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님, 여기 계셨군요... 다행이에요.
회랑을 지나가는 도중 이곳을 향해 뛰어오는 루시아를 발견했다.
죄송해요, 지휘관님... 전에 그렇게 갑자기 도망쳐서요.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기체가 갑자기 작은 고장을 일으켜서요.
지난번에 지휘관님의 손에 닿는 순간 이상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어서요... 아,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의식의 바다에서 갑자기 맞추기 힘든 데이터의 파동이 일어나서요...
이 파동은 과거 기체의 데이터 파일에 존재하는 건데 줄곧 무시되었던 거예요...
그런데 지난번의 파동이 그렇게 격렬할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제가 왜 손을 잡자고 한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전의 전 지휘관님에게 손을 잡자는 말은 한 적 없죠?
어? 저... 정말요? 하지만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는데요... 절 놀리는 건 아니겠죠? 지휘관님.
역시 그렇군요. 기억을 재편성하면서 조합 중에 오류가 일어난 걸까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의 자신에 적응해갈수록 과거가 더 낯설게 느껴져요... 그래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네요.
전에 손을 잡는 것도 그렇고, 전에 카레니나에게도...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죠. 개인 훈련을 마치고 기술부에 기체를 정비하러 가는데...
루시아, 절대 놔주지 않겠어. 어서 나와 싸우자!
오늘은 반드시 널 쓰러뜨리겠어!
그래. 좋아.
큭, 역시 도망치는 건가. 넌... 어?
어?
당시 카레니나에게 그렇게 답하면 만족할 줄 알았는데 결국은 한참 노려보다가 화를 내면서 떠나버렸어요...
역시 전처럼 계속 거절했어야 하나요?
그렇군요. 역시 동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나 보네요.
제 생각대로요....? 지휘관님은 정말 어려운 문제를 주시네요.
그렇다면 지휘관님 외의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별도로 시간을 더 내야 된다는 뜻이잖아요...
하지만 지휘관님 곁에는 뛰어난 인재가 많아 이렇게 시간을 끌다간... 기존의 나로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지휘관님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데...
루시아가 말을 이어가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네요. 왜 전 그런 일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요. 정말 이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