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오전, 모두가 마을의 외곽에 모였다.
[player name], 이쪽이야!
총 3대 차량이 지휘관을 따라 바벨탑으로 갈 거야. 물자랑 탄약은 충분히 실어뒀어.
시장님이 나를 찾고 계셔. 철수 관련해서 이야기할 게 있나 봐.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사막여우"한테 말해.
안녕하세요, [player name] 지휘관님.
좌표상으론 저 앞이 바로 바벨탑이에요.
바벨탑이... 사라진 건가요?
하지만 모두의 눈앞에 펼쳐진 건 폐허뿐이었다.
아니, 분명 뭔가가 있어. 악마의 냄새가 나.
속임수를 썼나 보군.
공격으로 깨부술 수 있나?
전방의 퍼니싱 농도가 다른 구역보다 살짝 높긴 하지만, 큰 차이 없이 정상 범위에요.
지휘관은 지원 부대 차량에서 바주카 형태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알파의 추측대로라면, 거울의 악마는 대행자 정도의 괴물일 것임이 분명했기에, Ω 무기를 시도해 볼 법했다.
쾅!
Ω 무기의 탄두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폭발음과 함께 터져버렸다.
곧이어 연기가 걷히면서 "허공"에 구멍이 드러났고, 구멍 주변의 왜곡된 빛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로 모든 걸 감춘 거였어. "거울의 악마"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네.
알겠습니다.
지휘관의 말에 지원 부대 멤버들이 남은 Ω 무기를 모두 꺼내 연속으로 발사했다.
쾅——
거듭되는 폭격에, 구멍은 차량이 통과할 만큼 넓어졌고, 그 너머로 바벨탑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거대한 원형탑은 적조 이중합 물질로 뒤덮인 채 창공을 찌르고 있었고, 주변엔 무수한 이합 생물이 날아다니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퍼니싱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어요!
바벨탑 탑 꼭대기
바벨탑, 탑 꼭대기.
마른 중년의 남자가 탑 꼭대기에 서서, 먼 곳의 부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공중 정원의 사람들인가...
구조체들 사이에서도 코트를 입은 백발의 두 남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저건... 스파다의 아들?
다른 악마도 이 세계로 넘어올 가능성을 생각 못 했네.
그의 머리속에 떠오른 건, 과거 마계에서 스파다 형제가 맞붙던 기억이었다.
그땐 보잘것없는 악마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늦었어. 스파다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승격 네트워크와 악마의 힘이 결합된 날 막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는 아직 숨겨둔 패가 있지…
그가 뒤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검은 아우라를 뿜어대던 존재가 정체를 드러냈다. 백발에 어두운 남색 코트를 걸친 그것은... 놀랍게도 버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억과 적조로 빚어낸 생물...
하하하... 미러 이미지라니 재밌지 않아?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는 토마스가 손을 들어 휘젓자, 공중을 맴돌던 수많은 이합 생물이 멀리 있는 그들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
모든 준비를 끝낸 남자는 정적 속에서, 이합 생물들의 포효와 상대의 절규가 뒤섞여 만들어낼 교향곡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저항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남자의 분노를 서서히 일깨우고 있었다.
조용히 해!
네 의지로는... 내 힘을 거역할 수 없어.
바로 그때, 갑작스러운 통증에 무릎을 꿇은 그의 눈가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나왔다.
리카... 리카를 구해야 해...
닥쳐!
고통이 가신 그의 얼굴엔, 다시금 흉악한 기색이 서렸다.
그래, 리카... 그 아이가 있었지.
이합 생물 일부는 리카를 찾게 해야겠어. 그 아이를 데려와, 이 육체로 직접 모든 걸 끝내 주지.
한편, 바벨탑으로 향하는 차량 안. 지휘관은 멀리 뭔가를 응시하고 있는 단테에게 말을 건넸다.
탑 꼭대기에 뭐가 있어.
지휘관의 부름에 리는 재빠르게 복합 무장을 저격 형태로 바꿔, 조준경으로 탑 꼭대기를 확인했다.
확실히 누군가가 있어요. 자료에서 본 토마스와 거의 일치합니다.
그때, 단테가 턱짓으로 리의 복합 무장을 가리키며 버질에게 말했다.
나도 저거랑 비슷한 데빌 암이 있어. 666가지의 형태로 변할 수 있지.
입 다물어.
이합 생물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순식간에, 수많은 이합 생물이 메뚜기 떼처럼 차량 행렬을 향해 몰려왔다.
네!
차량 위 기관총이 총알을 퍼붓기 시작했고, 쏟아지는 탄막이 이합 생물들을 산산조각 냈다. 세 대의 수송차는 널브러진 이합 생물들을 밀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합 생물의 수가 점차 많아지자,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차량에서 뛰어내려 그것들을 처치했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바벨탑까지의 거리는 어느새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
탄약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여기까지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이합 생물의 끊임없는 행렬에 바벨탑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차단됐고, 세 수송 차량은 발이 묶인 채 움직이지 못했다.
지휘관은 이합 생물을 처치 중인 동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럴 필요 없어. 나만 따라와.
버질, 우리 실력 좀 보여줄까?
명령은 집어치워.
거센 바람이 코트를 휘날리는 가운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단테와 버질.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
너만 즐기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
뒤처지지 말고, 잘 따라오기나 해.
자신 있는 모양이네. 누가 먼저 바벨탑 문까지 도착하는지 내기할까?
그 순간, 붉은빛과 푸른빛이 서로 얽히며 두 형제의 몸을 감쌌다.
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기류는 순식간에 주변 이합 생물들을 날려버렸다.
인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마계에서 온 듯한 악마만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버질이 야마토를 칼집에 넣자, 푸른색 구형 영역이 주변 공기를 뒤덮었다.
전부 잘라주지!
버질이 차원참을 시전하자, 무수한 참격이 허공을 가르며 단테의 옆을 스쳐 갔다. 영역 안 이합 생물들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주위는 마치 부서진 유리 조각마냥 빛마저도 일그러트렸다.
내가 1점 앞서고 있군.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두 반인반마는 동시에 바벨탑을 향해 돌진했고, 그들의 질주 아래 이합 생물들이 마치 쓰나미에 휩쓸리듯 나가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