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빨간 코트의 남자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이합 생물들을 손쉽게 처리해 나갔다.
마치 신의 경지에 다다른 듯한 사격술.
도망가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
몇 안 남은 이합 생물이 도망치려 하자, 빨간 코트의 남자가 거침없이 추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 그는 이미 저 멀리 사라져 있었다.
엄청 열정적인 분이시네요…
잠시만요…
그때, 반대편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player name] 지휘관님 맞으시죠?
녹티스와 함께 뉴 오클레르 마을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당시 만났던 시장의 아들, 반이었다.
벌써 단테 형님을 만나셨나 보네요.
네. 단테 형님은 지금 뉴 오클레르 마을에 머물고 계세요.
저희는 이 보육 구역의 구원 요청을 받고 찾아온 거예요.
폐허가 된 보육 구역을 둘러본 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늦은 것 같네요.
네. 2주 전, 뉴 오클레르 마을도 박쥐 괴물의 습격을 받았어요.
처음에 몰아닥친 이합 생물을 격퇴한 후로 그 수량이 점점 많아졌어요.
다행히, 단테 형님이 나타나서 놈들을 쓸어버리셨죠.
안 그랬으면 뉴 오클레르 마을도 함락됐을 거예요.
이번에 나타난 이합 생물은 예전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맞아요. 무언가 다른 기운이 느껴져요.
단테 형님의 말로는…
저건 악마야.
도망친 이합 생물을 처리한 단테가 어느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단테의 말에 지휘관 일행은 충격에 휩싸였다. 악마란 건 어디까지나 전설에서만 나올법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서 신이나 악마는 발견된 적이 없는 존재다. 이 땅의 모두가 알고 있는 "악마"는 오직—
퍼니싱.
악마가 아니면 뭐겠어.
그 악취가 저 멀리서부터 내 코를 찔렀는데.
나?
단테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붉은 입자를 손에 모아 마검을 소환했다.
악마 사냥꾼, 단테.
뉴 오클레르
뉴 오클레르
수송차가 뉴 오클레르 마을 앞에 멈춰 섰다. 지휘관에게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저번과는 달리, 마을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마을은 담장으로 둘러싸였고, 감시탑마다 구조체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주민들은 상자째로 물자를 나르느라 분주했고, 거리에는 여전히 가판대들이 늘어서 있었다.
단테, 이 사과 좀 먹어봐.
단테는 날아오는 사과를 자연스럽게 낚아채며 답했다.
오, 고마워.
단테, 밤에 한잔 어때요?
기다릴게.
문 앞에 앉아 있던 나이 든 카우보이가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네자, 단테도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단테 씨, 이 마을에서 인기가 많네요.
그러게요.
반은 리브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단테 형님은 우리를 이합 생물의 습격에서 여러 번 구해주셨어요. 이젠 뉴 오클레르 마을에 없어선 안 될 분이시죠.
반은 말하면서 곁눈질로 지휘관의 반응을 살폈다.
지휘관은 반의 의도를 눈치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공중 정원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지휘관 일행이 주점에 도착하자, 단테가 문을 밀고 들어가 모두를 향해 돌아섰다.
어서 와, 뉴 오클레르 마을의 제일 멋진 장소에 온 걸 환영해.
힘든 시기였음에도 주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의 대다수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에 익숙해진 듯했으며, 그들에게는 결국 지상의 평범한 하루일 뿐이었다.
이게 누구야, 단테 아니야!
한 잔 더 줘! 내 친구 단테 것도 같이!
건배!
단테는 금빛 액체가 담긴 잔을 받아 들고 사람들 틈에서 조용한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테, 새로 만든 피자 좀 먹어봐. 네 건의대로 레시피를 바꿨으니, 이번엔 괜찮을 거야.
마침 출출했는데, 잘됐네.
어? [player name], 너도 왔구나!
그래, 공중 정원에서도 올 때가 됐지.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천천히 이야기 나눠.
주점 사장이 자리를 비켜주자, 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단테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눈앞의 인간을 쳐다보았다.
방금 어디까지 했더라? 아, 공중 정원의 지휘관.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악마 사냥 보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음음.
단테는 피자를 한입 베어 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거기서부터 말해줘야겠네.
내가 있던 세계에는 인간계와 마계가 존재해.
?!
왜?
말 그대로 "내가 있던 세계", 뭐 문제라도 있어?
내가 여기서 지난 2주간 본 바로는, 그래.
지휘관은 놀라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계속 얘기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내가 있던 세계에는 인간계와 마계가 존재해. 그리고 마계에는 악마들이 살고 있지.
가끔은 악마들이 인간계로 와 인간을 해칠 때도 있어. 그걸 해결하는 게 내 일이야. 의뢰를 받고, 악마를 쓸어버리는 거지.
무슨 뜻이지?
아.
단테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내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몸에 악마의 피가 절반 흐르고 있거든.
오랜 침묵 끝에 단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겁먹었어?
눈빛 좋아, 마음에 들어.
미안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답은 나도 몰라.
그 녀석이랑 같이 마계에서 악마들 좀 손봐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력한 힘이 날 이끌었어. 정신 차려보니 여기였지.
그래.
그래도 너희들의 세계가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했어. 어쩌면 공중 정원이 날 돌려보낼 수 있을지도.
그래서 말인데, 내가 악마들 처리해 줄 테니, 날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악마... 악마 사냥꾼...
좋은 생각이야.
단테는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소식 기다리지~
...
...
아시모프,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봐?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건 없지만, 지난 몇 세기 동안 관련 이론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게다가...
아시모프는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실제로 발생했잖아.
...
그래. 부정할 수 없지.
나는 협력도 괜찮다고 봐.
악마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단테라는 그자가 이 난제를 풀어낼 결정적인 열쇠가 되겠지. 설령 악마가 아니라 해도...
니콜라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도 결국 인간일 뿐이야.
우린 이미 대행자며 승격자, 그리고 콜레도르 같은 생물체까지 상대해 봤어. 이상한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최전선에서의 구체적인 판단은 너에게 맡길게.
어떻게 됐어?
잘 생각했어.
단말기에 영상이 재생되면서, 참격을 날린 그 그림자가 다시 비쳤다.
그때, 옆에 있던 단테의 눈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곧이어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의 몸을 서서히 감쌌다.
저 녀석…
버질이야.
내 형이지.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단테의 말에 루시아는 반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리의 오른손은 이미 총기에 올려져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챈 단테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
그 녀석이랑은 수도 없이 싸웠어.
내가 아는 버질은 이런 짓 하지 않아.
하지만 혹시라도 이 일과 관련 있는거라면, 내가 직접 처리할게.
삐삐...
지휘관이 말을 이어가려던 그때, 단말기에 통신이 연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