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콜라보 / 슬픈 환상의 노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밤중의 대화

>

뉴 오클레르 마을

9:21PM

9:21 PM 뉴 오클레르 마을

건배!

뉴 오클레르 마을의 주민들은 천성적으로 다른 보육 구역보다 더 대담한 기질을 가진 것 같았다.

이합 생물을 격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몇 주민들은 벌써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늘도 살아남은 걸 축하해."라고 하며 이 상황을 즐겼다.

우리도 슬슬 철수 준비해야 되는 거 아냐?

철수? 지금 상황에선 어디든 위험해. 박쥐들 천지잖아. 다른 데 간다고 나아질까?

망각자든 공중 정원이든 상관없어. 그냥 사람 많은 데로 가면 좀 낫지 않을까?

나야 혼자 살아서 괜찮지만, 진짜 철수한다면 며칠 내로 결정 날 거야.

흠, 그럼 오늘 밤에 짐부터 싸둬야겠네…

단테는 손에 음료 두 잔을 들고 붐비는 인파를 지나 지휘관을 찾고 있었다.

조용히 구석에 앉아 있던 지휘관에게, 누군가 조심스레 잔을 건넸다.

단테

한잔 어때?

단테

아까 보여준 전투 지휘, 꽤 인상적이었어. 앞으로의 협력이 기대되는걸?

단테

하, 아직 보여주지 않은 기술도 있는데, 보면 깜짝 놀라겠네.

단테

그 녀석은 신경 쓰지 마. 사람 많은 곳을 질색하거든.

단테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화제를 돌렸다.

단테

그 여자아이랑은 얘기해 봤어?

단테

그럼, 넌 언제 바벨탑에 갈 생각이야?

단테

좋아. 여긴 금방 마무리되겠네.

이합 생물... 퍼니싱… 비록 나도 많은 악마를 상대해 봤지만, 이곳은 또 다른 종류의 지옥이더라고.

단테

왜?

단테

내가 있던 세계? 글쎄...

단테는 음료를 한 모금 더 넘기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단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너도 눈치챘다시피, 난 보통 인간이 아니야.

마계 출신인 아버지 때문에 몸에 악마의 피가 절반 흐르고 있지.

단테

마계와 인간계 중, 어느 쪽이 "내 세계"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 어쩌면… 그 방 한 칸이 전부였을지도.

단테는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지 멍하니 모닥불만 쳐다보았다.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고, 기억은 공중에서 터진 불꽃처럼 찰나의 빛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때, 단테의 머릿속에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그의 시선은 불빛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옮겨졌다. 그곳엔 벽에 몸을 기댄 버질이 팔짱을 낀 채, 알파와 나직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단테는 버질의 하얀 머리카락과 자신을 닮은 이목구비를 바라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라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단테

네로는 상상도 못 하겠지. 내가 저 녀석이랑 겪은 일들을 말이야.

버질이 단테의 시선을 느끼고 힐끗 쳐다보자, 단테는 웃는 얼굴로 중지를 치켜들어 응답했다.

바보 같긴.

단테는 손을 내리고 말을 이어갔다.

단테

인간계는 가끔 악마들이 설치는 것 말고 딱히 특별한 건 없어. 퍼니싱만 제외하면,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단테

마계는...

단테가 피식 웃었다.

단테

마계는 그냥 역겨운 악마들 투성이지. 그게 다야.

단테

이 세계는…

이어서 단테가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단테

망했어.

단테

그래도 너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는 모닥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테

아직 생존자도 있고, 무엇보다 여긴 피자도 있잖아? 그거면 나쁘지 않지.

그때, 멀리서 차량 행렬 소리가 들려왔고, 마을은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말기에 도착한 리의 메시지.

지원 부대가 도착했습니다.

단테

이제 일할 시간이네.

단테는 잔을 들어 올리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단테

내일 바벨탑으로 출발해야 하니까 오늘은 푹 쉬어.

단테

그럼, 우리의 내일을 위하여.

지휘관은 마을 외곽에서 브리이타와 마주쳤다.

오, [player name].

무기 탄약이랑 동력갑은 여기 둘게.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음?

그 보고서에서 언급한 여자아이?

걱정 마, 나한테 맡겨. 내가 책임지고 잘 지켜줄게!

