쁨이 서린 눈동자가 보였다.

방금 위쪽에서 마지막 장치를 발견했어요. 바로 저기에 있어요.

루시아는 손을 뻗어 지휘관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

가시죠, 지휘관님.

연못을 발견했어요. 꽃과 푸른 풀로 둘러싸인 연못에서 개구리들의 경쾌한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기억나시나요, 지휘관님? 제가 예전에 드린 노트 말이에요.

"새벽인 지금, 저는 포탄 구멍 옆에 앉아 있어요. 이 포탄 구멍은 엄청 크고 안에는 아직 물이 고여 있어요."

"이곳은 초원이었던 것 같아요. 포탄 구멍의 주변은 들춰진 황갈색의 흙으로 가득하고, 제 옆에는 뒤집힌 흙덩이 위에 연홍색의 작은 꽃 한 송이가 자라고 있어요. 리브가 여기에 있었다면, 분명 이 꽃의 이름을 알았을 거예요."

많은 시간이 흘러 누렇게 변한 노트에는 소녀가 지상에서 겪은 일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기록되어 있었다. 검은 머리 소녀가 초원에 앉아 주변의 풍경을 조용히 글로 담아내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출발 전 임무 브리핑을 보는 순간 기억이 떠올랐어요. 과거에 제가 임무를 수행했던 곳이 바로 여기예요.

침식체들이 제거된 후 모습이 너무 달라져서 같은 장소인지 긴가민가했는데 저 연못을 보고 확신이 들었어요.

네, 예전에 전투했던 곳이에요.

초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연못은 놀라울 만큼 넓었고, 당시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차피 지난 일이에요, 지휘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루시아는 지휘관의 걱정을 눈치챈 듯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의 따스한 온기로 지휘관의 마음속 근심을 서서히 덜어주었다.

예전에 편지를 쓸 때만 해도 작은 꽃 한 송이밖에 없었는데... 생명이란 정말 강인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저 잔디밭에 수많은 꽃이 만발해 있어요.

지휘관님, 이걸 직접 보셔야 해요. 너무 아름다워요.

연못 주변을 따라 피어난 찬란한 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사냥개가 재빠르게 작은 꽃밭으로 뛰어들었다가 금세 고개를 내밀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특히 코끝에 묻은 보라색 꽃잎이 앙증맞았다.

그것을 본 루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여기 정말 많이 변했네요, 지휘관님.

이전에는 이런 작은 생명도, 아름다운 풍경도 없었어요. 오직 침식체 무리뿐이었는데...

임무가 끝난 후 저는 바로 공중 정원으로 복귀했고, 이곳의 관리는 보육 구역 직원들에게 맡겼는데, 이런 놀라운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긴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경이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곳의 변화를 지휘관님과 함께 목격했다는 거예요.

루시아는 연못가에 펼쳐진 꽃들의 향연에 취했다. 찬란한 꽃의 물결이 그녀의 눈동자를 물들였다.

옛날 그림 문자로 기록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과거와 현재가 서서히 녹아들어 시간의 경계가 흐려졌다.

당시 루시아는 이곳에 홀로 앉아 소망이 담긴 그림을 그렸다. 먼 미래의 소중한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새겼다.

그리고 다시 찾아왔을 때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옛 기억들은 이제 새로운 색채로 물들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아, 잠시 잊고 있었네요...

발성 장치가 하나 더 남았어요. 관심 있으시면, 임무가 끝난 후 당시 전투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새로운 지시와 함께 사냥개가 꽃밭 속으로 사라졌다. 루시아는 발성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신호음을 놓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평탄한 지형과 루시아가 공중에서 미리 파악해 둔 위치 덕분에 수월하게 수색할 수 있었다. 작은 들짐승이 세 잎 클로버 덤불 아래 숨겨둔 발성 장치를 금세 찾아냈다.

세 잎 클로버네요.

발성 장치를 회수한 후, 루시아의 시선이 다시 클로버 덤불에 머물렀다. 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낮추어 동그란 잎사귀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네잎클로버를 찾는 바보 개구리... 전에 그림책을 다시 한번 같이 보기로 했었죠.

그림책 속 이야기가 현실로 펼쳐지는 순간, 개구리들의 합창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그 노래는 새로운 탐색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고, 그토록 바라던 행복이 덤불 속 깊은 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피어났다.

연둣빛 잎사귀들이 루시아의 섬세한 손놀림에 따라 춤추듯 흔들렸다. 그녀는 세 잎 클로버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당시 전투가 끝난 후,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걸 보았어요. 전 그때 깃털을 주우며 생각했죠. 혹시 저와 지휘관님도 저 새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지 않을까…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소중한 이와 함께 세상 곳곳을 누비며 그 경이로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지휘관님과 함께 다시 이곳에 서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네, 이제는 지휘관님과 함께 세상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요.

외로이 홀로 싸웠던 전장도, 함께 어깨를 맞댔던 전투의 순간도, 지금 우리가 함께 있기에 모든 기억이 새로운 빛으로 물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지휘관님... 이렇게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네잎클로버 대탐험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행운의 신이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란 늘 쉽지 않죠. 그래도 이렇게 함께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특별한 추억이 되었어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덤불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사냥개가 무언가를 물고 모습을 드러냈다.

산이

멍멍!

놀랍게도 사냥개의 머리 위에는 뜻밖의 손님이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바로 개구리였다.

개구리

개굴.

아... 개구리예요!

작은 개구리는 사냥개의 머리 위에서 의기양양하게 개굴개굴 울어댔다.

루시아는 살짝 숨을 들이마시고 망설이는 듯하더니, 용기를 내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의 섬세한 손길이 개구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개구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루시아의 내민 손을 딛고 마치 나비처럼 사뿐히 뛰어올랐다.

지휘관님...!

그녀는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지휘관을 부르며 몸을 돌렸다. 이 경이로운 순간을 꼭 함께 나누고 싶었다.

바보 개구리는 손등 위에서 태연하게 울음주머니를 부풀리고 있었다.

다가오는 시선에 개구리는 깜짝 놀라 순식간에 높이 뛰어올랐다.

개구리가 허공에서 선을 그리며 도약하자, 루시아와 지휘관의 시선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지휘관님, 보세요. 무지개예요.

연못의 동쪽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은은하게 떠 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하루가 될 줄 몰랐어요.

루시아는 손으로 무지개를 살며시 받치고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편에는 수천 가지 형형색색의 꽃들이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