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콜라보 / 거울 미로 속의 불꽃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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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날리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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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얼마나 계속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칼날과 검이 다시 맞부딪혔고, 두 색의 번개가 교차하는 것처럼 번쩍였다.

검과 칼의 대치는 잠시뿐이었다. 알파는 자세를 바꿔 몸을 왼쪽 앞으로 미끄러지게 해 검은 옷의 소녀가 균형을 잃도록 했다.

하지만 상대는 재빨리 몸을 비틀어 왼발로 반 바퀴 돈 뒤,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알파에게 검을 겨눴다.

……

……

양쪽의 숨소리는 조금씩 거칠어졌고, 알파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흥분이 스쳤다.

그 겨울 요새에서 일이 있고 난 뒤, 알파는 오랜만에 전력을 다해 전투를 치르는 것이었다.

강하네.

서로 대치하는 가운데, 갑자기 검은 옷의 소녀가 알파에게 말했다.

흥... 네 칭찬에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

말투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알파의 경계심은 전투 전보다 더 심해졌다.

알파는 소녀의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상대의 전투력은 매우 강력해서, 공중 정원에 이렇게 강한 구조체가 갑자기 나타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시험하는 동안, 알파는 상대의 몸에서 퍼니싱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는 검은 옷의 소녀가 승격자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너도 수많은 "투쟁"을 거치며 선별된 존재라는 것을 난 느낄 수 있어.

방금 전부터 계속 의미 없는 말을 하고 있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넌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인"이야. 그래서 넌 나에게 "처치"당할 수밖에 없어.

그것들?

알파가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먼저 반응해 버렸다.

몸을 돌려 칼을 휘두른 알파는 뒤에서 다가오는 "무언가"를 반으로 베어버렸다.

이합 생물?

칼날에 반으로 갈린 이합 생물은 완전히 죽지 않았고, 몸부림치며 알파에게 기어갔다. 멀리서, 더 많은 이합 생물과 침식체들이 나타나고 있었으며,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이합 생물이 왜...

이중합 탑이 나타나 이합 생물이 변화를 겪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자신들보다 강한 승격자를 주도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평범한 침식체들도 섞여 있었다.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건가?

알파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 옷의 소녀 역시 그녀에게 달려드는 이합 생물과 싸우고 있었다.

검은 옷의 소녀는 검은 대검으로 이합 생물 하나의 몸을 꿰뚫었다. 같은 순간 새 모양의 이합 생물들이 공중에서 공격해 오자, 그녀는 정확하게 머리 위로 총을 쏘아 그것들을 격추했다.

포탄이 터지며 생긴 기류가 소녀의 후드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길이가 다른 검은 트윈테일이 드러났다.

검은 옷의 소녀는 이합 생물과 싸우느라 집중하고 있는 알파를 한 번 바라봤다. 그녀는 맑은 파란 눈동자를 깜빡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

검은 옷의 소녀는 포구를 알파에게 겨누더니, 한 발의 포탄을 쏘아 알파 뒤의 이합 생물들을 박살 냈다.

도와줄래?

검은 옷의 소녀는 눈짓으로 알파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뜻은 눈앞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장난해?

소녀의 변덕스러운 태도에 짜증이 났지만, 알파는 칼을 들고 이상 행동을 하는 이합 생물들을 먼저 처리한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검은 검이 마지막 이합 생물을 벴다. 그러자 이합 생물이 마지막으로 귀청을 찢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거리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검은 옷의 소녀는 이합 생물의 사체 더미 옆에 서 있는 알파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잠시 생각한 후, 결국 검을 땅에 꽂았다.

BLACK★ROCK SHOOTER.

뭐?

알파는 잠시 멍해졌다가, 상대가 처음에 물어봤던 질문에 대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알파는 쉽게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의 작은 태도에 손을 얹고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검은 옷의 소녀는 그런 알파의 적의를 무시한 채, 분위기를 읽지 못한 것처럼 계속해서 알파에게 다가왔다.

너의 몸에서 저들과 같은 기운이 느껴져, 널 그들의 "동료"로 착각했어.

검은 옷의 소녀는 쓰러져 있는 이합 생물들을 가리키고는 알파를 공격한 이유를 설명했다.

"퍼니싱"때문이라고? 장난해?

하지만, 너는 "퍼니싱"이 뭔지, 그리고 "승격자"가 뭔지 모르는 것 같군.

퍼니싱... "이쪽 세계"에는 원래 그런 개념이 없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이쪽 세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 어떻게 오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아?

……

검은 옷의 소녀가 반문하자, 알파는 혼란에 빠졌다.

알파는 평소처럼 지상을 달리면서 루나와 승격 네트워크의 심층 연결을 차단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 소녀에게 공격을 받게 됐는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BLACK★ROCK SHOOTER

그럼, 저 캐슬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어?

α

캐슬?

알파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검은 옷의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그 순간, 알파는 눈앞의 광경에 놀랐다.

수없이 많은 기이한 창조물과 기적을 목격해 왔지만, 지금 알파의 눈에 비친 광경은 그녀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저 멀리 구름 속에 우뚝 솟아 있는 캐슬이 보였다.

주변의 폐허 같은 풍경과 달리, 그 흑백의 캐슬은 무척 화려하고 장엄하게 보였다.

알파는 자신의 시각 장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며,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캐슬은 그대로 있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지상에 나타날 수 없는 존재였지만, 그 캐슬의 존재감 때문에, 알파는 이것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BLACK★ROCK SHOOTER

너의 세계에도 저런 캐슬이 존재해?

α

……

물론 그런 건 없었다. 그러나 검은 옷의 소녀의 태도와 방금의 대화를 통해, 알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은 그녀가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니며, 퍼니싱이 침식한 그 지구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알파는 이 정체불명의 소녀를 주시했다. 그녀의 왼쪽 눈에 있는 불꽃은 알파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