리카는 마을을 거닐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중 정원의 지휘관과 대화를 나눈 리카는, 그간의 도피로 누적된 긴장감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공중 정원에서 자란 리카는 언제나 영상이나 설명으로만 지상을 접했을 뿐, 직접 걸어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곳, 뉴 오클레르 마을은 그녀가 처음으로 직접 밟아본 지상의 인간 거주지였다.

???

애야...

등 뒤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리카가 고개를 돌리자, 온화한 미소를 띤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기 와서 잠깐 앉아보지 않겠니?

조금 머뭇거리던 리카는 결국 할머니 쪽으로 다가갔다.

할머니는 품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을 열어, 귤 하나를 꺼내 리카에게 건넸다.

자, 이거 하나 먹으렴.

리카가 귤을 받자, 할머니는 옆자리를 톡톡 치며 그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 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됐구나?

네…

너 혼자니?

아빠가 계신데, 지금 이곳엔 없어요. 저를 먼저 피신시켰거든요.

할머니는 무언가 떠오른 듯, 얼굴에 슬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 많이 힘들었겠다…

할머니도 손녀가 있었단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너만큼 컸을 텐데.

살아남았으면 된 거야.

지낼 곳은 있니? 당장 잘 데가 없다면, 우리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 여기서 로봇 수리나 총기 개조, 탄환 제작 같은 걸 배워두면, 어디 가도 밥은 굶지 않아.

우리 집 손주는... 너처럼 얌전하진 않단다. 옷에 가시는 왜 그렇게 달아놓고, 선글라스는 또 왜 그렇게 끼고 다니는지.

머리는 뾰족뾰족 세우고선, 옷엔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니까… 도통 뭔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애는 착해. 요즘은 겉으로라도 강해 보여야 살아남는 세상이잖니.

할머니는 리카를 보고 옛 기억이 떠오른 건지, 아니면 오랫동안 어린아이를 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가족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맥스 시장은 겉보기엔 거칠어 보여도, 속은 정말 다정한 사람이야.

문득 자신만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은 할머니는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에구머니, 내가 혼자 말을 너무 많이 했구나.

괜찮아요. 할머니 얘기 듣는 거 재밌어요.

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을래? 전에는 어디서 살았어?

공중 정원이요.

뜻밖의 대답에 할머니는 살짝 놀랐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빠는 늘 저를 공주님처럼 대해주셨어요.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하시면서요.

많이 바쁘셨지만, 퇴근하실 땐 항상 선물을 사 오셨죠. 그림도 가르쳐 주셨는데… 원래는 만화가가 꿈이셨대요. 그런데 여러 일을 겪으시면서, 결국 그림을 그만두셨어요.

엄마가 아프기 시작한 뒤로, 아빠는 점차 웃음을 잃으셨어요.

그 순간, 기억 속 하얀 병실이 다시 떠올랐다. 리카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였다.

그 후로...

말끝을 흐리던 리카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 후로는...

할머니는 눈앞의 아이가 단지 슬픈 기억에 잠긴 줄로만 알고,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리카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리카의 얼굴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건 혼란이 아닌 분명한 공포였다.

깊은 어둠 속에서 피어오른 어떤 존재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쥐고, 서서히 심연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리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아픔조차 잊은 채, 바닥에 웅크린 그대로 공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 후로는... 무슨 일이 있던 거지?

기억은 마치 덧칠된 캔버스처럼 희미했고, 퍼즐 조각은 제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난... 어떻게 바벨탑으로 가게 된 거지?

병상에 있는 사람은... 나와 엄마 중 누구인 거지?

답이 없는 질문들이 리카의 몸을 싸늘하게 만들었고, 두려움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조금 전, 단테는 지휘관을 만나기 전에 버질을 먼저 찾아갔다.

여긴 어떻게 오게 된 거야?

나도 몰라. 어느 순간 그냥 공중에 나타났어.

…나랑 똑같네.

단테는 턱을 쓰다듬으며, 버질의 손에 들린 야마토를 흘긋 바라봤다.

야마토로 포털 열어서 돌아가는 건?

이곳에서는 포털이 불안정해.

그럼, 당분간은 공중 정원 쪽 사람들을 믿을 수밖에 없겠네.

그 여자아이한테서 느껴진 기운 말인데...

나도 느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