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콜라보 / 슬픈 환상의 노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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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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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이 연결되었고, 화면에는 상대의 이름이 표시되지 않은 채, 오류 코드만 떠 있었다.

(왜 이름이 없지?)

(설마...)

루시아는 급히 지휘관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이합 생물의 최근 동향.

이렇게 직접적으로 침입하는 통신 방식은 루나 측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었다.

통신을 받자, 화면에 나타난 건 알파와 백발의 남자였다.

버질?!

보아하니 이 남자가 바로 단테가 전에 말했던 버질인 것 같았다. 하지만 왜 알파와 같이 있는 걸까?

버질, 왜 그 이합 생물들이랑 같이 있어.

너도 그것들한테서 악마의 냄새를 느꼈잖아.

단테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분노가 담겨있었다.

설마… 또 네가 벌인 짓이야?

너 이 자식!

멍청하긴.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

여기 도착한 지, 겨우 몇 시간밖에 안 됐어.

두 사람의 언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지휘관과 알파는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했다.

알파 역시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제가 알아요.

그건… 거울의 악마 때문이에요.

단테와 버질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화면 한쪽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소녀에게 쏠렸다.

알파는 그 가냘픈 여자아이를 조심스레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네게 연락한 이유가 바로 이거야.

알파가 여자아이를 가리켰다.

방금 전, 이합 생물들 손에서 구출했어.

이합 생물들이 이 아이를 잡아가려 했거든.

배후에 누가 있든 간에, 이 아이가 결정적인 열쇠인 건 분명해.

자세한 건 리카가 말해줄 거야.

말을 끝낸 알파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군데군데 얼룩진 리카의 옷은 오랫동안 세탁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겁에 질린 눈빛과 창백한 안색은 도망자의 신세로 겪어온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단번에 보여주었다.

그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리카는 부담스러운 듯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아요, 리카. 저희는 공중 정원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예요.

그리고 옆에 있는 알파 언니는 엄청 강해서, 리카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예요.

그 말에 알파는 말없이 리브를 힐끔 바라봤다.

이제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저를 따라 심호흡해 봐요.

리브의 차분한 말투에 리카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리카고, 아빠의 이름은 토마스·헬이에요.

그 이름을 들은 지휘관이 고개를 들어 리를 쳐다보자, 리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박쥐 같은 이합 생물들은... 전부 거울의 악마가 적조를 이용해 만들어낸 거예요.

그리고 아빠의 몸을 지배한 거울의 악마는, 높은 탑을 세워 바벨탑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바벨탑 안에는 괴물들이 득실득실했어요. 아빠는 녹화 영상 하나를 주면서, 제가 탈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셨어요.

그러고는... 꼭 공중 정원의 사람을 찾으라고 했어요.

네.

아... 저는 재생 장비가 없어요.

내가 할게.

리카에게서 저장 카드를 받은 알파는 단말기에 연결한 후, 지휘관에게 영상을 전송했다.

파일을 열자, 양쪽의 단말기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 속의 배경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짙은 어둠에 깔려있었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마른 남자가 서 있었고, 주변에는 컴퓨터와 분석 장비들이 즐비했다. 여러 스크린에서 붉은 빛이 퍼져 나왔으며, 그 뒤로는 석조 건물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얼굴에 녹색과 붉은색 빛이 교차하며 비쳐졌고, 깊게 파인 눈가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남자는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내 이름은 토마스·헬 박사. 이 영상을 통해... 나의 죄를 고백하려 한다.

난 원래 과학 이사회의 일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과학 이사회에서 나를 제명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겠지.

나는 시간과 공간을 연구해 왔다. 공간 도약 장치를 개발해, 인간의 발걸음이 빛보다 앞서길 바랐었다.

우주는 끝없이 넓고, 인간의 발걸음은 너무 느렸으니까...

황금시대에 우주 탐사를 떠난 적이 있긴 하지만, "새벽-III" 최고 항속은 겨우 광속의 1%에 불과했다.

느리다... 너무 느리다...

하지만 그건 이제 과거의 꿈일 뿐이다.

모든 건 내 집념에서 시작됐다.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나의 연구 중점은 시간이 되었다.

아내를 되찾으려는 간절함이었다...

환자의 병은 의학 기술의 발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의 의학 기술이 그 당시에도 있었더라면, 내 아내는 유전병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렇게 계속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중에 이중합 탑의 파편을 발견했다.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일 거라 확신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파편이 시공간의 통로를 열어주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무언가도 함께 섞여 들어왔다.

악마...

악마는 확실히 존재하고, 지금 바로 내 몸 안에 있다. 아직은 힘이 약한지 가끔씩 나한테 몸의 통제권이 넘어온다.

하지만 조만간, 난 그 악마에게 완전히 잠식될 거다.

악마는 이미 퍼니싱의 힘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어서 바벨탑도 세웠다.

토마스·헬이 좌표를 입력해, 그 정보를 영상 파일에 저장했다.

바벨탑은 이곳에 있다.

영상 속 토마스·헬의 말과 함께, 단말기에 좌표 하나가 나타났다.

공중 정원의 누군가가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부디... 내 딸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