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말, 말을 한다고?
확실히 우리 말을 알아듣나 봐요.
이 전에도 적색이나 청색이 아닌 로봇이 있었지만, 그들 중에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로봇은 없었어.
이건 나도 예상 밖이야. 뭔가를 알아낼 수도 있겠어.
누구? 뭐?
너희들에게도 이름이 있어? 아니면 스스로나 누군가가 너희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건가?
아, 아스코.
아스코? 그건...
공중 정원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인문 자료를 읽은 적 있는데 이 이름을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아스코와 관련된 신화를 본 것 같아... 신이 나무를 조각해 만든 남매 중 오빠의 이름이지 않았나?
그런 것 같아...
그럼 남은 한 명의 이름은 아마 "엠브라"겠지.
처,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방금 전 "불량품"과는 달리 일정한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사, 사고가 뭐지?
우, 우릴 파괴하지 않을 거야?
"적색", "청색" 로봇들을 말하는 건가요?
걱정하지 말아요. 우린 그들과 목적이 다르니까요.
너희들, 몸에도 "적색"과 "청색"이 있잖아.
로봇이 상체를 들어 루시아와 리를 가리켰다. 살짝 풀렸던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식고 대치상태에 돌입했다.
루시아는 진정하라는 의미로 로봇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린 그 로봇들과 달리 너희들과 "적대" 관계가 아니야.
내 곁에 있는 청색, 분홍색 구조체와 내 뒤에 있는 인간은 모두 내 "동료"야.
"동료"...?
네, 우린 "동료"예요.
그래.
"동료", 나도 있어.
로봇은 앞으로 한 발자국 움직이며 뒤에 있는 누군가를 숨겼다.
걱정하지 마. 우리 널 해치지 않아. 네 뒤에 있는 "동료"도 마찬가지고.
리는 조금 더 큰 체구의 로봇이 숨긴 작은 로봇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아스코...
안 돼. 엠브라는, 나올 수, 없어.
저 사람들은, "전쟁"과,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엠브라는, 내 동료야. 아버지가, 말씀하신 "여동생"이지.
아스코는, 엠브라를, 지켜야 해.
아스코는, "엠브라"를, 지켜야 해. 저번 "전쟁"에서, 살아남았지.
"전쟁"은, 여러 번, 일어났어. 수많은, "잔해"들이, 있었지. 아스코와, 엠브라는, 여기, 숨어서, 살아남았어.
우리도, 그들도, 다 알아.
적색, 청색, "색깔"이 없는 것. 우린 그걸 위해 사는 거야.
이게 무슨 일이지?
너희는... "전쟁 시스템"이 제작한 개체가, 아냐?
너희들은... 설마... 바깥 세상에서, 온 건가?
루시아와 리는 스스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신분을 로봇에게 알려주는 게 맞는 일인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우리는 "바깥 세상"에서 왔어.
하지만 "지식"에 따르면 밖에는, 더 이상 개체가 없다고 했는데.
오직 "Naraka"에만, 개체가 있어.
너희들, 우리는 모두, "개체"야.
여기, 저기는 모두, "Naraka"지.
………………
말을, 안 하네.
"Naraka" 사람, 같지 않아.
만약 바깥 세상에서, 왔다면...
"지식"에, 적힌 게, 가짜라는 거네.
"지식"은, Naraka와, 개체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거야.
"외부에는 개체가 없다". "오직 전쟁을 통해서만 개체를 보존할 수 있다.", "전쟁을 통해서만 아버지를 깨울 수 있다."
"아버지"가 깨어나신다면, 이 모든 게, 끝날 거야.
문제의 답을 알아낸 건 별로 없는데 풀어야 할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네요.
"아버지"가 깨어나신다면 이 모든 게 끝난다라..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야.
나, 엠브라는, 망설였고, 너무 약해서, "전쟁"에 참여할 수 없었어.
유일한 방법은, 다른 길을, 걷는 거야. 난, 아버지를, 깨우겠어.
Naraka는 그렇게, 할 수 없어.
아버지를 깨운다고?
아버지를 깨워서, 아버지가, 이 모든 걸 볼 수 있게, 할 거야.
우리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께, 보여드릴 거야.
아까 로봇도 비슷한 말을 했었어.
"가장 높으신 아버지는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라" 이런 말을 말이야.
로봇들은... 지금 그들이 겪는 고난을 "아버지"가 아신다면 분명 나서실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맞아요. 만약 "아버지"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면...
그럼 아스코는?
말해...
우린 너희들이 우리가 "아버지"를 깨우는 걸 도와줬으면 좋겠어.
왜?
"아버지"에 대해 묻는 건가?
아스코 또는 엠브라가 우리의 질문에 대답해 준다면.
...그래.
너희는, 외부인인데, 왜 "아버지"에 집착하는 거지?
우리도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거야.
명령을 받고, 움직인다고?
알겠어, 너희들도, 우리들처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
...그래.
그, 그럼 도와줘...
아스코는 엠브라를 가리켰다. 아스코의 손가락 끝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상처가 있었다.
——그곳은 충격으로 인해 일부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으며 금속 피부는 이미 균열을 보이고 있었다. 균열에서는 검은색 윤활액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손상을 입었어. 행동이, 느려졌어.
하지만, 부품을, 찾는다면...
알겠어. 상처를 복구할 수 있는 부품을 찾아달라는 거지?
아스코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언어 시스템에서 이에 대응되는 말을 찾아내지 못한 듯했다.
한참을 침묵한 뒤 아스코는 원형 머리를 앞으로 살짝 굽혔다.
전 괜찮아요. 비록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개체를 돕는 것도 집행 부대의 임무니까요.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전 너무 기뻐요...
"잘 부탁해"? 무슨 뜻이지?
…………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