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재가 가느다란 비처럼 천천히 흩날렸다. 죽음처럼 고요한 폐허 속에서 그녀들은 온갖 고난을 넘어 마침내 서로를 껴안았다.
네티아는 품에 안긴 앙상한 몸을 꽉 끌어안았다. 힘이 들어간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조금이라도 힘을 풀면, 되찾은 이 기적이 눈앞에서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마르가리타의 차가운 손가락이 등 뒤에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얼마나 오랜 세월을 참아왔는지 모를 가냘픈 흐느낌이 귓가에 들려왔다.
네... 티아?
마르가리타는 네티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상처 입은 아기 새처럼 꽉 막힌 목소리를 힘겹게 쥐어짜 냈다.
마르가리타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부서진 돔 천장 사이로 쏟아진 햇살이 그녀의 얼룩진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었다.
진짜야? 정말... 너야?
마르가리타는 떨리는 손끝으로 친구의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마치 깨지기 쉬운 환영을 마주한 듯한 손길이었다.
나... 나 여기 있어.
네티아는 마르가리타의 차가운 손을 잡아, 마찬가지로 차갑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자신의 뺨에 살며시 갖다 댔다.
나 돌아왔어. 야킨카도 함께 왔어... 카헤티의 모든 사람이 한 명도 빠짐없이 노력하고 있어.
이 도시를 구하려고, 널 구하려고... 다들 돌아왔어.
마르가리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희고 창백한 뺨이 네티아의 손바닥에 가볍게 스쳤다.
문득, 네티아는 자신의 체온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친구의 온기를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네티아… 네 손은 참 따뜻해.
마르가리타는 눈을 감고 네티아의 품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보고 싶었어... 너희들을 너무 보고 싶었어.
쿵!
컥!
마르가리타의 흉부 깊숙한 곳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한 진동이 전해졌다.
그건 심장 박동이 아닌, 딱딱한 무언가가 몸속에서 거칠게 요동치는 감각이었다.
윽!
...?
온몸을 떨며 고통에 입가를 일그러뜨린 마르가리타는 가슴을 움켜쥔 채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안... 안 돼!
마르가리타…?
나무 싹 모양의 빛이 순식간에 마르가리타의 몸을 뚫고 나와 네티아의 눈을 찔렀다.
으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이 마르가리타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와 공기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마르가리—
윽!
마르가리타의 손아귀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더니 강철 집게처럼 네티아의 목을 조르며 그녀의 외침을 막아버렸다.
!!!
잿빛 날개가 퍼덕이며 바람을 갈랐다. 마르가리타는 네티아를 움켜쥔 채 앞으로 돌진해 부러진 나무줄기 사이로 곤두박질쳤다. 공간이 진동하며 부서진 돌덩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쿨럭!!
마르가리타... 나야!
침입자!
뒤틀린 살의가 마르가리타의 얼굴을 다시금 뒤덮었다. 가슴 속 금색 "싹"이 숨 쉬듯 일렁이며 선명하게 드러났다. 빛이 번뜩일 때마다 지하 깊은 곳에서 둔탁한 굉음이 울려왔다.
짙은 붉은 안개가 억눌려 있던 선혈처럼 균열 사이로 맹렬히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적막하던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미 빛을 잃고 사그라들었던 황금 나무의 잔해가, 마치 회광반조처럼 다시금 미약하지만 집요한 금빛을 되찾았다. 안개 속에서 수많은 가느다란 덩굴이 뒤틀리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소리를 뿜어냈다.
윽!
퍼니싱이 가시덤불처럼 소용돌이치며 네티아의 발밑에서 기어오르자,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가슴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네티아는 고개를 숙였다. 약물을 투여받는 가슴의 연한 푸른색 부품에 퍼니싱 침식이 급격히 번지며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저들을... 해치지 마!!
마르가리타의 동공이 떨리며 수축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네티아의 얼굴이 눈동자에 비쳤고, 뒤틀린 시야 속에서 수많은 붉은 실이 그녀의 뺨을 뒤덮어 끔찍한 "침입자"의 모습으로 변하게 했다.
쿨럭... 정신... 차려!
사라져... 사라지라고!!
어둠 속에서 덩굴이 갑작스레 솟구쳐 올라 마르가리타의 등 뒤에 들러붙었다. 그리고 조용히, 치명적인 날을 치켜들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네티아의 흐릿한 시야 가장자리로, 두 개의 희미한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다음 순간, 칼날이 공기를 가르며 네티아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마르가리타!!
총알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순식간에 덩굴을 산산이 부수고, 이 혼란의 흐름을 단숨에 끊어냈다.
침입자!!!
마르가리타가 분노에 차서 포효하자 폐허 내부의 안개가 다시금 격동하기 시작했고, 땅의 틈새에서 가시가 솟구쳐 올라 지휘관의 팔을 순식간에 관통했다.
그만해!!
야킨카가 정면으로 날아오는 가지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가시가 살을 뚫고 피부를 부식시켰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주하는 마르가리타를 향해 돌진했다.
야킨카가 팔을 뻗자, 손목의 구슬 팔찌가 눈부시게 빛났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네티아의 가슴 장치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서지며, 오랜 세월, 영원처럼 마음 깊숙이 묻혀 있던 보라색 사슬 구슬 하나가 튀어 올랐다.
하나는 금빛, 하나는 보랏빛. 마르가리타의 어지러운 시야 한가운데서 두 빛이 서로를 감싸 돌며, 어둠 속에 눈부신 섬광을 터뜨렸다.
붉은 안개가 막 터져 나오려는 찰나, 과거로부터 흘러온 수많은 목소리가 가느다란 물줄기처럼 이어지며 서서히 그녀들의 의식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시간은 마치 무언가에 붙잡힌 듯 멈춰 무한히 늘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