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name]님, 마침 잘 오셨어요.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쉬운 일이에요. 거절하지 않으면 받아들인 거로 할게요.
좋았어! 당신이라면 분명 받아들일 줄 알았어요.
상세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세리카는 테이블에 쌓여 있는 문서를 내쪽으로 밀었다.
양이 많으니 주의하세요. 조금 높이 쌓은 것 같으니 움직일 때 전방에 주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
과학연구 2부서로 가져가시면 돼요. 알겠죠? 알겠으면 출발하세요. 그레이 레이븐 출격!
맞아요. 바로 그거에요!
전 이사회의 회의에 필요한 문서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것도 많이 급해서요. 그러니 부탁 드릴게요!
과학연구 2부서 근처
이 긴 복도를 지나면 과학연구 2부서의 입구가 나온다. 과학 이사회에 속한 부서 중 하나로 주로 공중 정원 운행을 유지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크게는 엔진, 작게는 점검까지 모두 2부서의 담당 범위다.
……!
하지만 부서 입구에 가까이 갈수록 그 안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게 느껴졌다.
폭발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피해를 입힌 것 같았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는 자동 소화 장치가 켜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걱정되었다.
앗!
그리고 안에 있는 누군가가 갑자기 구조를 청하는 건지, 단지 놀란 건지 모르지만 비명을 질렀다. 그래서 황급히 문서를 내려놓고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콜록콜록... 콜록... 어, 지휘관님, 왜 여기에 계세요?
어, 요리를 하고 있는 거뿐인데요.
네? 아...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묻는 건가요? 요리 중이에요.
눈앞은 처참했다. 각종 요리 도구가 테이블과 바닥에 떨어져 있고, 곳곳이 검하게 타 있었다.
그런데 루시아는 이 모든 것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망가진 도구를 주워 분류 후 쓰레기 처리소에 넣었다.
지휘관님이 왜 이런 걸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저 자신을 알아가는 일환이라고 해야겠네요.
전에는 요리를 잘 못 했던 거 같아서 알아가는 동시에 단련하고자 해요. 제 본래 업무는 전투지만 기술 하나 더 늘어나도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성과라면 많죠. 지휘관도 모두를 보면 분명 놀랄 거예요.
그러면 지휘관님은 2부서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건가요? 하지만 그들은 몇 주 전에 새로운 작업 구역으로 옮겼어요.
이곳은 다음 부서가 배치되기 전까지 비어 있는 상태라서 주방으로 사용해봤어요.
지휘관님, 모처럼 왔으니 제 작품을 한 번 맛보시겠어요?
기뻐요. 지휘관님이 거절할 줄 알았거든요. 그럼 잠시 기다려주세요.
지휘관님, 왜 그런 심각한 표정을... 과거의 경험 때문에 신뢰하지 못하는 건가요?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루시아는 갑자기 팔을 잡고 미소를 지으면서 엄청난 기세를 풍겨냈다.
먹기로 하자, 루시아는 뒤의 보온통에서 예쁘게 꾸민 요리를 꺼냈다.
놀라울 정도의 양을 제쳐두더라도 겉만 봐서는 예술감이 넘쳤다. 거기에 멀리서부터 좋은 냄새를 느낄 수 있었지만, 모두 같은 냄새라는 게 신경 쓰였다.
데이터베이스를 따라 만든 거예요. 시간이 좀 걸렸지만 효과는 나쁘지 않죠?
역시 지휘관님은 대단하세요. 이걸 알아차릴 줄은 몰랐어요... 사실 2부서의 특제 화학 향신료를 더해봤어요.
이름만 들으면 좀 위험한 것 같지만 그 자체는 무독무해한 별로 건강하지 않은 식품일 뿐이라고 2부서 연구원이 말했어요.
이 향신료를 주면서 자신도 과자에 이걸 바른다고 하더라고요. 맛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향이 식욕을 돋아준다고 해서 모든 요리에 추가해봤어요.
지휘관님, 일단 이 디저트를 맛봐보세요. 근처에 앉아서 먹을 만한 곳이 없으니 제가 먹여드릴게요.
루시아가 젤리 같은 걸 수저로 뜬 후 입가에 가까이 가져왔다.
지휘관님이 직접 먹든 제가 먹여드리든 결국 먹는 건 같잖아요? 이에 대해 싸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됐으니 입을 벌려보세요. 아~
매끈한 젤리가 입속으로 들어오면서 혀에 쑥하고 미끄러졌다. 루시아의 말대로 위에 발린 이 향기는 "냄새"에만 적용되는 거였다.
혀에 피어오른 맛은 전에 느낀 것과 달랐다. 엄청난 감각이 머릿속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건 전에 루시아가 가져온 검은 물질이었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맛을 보면 그것은 같은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아...
지휘관님, 왜 입을 벌린 채... 아, 또 먹고 싶은 거군요. 제가 다른 것도 드려볼게요.
입이 제어를 잃고 소리를 냈지만, 루시아는 이쪽의 안색이 변한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기뻐하면 다른 "작품"을 하나씩 입으로 밀어 넣었다.
음식이 하나씩 입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복잡한 식감과 맛이 계속 섞이면서 끓고 폭발했다.
왜 눈앞이 갑자기 새하얘졌지.
왜...
왜 또 갑자기 깜깜해졌지?
그리고 곧 깨달았다. 깜깜해진 건 자신의 두 눈이었다.
아, 지휘관님, 왜 갑자기 쓰러지셨지?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