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어?
이런... 왜 이렇게 된 거죠?
왜... 모든 사념체들이...
너 말이야... 그만 좀 중얼거릴래?
여기서 죽을 수 없어요, 싫어요,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윽... 아파요!
그만해. 얼굴 좀 보자.
눈앞에 있는 검은 망토를 입은 소녀의 중얼거림에 질린 알파는 짜증스럽게 그녀를 발로 찼다.
지금 ... 뭘 하는 거예요?
저를... 죽이려고 했던 게 아닌가요?
계속 정신 나간 소리만 한다면 그럴지도 몰라, 일단 일어나.
당신은... 대체...
소녀는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방풍용 망토를 벗어 던졌다.
넌 이름이 뭐야?
프리다... 라고 합니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순순히 말해줬다. 알파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더 특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하네.
뭐, 뭐라고요! 제 이름을 모욕하지 마요!
잘 들어, 프리다. 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할 거야. 적어도 지금은 그래.
...
방금 너희를 공격한 그 흰옷 입은 사람들 말인데. 정체가 뭐야? 혹시 저 캐슬과 관련이 있는 건가?
저 캐슬에 대해... 알고 있는 거예요?
지금 내가 먼저 질문을 했잖아.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방금 그들이 저 캐슬이 나타난 후에 출현한 건 맞아요.
처음에는 본 적도 없는 괴물들이 나타났고, 다음엔 그들이...
어째서...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그들은 어째서...
진정해.
당신... 대체 누구죠? 그 흰색 사념체들과 한패를 먹은 건 아닌 것 같고... 왜 저를 죽이지 않는 거예요?
내가 왜 널 죽여야만 하지?
당신...
설명해 봐.
프리다라는 이름의 소녀는 조금 놀랐지만, 알파의 태도가 아직 그녀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듬거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회랑이 사념체로 이루어졌다는 건 알고 있겠죠?
하지만 사념체는 자연적으로 소멸되지 않아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그 과정을 촉진해야 해요.
이 세계는 사념체 간의 투쟁으로 유지되고 있고, 죽은 사념체는 해체되어 회랑으로 돌아간 후, 재조합을 거쳐 새로운 사념체로 탄생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념체가 새로운 투쟁을 일으키고...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세계 사념체들은 기본적으로 만나자마자 싸움을 시작하고, 중재할 가능성마저 없거든요, 어느 한쪽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투쟁... 간단히 말하면, 의지 간의 상호 살육인 건가?
그녀의 세계에서도 인간들 간의 투쟁은 멈춘 적이 없었다. 이익, 감정, 이념,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말이다.
두 의지가 가까워질수록 서로 상처를 입히게 됐다.
그리고 이 회랑 세계에서 이런 갈등들이 이렇게 직관적인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었다.
알파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BLACK★ROCK SHOOTER라는 소녀가 자신과 싸운 후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도 수많은 "투쟁"을 거치며 선별된 존재라는 것을 난 느낄 수 있어.
방금 전부터 계속 의미 없는 말을 하고 있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넌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인"이야. 그래서 넌 나에게 "처치"당할 수밖에 없어.
회랑은 하나의 "거울"이다...
알파는 문득 장인의 설명을 떠올렸다. 그 비유 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어째서 그걸 모르는 건가요?
그 질문의 답은 아주 간단하지, 난 이곳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야.
나는 "외부인"이고, 여기서 말하는 규칙을 지킬 관심도, 필요도 없어.
외부인이요?
예전에 다른 사념체한테 들은 적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에요.
아직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저 캐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
알파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은 프리다는 급하게 한쪽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다급함과 걱정이 어려 있었다.
저... 제가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먼저 마을에 한 번 들러야 해요. 확인해야 할 것이 있거든요.
마을?
설마 마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 거예요?
...
그... 그러니까... 그게... 당신이 무식하다고 말한 건 절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요.
알파는 칼을 뽑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프리다에게 계속 물었다.
네 설명대로라면, 사념체 간에는 어떻게 상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지?
