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 바벨탑 사건으로부터 1주일 후.
단테와 버질은 공중 정원 상업 구역의 한 디저트 가게에 앉아 있었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는 조용했고, 손님도 몇 없었다.
단테는 옆자리에 앉은 버질을 흘끗 바라봤다. 버질은 공중 정원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시집을 조용히 읽고 있었다.
과학 이사회 말이야. 우리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버질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묵묵히 책장만 넘겼다.
어이, 못 들은 척하지 마!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정말 친절하고 성의 있는 대답이네.
버질은 담담하게 또 한 장을 넘겼다.
그렇게 할 짓이 없으면, 차라리 과학 이사회 괴짜들이랑 놀아주지 그래.
단테는 과학 이사회 연구원들의 반짝이던 눈빛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들은 이계에서 온 방문자라는 이유로 온갖 실험과 검사를 끈질기게 요구받았었다.
차라리 패티 생일 파티에 가는 게 더 낫지.
손님, 주문하신 딸기 선데이와 생수입니다.
단테가 선데이를 크게 한입 떠먹더니, 만족스러운 듯 감탄했다.
이건 진짜 꼭 먹어봐야 한다니까?
버질은 아무 말 없이 물만 한 모금 마셨다.
그 나이에 아직도 애처럼 이런 음식이나 좋아하다니.
뭐?!
적어도 너처럼 이상한 책에 파묻히진 않아.
그 순간, 탁 소리와 함께 버질이 책을 덮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단테를 바라봤다.
하, 이제서야 머리를 드네?
내가 괜찮은 훈련장 하나 알고 있는데, 어때?
앞장서.
시뮬레이션 훈련장
공중 정원
공중 정원, 시뮬레이션 훈련장.
어디 보자...
단테가 제어 패널을 조작하자, 훈련장의 배경이 끊임없이 바뀌었다.
오, 바벨탑 배경의 시뮬레이션도 있네?
음악도 틀 수 있잖아? 여기 사람들, 은근히 센스 있단 말이지.
이건 어떠려나...
안 돼. 이건 절대로 안 돼.
한 곡, 또 한 곡. 스피커에서는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단테는 곧바로 넘겼다.
흠…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뭔가 부족해.
이거야!
네로 녀석이 좋아할 법한 곡인데?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버질이 순식간에 단테의 앞으로 다가와, 공중에서 초승달을 그리듯 오른발을 휘둘러 단테의 머리를 노렸다.
이에 단테는 몸을 틀며 양팔을 교차해 그 공격을 막아냈다.
뭐가 그리 급해,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다고.
단테는 재빨리 팔을 돌려 버질의 발목을 잡아챘다.
이거나 먹어!
단테는 왼발을 축으로 한 바퀴 돌며 버질을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버질은 허공을 가르며 솟구쳐 오르더니, 야마토를 뽑아 들고 단테가 균형을 다시 잡기 전, 그 틈을 노려 칼날을 던졌다.
한기가 서린 날카로운 칼날에 단테는 본능적으로 몸을 반 바퀴 더 돌렸다.
야마토는 그의 코트 자락을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단테는 고개를 돌려 아직 공중에 떠 있는 버질을 보더니, 곧장 야마토를 뽑아 버질이 떨어질 방향을 향해 던졌다.
버질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칼집을 수평으로 뻗었다. 착지와 동시에 야마토가 정확히 칼집에 꽂혔지만, 충격의 여파로 잠시 뒤로 밀려났다.
내가 1점 앞서고 있군.
단테는 찢어진 코트 자락을 내려다보며 반박했다.
그건 기습이잖아. 무효. 아직 0대 0 동점이라고.
여전히 제멋대로군.
이어서 단테의 손에 마검이 나타났고, 버질도 야마토를 꺼내 들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그들의 눈엔 오직 상대만이 존재했다.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입가엔 어느새 전율 어린 미소가 번져있었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시뮬레이션 훈련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곧이어 두 사람 사이에서 거대한 기류가 폭발하듯 터져 나와 훈련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오랜만이네, 버질!
마검과 야마토가 부딪치며 튀는 불꽃이, 그들이 가진 힘의 크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세계에 갇혀 다시는 널 못 볼 줄 알았잖아.
상상이 돼?
지루하기 짝이 없네.
그래! 아마 미쳐버릴 테지!
그래도 결국엔 다시 만나게 됐잖아.
우린 계속 얽히게 돼 있어.
숙명처럼 말이야.
다른 세계에 왔음에도, 두 스파다의 아들의 전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춤추는 검의 궤적 사이로, 붉은 선혈이 허공을 가르며 흩날렸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다른 이유로 검을 들었지만, 전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하얀 머리칼은 흐트러졌고, 닮은 외모, 대등한 실력, 같은 피가 흐르는 두 존재는 서로의 검에, 마치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둘은 언제부터 갈라지기 시작한 걸까?
절벽 위에서 맞붙던 그날부터? 아니면 큰 화재 이후로? 아마 그 이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제멋대로네.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너도 그 잘난 척하는 표정 그대로네, 뭐.
허공에 퍼지는 선혈 사이로, 웃음이 번졌다.
버질! 단테!
스파다의 아들들. 언젠가 그 이야기도 끝을 맞이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들의 전설은 여전히 노래처럼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