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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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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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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카.

네? 무슨 일이시죠?

"사피엔 학파"에 대해 알고있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면역 시대 중기 이전의 일이라면 저에게는 너무나 먼 옛날 일이라서요.

그러고 보니, 면역 시대 초기에 이미 완전히 자취를 감추버렸었지.

100만여 명이 있었던 학파였는데, 어느 날 공개 미디어에서 "인류는 이미 죽었다. 난 지구라는 방주에 올라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라는 선언만 남기고 자취를 감춰버렸지.

뭔가 좀... 사이비 같은데요?

비록 "인류는 이미 죽었다"라는 발언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의장님이 하실 만한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 그냥 갑자기 그들의 실종이 너무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한때 니콜라와 "사피엔 학파"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었지.

비록 황금시대의 합법적인 조직이긴 하지만, "사피엔 학파"는 인류의 종말론을 부풀리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전자가 아니라 밈이다"라고 주장한 탓에 세계 정부의 눈밖에 났지.

그래서 황금시대 말기, 학파 고위층들과 관련된 회색 구역을 핑계로 세계 정부는 학파 멤버들에게 체포 명령을 내렸어.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그런 내용의 보고서는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는 것은...

맞아. 작전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종료됐지.

특공대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300개의 안전 가옥과 집회 장소를 동시에 덮쳤지만 단 한 명도 잡지 못했어.

그 뒤에 니콜라가 나에게 그들은 선언을 발표하기 전에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었지. 그 선언은 계획의 과정이 아니라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말이야.

그들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어.

그 뒤로 아무 흔적도 찾지 못한 건가요?

그래, 그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어. 지상에서 그들과 관련된 단서는 하나도 찾지 못했지.

그 뒤로 곧 퍼니싱이 퍼졌지.

세계 정부 체제는 퍼니싱으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움직였고, 그로인해 학파에 관한 일은 서서히 잊혀졌어.

——어쩌면 지금까지도...

의장님 말씀은...

정말 "사피엔 학파"라면...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조그만 궁금증도 풀었겠지.

시설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있다면요?

무사히 철수할 수 있을 거야. 집행 부대에게 그 정도 능력은 있으니까.

그 뒤의 문제는... 학파가 무슨 목적으로 지하로 숨은 건지에 달려있겠지.

해결했습니다!

내 앞에 서 있던 루시아가 마지막 로봇을 처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구역 안전" 신호를 전송했다.

이쪽도 해결됐어!

눈앞의 위협을 제거한 뒤 구역 정리를 위해 잠시 나누어졌었던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다시 집결했다.

확실히 여기 남은 로봇들은 방금 전 떠난 무리에 비하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우리가 들어온 곳으로 갔다면 지금쯤은 돌아갔을 거야.

그렇다면 이미 다른 곳으로 간 건가...

이 로봇들은 우리를 적대시하지만 퍼니싱 농도는 별로 높지 않았어요. 전에 봤던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침식체는 아니에요.

식별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 같은 거 없어? 모델, 생산상, 시리얼 넘버 같은 거 말이야.

없어...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는 건 관절 깊은 곳에 찍힌 이 표식뿐이야...

...? 이건...

여기 들어왔을 때부터 건물에 걸린 천과 이런저런 곳들에 모두 찍혀있던 원형 표식이야.

물론 이 표식은 로봇들과 지하 도시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밖에 증명할 수 없지.

이제 더 이상 추측도 불가능해.

풀어야 할 문제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네.

조심해! 대량의 행동 신호가 접근하고 있어!

모두들 숨어!

리와 리브는 빠르게 벽을 타고 올랐다. 리는 팔꿈치로 낡은 창문 유리를 깨트렸고 두 사람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 로프를 내렸다.

리와 리브가 로프를 타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 걸 확인한 뒤에야 후방 엄호를 맡은 루시아도 그 뒤를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왔다.

루시아, 건물 내부 진입 완료... 상황은?

직접 확인해 봐.

어둠 속에서 모두의 눈앞에 펼치진 건 "공백"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빈 방이었다.

네 면에는 벽뿐이었고 벽에는 방금 그들이 통과했던 창문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문도 없었고 콘센트, 조명 등 정상대로라면 벽에 설치되었어야 할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이 아니라 "마을처럼 보이는 곳"인 것 같군요.

그저 외형만 그럴듯하게 보일 뿐 실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행동 신호가 건물 아래에 도착했어요.)

(일단 숨어.)

(그래. 이번에는 또 어떤 로봇들인지 확인해 보자고.)

루시아와 리가 창문을 통해 머리를 빼꼼 내밀고 도로의 양쪽을 훑어보았다——

(저쪽이야. 도로 끝에서부터 다가오고 있어.)

수십 개의 로봇이 2열 종대로 선 채 도로의 끝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흐트러진 걸음걸이로 건물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미래는, 허무한 것! 우리는, 통일된, 리더 따윈, 필요 없다!

필요 없다! 필요 없다!

허상! 정확! 집중! 오류!

전쟁! 전쟁! 승자는 오직 우리 뿐!

기계적인 대사를 반복하며 로봇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 이 로봇들... 왠지 좀 이상해.)

(왜 그래?)

(저기 좀 봐... 아까 우리가 봤었던 로봇은 적색이었잖아.)

(하지만 이 로봇들은... 청색이야.)

(다른 소속인가?)

(아직 확신할 순 없어. 일단 지나가게 내버려 두자.)

(하긴, 괜한 분란은 좋을 거 없으니까.)

(리브, 괜찮아?)

(괜찮아요. 면역 시대 전장보다는... 훨씬 더 양호한 수준이니까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마.)

(네... 알겠어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멤버들은 창문이 달린 벽에 붙어 수십 개의 로봇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종종 주위를 둘러보았다.

(갔어.)

소대는 두 팀으로 나뉘어 로프를 타고 건물을 내려왔다.

방금 전 대량의 로봇들이 사라진 곳을 향해 걸어갔어.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계속 수색해 보죠. 왠지 곧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시작이자 곧 끝이다. 나는 결정자이며, 내가 곧 모든 것이다.

나는 혜안의 여우이자, 강인함의 사자다.

내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를 위한 성지를 만들었다. 피와 천공의 야수들을 풀어, 승자에게 왕관을 씌울 것이다.

언제나처럼 난 승리하기를, 멸종하기를, 그리고 왕관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는 성지를 다시 세우고, 야수를 풀어 명령을 내리고, 전쟁을 일으켰다.

나는 모든 걸 바라보고, 모든 것을 내려다 보았다.

나는 집결을 보았고, 행진을 보았으며, 대립을 보았고, 전쟁을 보았다.

난 살육을 보았고, 죽음을 보았으며, 생존을 보았고, 윤회를 보았다.

난 모든 걸 지켜보았다.

난 끝을 보았고, 그 끝을 맞이했다.

난 승리자에게 왕관을 씌워주었다.

수많은 윤회, 수많은 파괴를 거쳐 난 지하에서 아버지를 깨울 것이며, 종결을 선포할 것이다.

아버지는 일어설 것이고, 아버지는 다시 석권할 것이며, 아버지는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사피엔"은 대지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