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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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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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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입구가 열렸어! 수색 대형을 갖춰!

진입!

리는 다른 대원들보다 빨리 폭파로 인해 생긴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전방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리 뒤로 루시아와 리브도 차례로 구멍을 통과했다.

루시아

……

이게 뭐지?

여기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공중 정원을 호출합니다.

방금 지상에 도착했을 텐데... 어떻게 벌써...

시각 신호를 그쪽으로 연결해 주도록 하지.

... 이게 뭐죠?

우리도 그게 궁금해.

왜 은폐 시설이라고 표기된 곳에 지하 도시가 숨겨져 있는 거지?

객관적으로 말하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모르는 사항에 대해선 우리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을 그곳으로 파견한 거고요.

여러분들이 받은 명령은 시설 안쪽으로 진입하는 겁니다. 저희가 여러분의 의문점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단 걸 알고 있을 텐데요.

문제가 생겼으니, 이만 끊도록 하지.

왼쪽으로 이동해 몸을 숨기자.

무언가가 다가오기 전에 충분히 숨을 수 있는 무너진 버스역을 찾아냈다.

무너진 버스역이 만들어낸 작은 동굴에 숨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 멤버들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왠지 익숙한 모습의 이상한 로봇 3, 4개가 아무런 목적 없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이 정도 수라면 우리 전투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텐데.)

(지휘관님 말씀이 맞아. 순찰 중이라면 이 팀 근처에 다른 팀들이 숨어있을지도 몰라.)

(기습을 받는 순간, 남은 로봇들이 바로 다른 팀에게도 경고를 날리는 건가?)

(맞아. 바로 그런 거야.)

그렇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떠도는 로봇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역시나, 거의 똑같게 생긴 로봇 3, 4개가 곧바로 나타났다.

(이 순찰대가 다 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어. 대열을 아주 길게 늘리진 않았을 거야.)

(흠.)

…………

삼삼오오 모인 로봇 순찰팀이 선후로 5팀이 지나갔다. 다섯 번째 순찰팀 로봇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조용히 10분 동안 기다렸다.

로봇 순찰팀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거리는 조약돌이 굴러가는 소리도 메아리칠 정도로 조용해졌다.

(이제 끝인 것 같네.)

루시아는 빠르게 움직여 버스역 옆에서 굴러 나와 사거리와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

도로변에 로봇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루시아는 묵음 링크를 사용해 다른 두 명에게 "안전" 하다는 식별 코드를 전송했다.

메시지를 받은 리와 리브도 버스역에서 나와 사거리 근처로 향했다.

이 로봇들 정말 팀을 나눠 순찰을 할 줄이야. 이건 침식체들한테는 불가능한 일이야.

아까 저희가 쓰러트린 로봇과 순찰을 도는 로봇들에게서 모두 침식이 될 정도의 퍼니싱 농도는 감지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침식체가 아니란 말이야?

계속 전진하자. 이 로봇들이 뭘 지키고 있는지, 뭘 감시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거니까.

응.

모두들 아무 말 없이 도로를 건너 앞으로 걸어갔다.

어서, 움직여!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로, 가는 거야?

저기.

두 그림자는 뒤뚱거리며 건축물 사이의 그림자를 지나가 쓰러진 쓰레기통에 숨었다.

곧이어 수많은 로봇들이 쓰레기통 옆을 스쳐지났다.

로봇들

전쟁이! 필요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몰살! 몰살! 이 땅을 통치할 수 있는 건 우리 파벌 뿐이다!

로봇들의 움직임에 흙과 조약돌이 이리저리 튕겨 나왔다. 그중 일부는 쓰러진 쓰레기통 외벽을 명중했다.

위험, 해!

소, 소리 내지 마.

소, 소리 내지 마.

쓰레기통 옆에 움츠린 두 그림자는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발걸음 소리를 꾹 참아냈다. 로봇들의 움직임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쓰레기통 외벽을 긁었고 마치 쓰레기통을 부술 듯 굉음을 냈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소리는 영원히 이어질 듯 지속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지 않는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부 공터에 흩어져있었다. 건물과 폐기된 잡화점 사이 이리저리 말이다.

그들은 조용히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삐... 삐...

쿠당탕탕... 쾅... 삐이...

치직... 슈욱... 치직...

…………

그리고 주위에는 또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가, 갔나?

그래, 이제, 가자.

두 그림자가 쓰레기통에서 나오더니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반대쪽으로 향했다.

우리,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거야?

언젠가는, 멈추게, 될 거야.

"전쟁"이, 없는, 곳에서.

두 그림자는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널찍한 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도로 양옆 황폐한 건축물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도로를 불규칙하게 회색, 검은색 구역으로 갈라놓았다.

앞으로 나아가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다.

이때 리브가 갑자기 모두 멈추라는 의미로 오른손을 들었다.

——전방에서 대량의 로봇들이 움직이는 신호가 감지됐어요!

순찰대인가?

아니요... 그냥 무리 지어 배회하고 있을 뿐이에요...

... 왜?

어서 가보자. 괜한 추측은 아무 의미도 없어.

하긴, 다들 주위를 제대로 경계해. 조심해서 움직이자.

