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들 사이의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 폭발음과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경보음이 도시의 모든 구역에서 메아리쳤지만 로봇들은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리더를 잃자, 로봇들 사이의 전쟁에는 규칙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전투에서 규칙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다른 놈"들을 죽이면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싸우면 되는 것이다.
로봇들에게 이것들은 모두 기본 코드로 작성된 것이며, 어떠한 추리를 통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전쟁이! 필요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소멸! 소멸! 이 땅을 통치할 수 있는 건 우리 파벌 뿐이다!
소멸! 소멸! 이 땅을 통치할 수 있는 건 우리 파벌 뿐이다!
... 삐... 삐...
쿠당탕탕... 쾅... 삐이...
치직... 슈욱... 치직...
…………
로봇들 사이의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갑자기 울린 경보음에 정신이 번쩍 든 그레이 레이븐 소대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성명"을 발표한 뒤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 한 인류 집단이 다른 집단을 향해 "결렬"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그 뒤로 통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계 정부 정보부에서 병력을 출동시켰고...
자네도 결과를 알다시피, 그들은 이미 사전에 계획을 세워둔거야.
모두가 숨은 뒤에서야 그 "성명"을 발표한거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다들 사피엔 학파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결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당시 인류 세계는 거침없이 발전해 황금시대는 행성 간 식민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려 했지.
만일 그때 자네가 인류와 결렬하겠다고 말했어도, 난 분명 자네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결국 그렇게 했죠.
그래,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들의 존재를 다시 발견하게 된 거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임무를 순조롭게 수행하고 있을지 의문이네요.
아시모프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상당히 깊숙한 지하까지 내려갔다더군. 그래서 현재 원격 통신도 연결이 안 된다고 하네.
의장님께서는 걱정도 안 되시나요?
걱정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난 [player name]를 믿네.
파오스의 수석이라서요?
아니, 주변 사람에 대한 태도 때문이야.
만약 [player name]라면, 세상의 이면에 묻혀있는 어둠을 보더라도 자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실 줄은 몰랐네요.
그러니까 내가 의장이 된 거야. 자네가 아니라.
구역 정찰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을 봤습니다.
건물 속 로봇들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있어요.
그저 다들 건물 안쪽으로 전진하고 있어요... 뭐라도 발견한 것처럼요.
전에 벌어졌던 일들로 판단해 보면, 구역의 깊은 곳에 전에 봤던 "불량품" 로봇들이 더 있을 수도 있어요.
상태가 좋다면 이 지하 도시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