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서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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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서염·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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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는 반쯤 무너진 건물 폐허 앞에서 멈췄다. 재빨리 몸의 물기를 털어낸 뒤, 폐허의 깊숙한 곳을 향해 짖어댔다.

사냥개

멍멍!

여기예요!

폐허 속의 스캐빈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주시했다. 거친 숨소리와 비틀거리는 걸음에서, 그가 도망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다가... 다가오지 마!

진정하세요,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

그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이 숲은 이제 위험해요. 적조가 날이 갈수록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 얼른 이곳을 떠나야만 해요.

젠장! 또 그 헛소리네. 언제까지 같은 말만 할 작정이야!

루시아의 말을 끊으며, 스캐빈저가 격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얼굴에 절망이 스며들었고, 억눌렀던 감정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우린 여기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잘 지내왔다고! 근데 당신들이 갑자기 나타나 위험하다는 핑계로 우릴 쫓아내려 하고... 대체 무슨 속셈이야!

이건 필요한 보호 조치입니다.

그딴 보호는 필요 없다니까!!

우린 여기서 아무 탈 없이 살아가고 있어! 땅을 일구고 수확하면서 하나도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단 말이야. 이런 보금자리를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 당신들이 뭘 안다고?! 그저 위험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릴 내쫓으려 들다니... 말도 안 돼! 도대체 무슨 권리로?!

너희는 편하게 배나 불리면서, 이제 우리 같은 보잘것없는 곳까지 손을 뻗겠다는 거냐?

그 거짓된 보호는 집어치워! 우린 얼마든지 살아갈 힘이 있다고! 정작 우릴 위협하는 건 당신들처럼 불쑥 나타난 침입자들뿐이야!

그의 지친 얼굴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루시아에게 발성 장치를 보여주라 하자, 스캐빈저의 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너... 너희들이?

발성 장치에서 나오는 저주파는 야수의 습격을 피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의식이 없는 침식체가 인간의 위치를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문제였다.

이건... 말도 안 돼...

하지만 이 근처엔 그런 게 없다고! 날 속이지 마!

현재 적조의 확산 속도로 봤을 때, 곧 이 숲까지 퍼질 것이다.

공중 정원에서 제공한 보육 구역 지도에는 주변의 퍼니싱 농도가 경고등처럼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스캐빈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근처 보육 구역의 순찰대 대장이 당신들에게 경고를 보냈을 텐데요.

그건... 그들이 이곳을 독차지하려고...

보육 구역은 이 숲의 자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보육 구역은 여과탑 구역 내부에 농지를 개척했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최소한의 식량 공급은 보장할 수 있었다.

그럼... 그럼 어떡하지...

스캐빈저는 공중에 떠 있는 지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살 수 없게 되면 어떡하지... 우리의 전부가 여기에 있는데... 마지막 남은 씨앗도 이 숲에 심어놨어...

……

그럼 결국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잖아… 우리의 재산도, 우리 모든 것도…

폐허 속에서도 스캐빈저들이 이곳에서 살았던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간단한 비가림막을 설치했고, 심지어 꽃이 피는 식물도 몇 그루 옮겨 심었다.

그들도 열심히 살아가려 했다.

하지만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어요.

희망이라...

보육 구역은 이 숲보다 훨씬 안전한 곳입니다. 보육 구역 제도에 따라 새로운 텐트와 종자를 지원받을 수 있고, 이전 직업 경력이 있다면 일자리도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일... 일자리?

어떤 보육 구역에선 운송기사를 우선 채용하고, 순찰대 대원을 모집하는 곳도 있었다. 각 보육 구역이 하나의 작은 마을처럼 운영되어 여러 가지 직업이 존재했다.

어쩌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어요.

당신은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온 게 아니잖아요?

루시아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그래, 난 혼자서 살아온 게 아니었지...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휘관과 루시아가 들려준 보육 구역의 이야기에 희망의 빛을 보는 듯했다.

난 대장님이 계시고, 친구들도 있고, 형과 동생까지 있어...

다들 숨어 있어. 쫓겨날까 봐 그래…

그는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내... 내가 가서 부를게!

그의 호출에 더 많은 스캐빈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여전히 공중 정원에서 온 루시아와 지휘관을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적어도 대화의 여지는 보이고 있었다.

스캐빈저들의 의문을 하나하나 해결해 주었다. 목이 마를 즈음, 연락받은 순찰대 대원이 숨 가쁘게 도착했다.

사냥개

멍멍!

원래 순찰 중이던 사냥개가 재빨리 관리자에게 달려갔다.

죄, 죄송합니다! 주변에서 침식체를 발견해서 물리치고 나니까 제가 모르는 곳에 와 있더라고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 산이는 잘 있었나요?

산이가 큰 도움이 되어주었고, 자신의 역할도 성실하게 수행했어요.

그리고 혹시 이분들을 보육 구역으로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는 아직 한 구역의 발성 장치를 회수하지 못했거든요...

우리가 폐를 끼쳤네…

순찰대 대원의 지친 모습을 본 그는, 발성 장치가 침식체를 끌어들인다는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괜찮아요. 여러분도 그저 살아남으려고 했던 거니까요.

순찰대 대원은 흔쾌히 스캐빈저들을 데려가는 임무를 수락했다.

오히려 감사드려요. 두 분이 세 구역의 회수 작업을 해내시다니, 역시 정예 소대의 실력은 대단하십니다!

그럼 저는 이분들 먼저 데려가 볼게요. 산이는...

아, 이 사냥개가 바로 산이인데요. 두 분께서 혹시 전에 개를 키워보신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산이가 두 분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여쭤보는 거예요.

예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돌본 적이 있어요.

루시아는 예전에 함께했던 강아지의 모습과 그 강아지를 쓰다듬던 순간이 생각났다.

정신이 돌아오자, 산이가 루시아의 손에 다정하게 몸을 비비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산이도 어릴 때 한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하, 그 정도의 우연은 아니겠죠.

두 분, 다음 임무 때 산이를 데려가시는 건 어떠실까요?

추적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거든요.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거예요.

사냥개

멍멍!

뭘 그리 으쓱대! 내가 잘 훈련해서 그런 거잖아!

그는 다정하게 사냥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시아는 고개를 숙여 산이가 들어 올린 발을 잡았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산이.

사냥개

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