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서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루시아·서염·그중 하나

>

방수 처리된 전투복 표면으로 잎사귀의 물방울이 흘러내렸고, 비가 갠 숲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흙냄새가 코끝에 닿았고, 통신 채널을 통해 루시아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세 걸음 전진하세요.

……

음, 목표물이 12시 방향에 있어요. 소리가 선명하지 않은 걸 보니 흙에 묻혀있는 것 같네요.

구조체의 빠른 위치 파악과 내비게이션 덕분에 1분 후 풀숲에서 이번 임무의 목표물 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표면이 심하게 훼손된 소형 발성 장치가 흙 속에 조용히 놓여있었다. 장치의 불빛이 깜빡이는 걸 보니 아직 작동 중인 것 같았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것은 스캐빈저들이 최근에 연구해 낸 새로운 발성 장치였다.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저주파를 발생시켜 거주지 근처의 야생동물을 쫓아낸다고 한다.

보육 구역 순찰 대원의 보고에 따르면, 이 발성 장치는 실제로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침식체와 이합 생물도 이 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장치에 이끌린 침식체와 이합 생물들이 스캐빈저 거주지 세 곳을 파괴했고, 이에 공중 정원은 발성 장치 제거 임무를 집행 부대에 하달했다.

네, 주변에 있어요. 이쪽은 회수를 완료했어요. 지금 지휘관님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4분... 아니, 3분 후면 도착할 것 같아요.

통신 채널에 잡음이 제거된 바람 소리가 섞였지만, 그녀의 들뜬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루시아는 지금쯤 하늘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새 기체의 성능이 우수해 공중에서 움직임이 매우 좋았고, 그녀의 기동성을 크게 향상했다.

홀로그램 속에서 서염 기체의 각종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변동하고 있었다.

발성 장치 처리는 이번 임무의 목적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번 현장 작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서염 기체의 정기 테스트였다.

3일 전

……

차가운 표정의 수석 연구원이 단말기로 신속하게 데이터를 검증하고 있었고, 맞은편 훈련실에서는 루시아가 능숙하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적합성에는 문제가 없고 성능도 안정적이지만...

……

단말기에서 여러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비교하며 마지막에 새로운 변화를 기록했다.

과학 이사회의 실기 훈련실은 일반 구조체 테스트용으로는 충분하지만, 서염에게는 제약이 너무 크네.

만일을 대비해서 일반 임무를 수행하면서 실전에서 기체 성능을 검증해 보길 권장하는 바야.

일반적인 절차대로 하면 되고, 보충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내가 알려주지.

절차대로 진행하면 돼. 세리카한테 가봐.

데이터는 자동으로 동기화되니, 방해 요소가 있는 구역에서는 동기화할 때 특별히 표시해 두게.

일반 임무는 난이도순으로 진행하되 지휘관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서 오늘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모든 게 이제 시작이었다.

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공중의 나뭇가지가 살짝 흔들리면서 가상과 현실을 관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님!

아... [player name] 대장님.

기다린 시간이 3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루시아보다 더 일찍 도착한 건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가 가져온 물건이었다.

통신 채널에서 배경 소음으로 들리던 거센 바람 소리는 지휘관 앞에 다다르자 부드러운 미풍으로 바뀌었다.

햇살을 가리고 있던 나무 꼭대기가 흩어지고 루시아가 천천히 착지했다. 뒤에서 비추는 아침 햇살이 그녀의 뒷모습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기다리셨죠.

그녀는 손을 내밀었고, 손바닥을 위로 향했다.

이 구역에는 발성 장치가 하나만 남았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적조가 거세게 퍼져나갔고, 이 숲에는 여전히 스캐빈저 무리가 머물고 있었다. 임무 목표는 모든 발성 장치를 수집하고, 가능한 한 이 스캐빈저들을 찾아 보육 구역으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귀로는 발성 장치의 저주파를 감지할 수 없어서 탐색 임무는 자연스럽게 구조체의 몫이 되었고, 그래서 둘은 더 많은 침식체가 몰려오기 전에 발성 장치를 신속히 찾기 위해 따로 행동하게 된 것이다.

