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토마스가 벌인 실험 때문에… 나랑 버질이 이 세계로 끌려온 거란 얘기지?
단테는 답을 찾아낸 것이 홀가분한 듯,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근데, 우리 둘만 끌려온 건 아닌 것 같네.
거울의 악마라... 들어본 적도 없어. 마계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보잘것 없는 놈이겠지.
네.
하, 그건 간단해.
어차피 협력하기로 했으니, 내가 직접 그놈한테 지옥의 맛을 보여주도록 하지.
말을 마친 단테가 통신 화면 너머의 버질을 쳐다보았다.
어이, 나 이 지휘관이랑 협의를 맺었어. 거울의 악마를 처치하는 걸 도와주면, 우릴 원래 세계로 보내주겠대.
너도 함께하는 게 어때?
버질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흥미롭네. 심심풀이로는 괜찮겠어. 나도 바벨탑으로 가지.
그 거울의 악마랑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고 말이야.
단테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조금 전의 영상을 떠올리고는 버질이 말한 "문제"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래… 네 모습을 한 그놈이 이합 생물들을 끌고 다녔지.
그나저나, 어떻게 "이합 생물"이라는 요상한 이름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비록 영상엔 하체밖에 안 나왔지만, 확실히 너 닮았던데?
거울의 악마... 거울... 혹시 다른 사람도 복제할 수 있는 건가?
어떻든 상관없어. 그 악마의 최후는 죽음뿐이야.
형제의 대화가 잠시 멈추자, 루시아가 앞으로 나서며 알파에게 물었다.
알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바벨탑으로 가야지.
잠시 생각에 잠긴 알파가 말을 이었다.
전에 루나가 승격 네트워크 이상 징후를 조사했었는데, 승격 네트워크가 새로운 대행자를 선별하는 것 같다고 했어. 내가 조사하러 나온 것도 이것 때문이야.
최근 이합 생물들의 움직임을 보면, 거울의 악마가 진짜 대행자가 됐을지도 몰라.
알파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속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거울의 악마는 구조체도, 침식체도 아닌데… 어떻게 승격 네트워크에 연결한 것일까?
승격 네트워크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많은 듯했다.
루나는... 어때?
괜찮아. 지금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승격 네트워크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야.
알파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을 끊었다.
그래서, 이름이 버질이라고?
버질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뉴 오클레르 마을로 가야 할 것 같은데, 타고 갈 만한 게 있어?
필요 없어.
버질은 야마토를 꺼내더니, 허공을 향해 천천히 십자 모양 형태를 그렸다. 푸른 섬광이 칼날을 따라 퍼지더니, 마치 꽃이 피듯 공간이 갈라지며 심연의 어둠이 드러났다.
그 광경을 본 알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간을… 베어 열었어?)
버질이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포털이 불안정해.
허공에 그려진 십자 모양의 포털이 일그러지며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다가 천천히 닫혔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알파의 오토바이는 3명을 태우기엔 무리였다.
근처에 누가 있어.
그때, 멀리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요란하게 개조된 픽업트럭과 함께 불량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귀염둥이들이 셋이나 있네?
하하하, 우리 흑풍파를 만나다니 운 좋은 놈들이군.
가진 거 다 내놔!
마침 잘 됐네.
공중 정원
공중 정원.
[player name] 지휘관이 보낸 자료야.
아시모프, 어떻게 생각해?
토마스·헬..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나.
관련 자료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지.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니콜라의 말투에 눈치채기 어려운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전에 이미 말했듯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다만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해서 결론을 얻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몰라.
과학 연구에도 운이 따라야 할 때가 있어. 토마스는 복권에 당첨된 거라 볼 수 있지.
아시모프는 단어 선택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하면 토마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군. 연구원의 노력은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돼.
관련 연구 데이터가 더 있었으면 해. 그럼,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거야.
[player name] 지휘관에게 데이터 회수 명령을 내리도록하지.
다른 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
아시모프는 문을 나서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 지쳐 보이는 니콜라와 하산이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의 연구를 혼자 했을 리 없어.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거야.
그 점은 따로 조사하고 있어.
아시모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쿠로노의 소행이려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봐.
...
하산은 머릿속이 복잡한 듯, 말없이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늘 굳건하고 강인해 보였던 그였기에, 이런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또 다른 세계라...
그건 너무 먼 이야기야. 우선 눈앞의 일부터 해결하자고.
하산은 웃으며 옆에 있는 오랜 친구를 바라보았다.
사실 너도 기대하고 있잖아.
니콜라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지나친 환상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지.
하산은 등을 꼿꼿이 펴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계획은...
사무실 불빛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둘을 비추었다. 이런 장면은 지휘부의 일상이었고,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빛 사이로 분주히 오가며 임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인류는 이런 불빛 속에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