그들은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는 적을 경계하며 신중하게 거리의 코너를 돌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순찰대도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스캔 결과는 어때?)

(없어요. 하지만 저쪽을 제외하고 이 근처에 다른 로봇 신호는 잡히지 않아요.)

(집결...? 하지만 왜지? 우릴 발견한 건가?)

(아니, 우리의 흔적은 아직 노출되지 않았을 거야. 우리가 입구 쪽에서 만들어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 모인 게 아닐까?)

(운 좋게 양동 작전을 펼친 격이 된 거군.)

(역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좋겠어. 그곳에 도착해야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거리를 따라 계속 전진했다.

황폐한 도시 위에는 정체불명의 로봇 재료와 건축 재료로 쌓인 높은 벽이 우뚝 서 있었다.

벽의 중간에는 허름하지만 무거운 문이 있었고, 그 앞은 혼란스러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로봇들이 떼를 지어 대문 근처에 어지럽게 서 있었다.

하지만 삼삼오오 모여있던 로봇들은 곧 집결하더니 더 큰 무리를 이루었다.

두 무리의 로봇들이 하나의 소대를 이루고 3개의 소대가 1개의 중대를 이루었으며 3개의 중대가 하나의 대대를 이루었다.

그레이 레이븐이 지켜보는 5분 동안 로봇들은 자발적으로 3, 4개의 대대를 형성했고, 식별을 위해 지정된 지휘자에게 돌로 표식을 남겼다.

(정말 빠르잖아! 공중 정원에서 정규 훈련을 받은 대대도 이렇게 빨리 대열을 정돈할 순 없을 거야.)

(그냥 입구에 작은 폭탄 하나 설치한 걸로 이렇게 많은 로봇들이 모여야 하나?)

(저것 좀 봐, 표식을 남긴 로봇이 다른 로봇들 앞으로 걸어 나왔어.)

……

우리에겐, 중요한, 임무가 있다!

로봇들

임무! 임무!

전쟁! 인류의 문명, 책임!

로봇들

책임! 책임!

다들! "Naraka’"의 각 지역에서부터, 이곳으로 모였다!

집결하라! 대열을 갖춰라! 출발하라! "전쟁"을 시작하라!

로봇들

전쟁! 전쟁!

로봇들은 지휘관이 무력의 상징을 휘두르자 큰 대열을 형성하더니 다른 쪽을 향해 걸어갔다.

——20분도 안 되는 사이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 사람들은 군대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낙오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대문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건지, 여전히 대문 쪽에 남은 로봇을 제외하고 방금까지 현장을 가득 채웠던 로봇들은 전부 자취를 감추었다. 대량의 로봇들이 모여있던 곳이라곤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마 이것이 로봇들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군수품과 후방 보급 필요 없이 단순 수량만으로 전투력의 레벨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대대가 멀리 떠났어... 쫓을까?)

(대대는 시설을 벗어났어. 우리의 임무는 "시설에 진입" 하는 거야. 그러니까 계속 임무를 수행하는 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리브, 스캔 시작해.)

(스캔 중이에요... 구역 내부의 적군 수량 중 92%가 사라졌어요. 문 앞에 있는 로봇들만 제거하면 대문을 폭파시킬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면 충분해. 가자.)

(응.)

일단, 여기에, 숨는다.

거대한 그림자가 작은 그림자를 더 깊은 곳에 숨기고 자신은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는, 거야?

앞쪽은, 안전한지, 확인해, 보려고.

큰 그림자가 길가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거대한 철판을 힘겹게 옮겨와 작은 구멍을 가리려고 애썼다.

우리와, 달라! 적이다! 적이다!

이쪽의 움직임을 발견한 듯 멀리서 두, 세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달려왔다.

어서, 들어와!

아니, 내가, 처리할 거야!

큰 그림자는 철판이 완전히 구멍을 막을 수 있도록 철판을 힘껏 밀었다.

구멍에 엎드린 작은 그림자는 강판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었고 강판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멀리서 흐릿하면서도 폭풍우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로봇의 감각 장치에 흘러들었다.

——이건 아까와는 다른, 소리야.

???

자! "전쟁"이다!

로봇

넌 "대표가" 아니야! 이번, "대표"가 아니라고! 넌 누구냐!

???

우리는, "전쟁"을 해야 해! 난, 너와, 싸울 거야!

곧바로 날카로운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격음이 또 한 번 들리더니 무거운 무언가가 바닥에 추락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또 다른 무거운 물체가 다른 쪽으로 무너졌다.

그 뒤로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무거운 물체가 철판 위에 떨어지며 굉음을 냈다.

잠시 후 누군가 철판을 힘껏 열었고 작은 그림자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괜찮, 아?

괘, 괜찮아...

가자, 어서 가자.

여긴, 위험해.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거야?

묻지, 말고... 어서 가자고!

두 그림자가 서로 잡아당기고 머뭇거리는 사이 잔해는 쓰러진 곳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도시의 심층 구역, 도로의 끝에서 다른 거대한 건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서로 잡아당기던 두 그림자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설득한 듯 곧이어 서로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그들은 도로의 코너에서 천천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