지휘권이 바뀌었지만, 루시아는 아직 이 "호칭"에 적응하지 못한 듯 어색해했다.

저를 믿으세요, [player name] 대장님.

루시아는 앞장서서 길을 열어주며 뒤따라오는 지휘관에게 부드러운 손을 내어주었다.

숲에는 숨겨진 위험뿐만 아니라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도 가득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 오전의 햇살이 호수를 비추자, 수면 위로 부서진 빛이 잔잔한 물결을 그려냈다.

응?

루시아가 걸음을 멈췄다.

이건 아마도...

루시아가 발걸음을 멈추고 꽃이 흔들리는 관목 숲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풀잎을 헤치자 바로 앞에서 새끼 새 한 마리가 흙바닥을 비틀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고, 그 옆에는 익숙한 발성 장치가 놓여있었다.

회색 어미 새는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을 알아채지 못했다. 날개를 가볍게 퍼덕이며 둥지로 날아든 어미 새는 부리에 문 먹이를 새끼에게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경계하듯 살폈다.

광활한 숲에서 어미 새는 새끼를 위해 소박하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경이롭네요... 새 생명이에요.

지금 가면 놀랄 테니 잠시 기다렸다가 가죠, 지휘관님.

발성 장치 근처에서 동물을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루시아와 서로 다른 곳을 탐험할 때면, 그녀는 종종 통신 채널을 통해 새로 발견한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해주곤 했다.

다람쥐의 날랜 몸짓부터 노루의 우아한 발걸음까지, 루시아는 숲속의 정령들을 만날 때마다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묘사했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모든 생명체는 그녀에게 끝없는 감동의 원천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여기는 예전엔... 이런 작은 동물들이 없었어요.

새 가족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나지막이 속삭이듯 말했다.

전에 이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곳이 그때 그 장소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네요.

새끼 새가 먹이를 다 삼키자, 어미 새가 우아하게 날개를 펼쳤다. 그 순간 드러난 날개 안쪽의 섬세한 무늬는 마치 붓으로 그린 듯 유려했다. 루시아는 무의식중에 손을 들어 자신의 코팅에 새겨진 날개 문양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어미 새는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졌고 새끼 새는 둥지로 돌아갔다. 발성 장치를 회수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걸로 이 구역의 회수 작업은 끝났네요.

구역 내 마지막 발성 장치가 은은한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루시아가 발성 장치를 조심스레 흙에서 꺼내자, 그 반들반들한 표면에 자신의 모습과 바람에 일렁이는 풀숲이 거울처럼 비쳐 들었다.

지휘관님!

예상했던 교전은 일어나지 않았고,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는 루시아 앞에 멈춰 섰다.

분홍빛 혀를 길게 늘어뜨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이건...?

훈련받은 사냥개도 저주파를 감지할 수 있었다. 분명 발성 장치를 회수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루시아는 쪼그려 앉아 즐거워하는 사냥개 머리를 쓰다듬었다.

멍멍아, 순찰 대원을 놓친 모양이구나.

사냥개

멍멍!

루시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냥개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사냥개는 한 방향을 향해 집요하게 짖고 있었고, 분명히 그들을 특정한 곳으로 안내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잠시만요, 먼저 신분을 확인해 봐야겠어요...

목줄의 인증 칩이 순식간에 반응했고, 깜빡이는 초록불로 목줄의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냥개

멍!

루시아와 지휘관이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냥개가 조급해하는 듯했다.

"우두둑"

근처 풀숲에서 다시 한번 소리가 났고, 루시아와 사냥개는 일제히 소리 나는 방향을 주시했다. 사냥개는 망설임 없이 관목 숲을 향해 돌진했다.

저기 누가 있어요!

임무 시작 전에 순찰대 대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일부 스캐빈저들이 아직도 이 숲을 떠나지 않고 숨어있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