처음엔 그렇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렇다고 해도... 아주 큰 규모는 아니에요.
어떤 사념체들은 쉽게 패배하지 않으려고 서로 뭉쳐서 작은 집단을 형성했어요. 많은 경우, 서로 다른 집단들 간의 사념체들이 전쟁을 벌이기도 하죠.
알겠어. 일단 길이나 안내해.
프리다의 말을 끊은 알파는 자신이 알아야 할 부분만 들었다.
저를... 따라서 함께 갈 생각이에요?
너한테서 얻은 정보로는 충분하지 않아.
알파는 프리다가 더 많은 정보원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면,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네 동료들에게 해가 될까 봐 걱정돼?
아니... 뭐, 어차피 제가 안내를 거절하면, 저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하잖아요.
프리다는 혼자 중얼거리며 살짝 주먹을 쥐었다가 금방 풀었다.
그리고 자신의 표정을 감추려는 듯, 다시 망토의 후드를 쓰고 앞장섰다.
회랑의 하늘은 어느새 적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수많은 적색의 희미한 빛이 구름 아래로 흩어져 하나의 방향으로 끝없는 빛의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띠가 도달한 끝에는 거대한 캐슬이 있었다.
캐슬의 가장 깊은 곳.
하얗고 밀폐된 누각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중앙에는 긴 왕좌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위에 앉아 있는 소녀가 바로 "킹"이었다.
...
무수한 붉은 빛의 입자가 열린 창문을 통해 왕좌 아래로 흩날리며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것들은 형태를 이루어 하얀 실루엣으로 응집되었다.
...
순백의 전사가 그녀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러가라. 그리고 마지막 원정을 계속 진행해라.
흰색 사념체들은 그녀의 명령에 따라 묵묵히 방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캐슬의 군단에 편성되어 즉시 출정할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침식체와 이합 생물로 이 세계의 사념체들을 소멸시켰고, 그 후 승격 네트워크를 이용해 회랑에 간섭함으로써 죽은 사념체들이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수집한 사념체들을 이용해 자신만의 군단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 회랑의 서로 죽고 죽이는 법칙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명령만을 따르는 꼭두각시들로 만들었다.
그들을 만났나?
그녀는 방 한쪽 기둥 뒤 그림자에게 물었다. 초록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빛이 비치는 쪽으로 두 걸음 나오더니 기둥 옆에 기대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둘 만나봤어. 지금쯤 이쪽으로 열심히 오고 있을걸.
괜찮아. 남아 있는 그... "보루"의 반응이 사라진 걸 보니, 그녀도 곧 알아서 찾아올 거야.
그리고 네 숙적 말이야... 그녀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거야.
이 세계를 개조하는 데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어. 가능하다면, 가장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어.
이해가 안 가네. 왜 그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
그럼, 넌 왜 나랑 협력하는 거지?
널 돕는 게 아니야. "그 아이"가 분명 널 막으러 올 거거든. 난 그녀와 함께하는 것보다 다시 한번 싸우고 싶어.
그녀와의 싸움에서만 내 가치를 느낄 수 있어. 그 외 일엔 별로 관심이 없거든.
흥... 생각도 참 짧다니까.
음... 세계를 정복하는 게 더 지루하지 않아?
정복? 아니. "개조"야.
이 세계는 너무 야만적이고, "선별" 방식도 아주 뒤떨어졌어. 끝없는 싸움과 약탈로 태어나는 문명은 결국 폭력으로 가득할 뿐이지.
내<//승격 네트워크>가 여기 왔으니, 불합리적인 모든 걸 끝낼 거야.
먼저 의미 없는 투쟁을 중단시키고, "선별" 규칙을 갱신할 거야. 그걸 토대로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 낼 거고.
그게 "세계 정복"을 다른 식으로 포장한 거잖아? 뭐... 이유가 뭐든 나랑 상관없지만.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결국 너도 내<//승격 네트워크>가 선별할 대상이니까.
하나의 세계에 두 가지 "규칙"은 필요 없어.
그럼, 너무 지루하지 않기를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