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코, 아스코!
엠브라는 미친 듯이 아스코를 향해 달려갔다.
아스코, 아스코!
……………………
아스코, 아스코!
흔들지 마요, 엠브라. 제가 한번 볼게요...
리브는 손을 뻗어 엠브라를 제지하려 했지만 엠브라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아스코를 흔들어댔다.
……………………
아스코, 아스코!
다른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어요. 예전엔 생체공학 로봇의 프로그램에 감정을 입력하긴 했지만 그건 결국 거짓의 감정이라고요.
그냥 "슬플 때는 울어야 한다고" 입력되었을 뿐, "슬픔"이 뭔지는 모르는 거죠.
"옆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었다는 것, 죽었다면 슬퍼해야 할 것..."
자신의 선택인 것 같지만 결국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건가...
로봇은 AI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니까. 그리고 AI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잖아.
로봇들의 모든 행동은 기본적인 초기 설정에서 최적으로 여겨지는 것을 선택한 결과일 뿐이야.
슬플 때는 울어야 하지만, 로봇들에게는 "슬플 때는 울면 돼" 정도로 입력되어 있는 거지.
왜 슬픈 건지. 왜 우는 건지. 이런 건... 오직 "영혼"만이 알 수 있지... AI는 불가능해.
………………
루시아는 아무 말 없이 아스코를 흔들고 있는 엠브라에게로 걸어갔다.
엠브라, 그만해.
아스코, 아스코!
엠브라는 여전히 루시아의 말을 무시한 채 아스코를 흔들고 있었다.
엠브라, 그만해.
루시아는 손을 뻗어 아스코와 아스코를 흔드는 엠브라의 상체를 꾹 눌렀다.
엠브라, 그만해. 이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의, 의미가 없다고?
우리한테 해결방법이 있어.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면 안 될까?
………………
엠브라는 상반신을 돌리더니 묵묵히 당신들을 지켜보았다.
"지식"에 이런 건, 적혀있지 않았어. 아스코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요.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모르겠어. 하지만, 아스코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면.
만약 너희들의, "지식"으로, 가능하다면...
엠브라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레이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엠브라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뒤로 물러섰다.
왜, 고마워?
이런 건 로봇들 프로그램에 설정되지 않은 내용인 것 같은데. 자체적으로 진화한 건가...
저 로봇들, 연산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데... 이 정도 AI도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잘 모르겠어... 일단 리브가 아스코를 복구하게 놔두자.
알겠어요. 지금부터 진단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
리브가 아스코를 치료하는 내내, 엠브라는 가만히 옆에 서서 아스코를 바라보았다.
당연하게도 다른 로봇들과 다른 녹색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방금 전 미친 듯이 아스코를 흔들던 게 그녀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지휘관님.
지휘관님이 보시기에 저희는 인간과 로봇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저도 알아요. 저희는 지휘관님의 무기이자... 전 인류의 무기라는 걸요.
…………
그런가요? 분명...
"인간은 너 혼자뿐이야?"라고 하셨죠.
당연하죠.
로봇... 이라고요?
정의요?
네. 제가 인간이든 로봇이든 상관없죠. 전 항상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루시아니까요.
고맙습니다, 지휘관님. 다시 이 사실을 알려주셔서요.
인간이기도 하고 로봇이기도 하다고요?
정의...요?
...네.
?
…………?
그때 지휘관님은 어떻게 대답하셨는데요?
지휘관님이라면 분명 리에게도 똑같이 대답하셨겠죠.
알겠어요. 역시 지휘관님만이 하실 수 있는 선택이네요.
바로 이때, 리가 리브 서포트 작업을 끝내고 다가왔다.
지휘관님.
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네.
지휘관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네.
엠브라는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다.
리브는 아스코를 또다시 스캔한 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 기체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어요.
오는 내내 계속 부상을 입었는데 방금 전 그 충격때문에 체내 구조가 완전히 파괴됐어요...
리브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은 뒤 아스코에게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왜?
?
왜?
아스코는 더 이상 복구할 수 없어요.
아스코, 죽은 거야?
의식을 저장하는 저장기는 여전히 가동 중이지만 이걸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없어요...
아스코는, 새, 기반이, 필요한 거야?
설마...
엠브라...
엠브라가, 그 기반이, 되어줄 수, 있어.
엠브라는, 아스코와, 똑같은, 구조니까.
엠브라는, 아스코를, 흔들고, 또 흔들었지만 아스코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
아스코를, 다시, 깨울 수 있다면.
엠브라는 그렇게 할 거야.
아스코는, 지금까지, 엠브라를 지켜줬어.
그러니까, 엠브라도, 아스코를 지켜줄 수, 있어.
그러니까, 엠브라가, 그렇게, 하게 해줘.
말을 더듬거리던 엠브라는 묵묵히 아스코 옆에 무릎을 꿇었다.
……………………
엠브라는, 검색, 검색을 할 수 없어.
……………………
엠브라는, 아스코를, 다시, 깨우고 싶어.
아니,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엠브라는, 아스코가, 계속 이 세상에 존재했으면, 좋겠어.
……………………
엠브라는 상체로 아스코의 머리를 연 뒤 아스코 머리에 삽입된 구체를 천천히 꺼냈다.
아스코가, 말했어. 여긴 절대, 파괴되면, 안 되는 곳이라고.
저게 바로 코어인가?
이걸, 엠브라의, 몸에, 이식한다면...
...지휘관님.
코어를 자신의 몸에 장착한 엠브라는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엠브라...?
………………
아니요... 기체 활동은 정상이에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뿐이에요. 어쩌면...
같은 몸에 접속된 두 개의 의식이... 매커니즘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동료", 나도 있어.
엠브라가, 그 기반이, 되어줄 수, 있어.
여기, 저기는 모두, "Naraka"지.
횡설수설하던 엠브라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았다.
난, 다른 길을, 걸어, 아버지를, 깨우겠어.
난, 다른 길을, 걸어, 아버지를, 깨우겠어.
엠브라는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며 어딘가로 향해 나아갔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딘가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아스코가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어... 아스코가 하려던 일을 하려는 건가?
응, 따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