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헤티 위성 도시
동부 교외
헤브론 작전 개시 약 193분 경과
"무덤"에서 초록 신호탄이 확인되자, 위성 도시의 군과 민간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성 연대가 개척한 경로를 따라,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도시를 빠져나갔다.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대열 전원이 도시를 벗어난 직후, "무덤" 방향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 눈부신 화염구가 하늘로 치솟아 벌거벗은 산기슭을 환하게 비췄다.
이 장관은 통신병에게 노란 신호탄을 연속으로 세 발 발사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무덤" 쪽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 장관이 전 병력을 이끌고 "무덤"으로 진격하려던 순간—
하늘을 뒤덮는 붉은 안개가, 믿기 힘든 속도로 밀려와 메뚜기 떼처럼 그들의 머리 위를 집어삼키며 지나갔다.
말... 말도 안 돼!
안개가 차보다 더 빠르다니...
……
공포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붉은 안개에 시달려 너덜너덜해진 신경들은 이상한 광경 앞에서 둑이 터지듯 무너졌다.
엘리… 엘리!!
뭐 하는 거야! 손 놔! 진정해!
안개 속에서 자신의 딸을 본 누군가는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병사의 총을 빼앗으려 들었다.
여기 있어! 나 여기 있다고!!
거기! 저 녀석 잡아! 당장 끌어내!
또 다른 이는 안개 속에서 부모를 보았다. 그는 옷을 벗어 던지고 미친 듯이 개울로 뛰어들어 차가운 물에 머리를 처박았다.
아니야. 넌 독립된 존재가 아니야. 넌 나야. 넌 그저 나일 뿐이라고!
네까짓 것이 뭔데? 넌 내 마음이 만들어낸 환영일 뿐이야. 넌 신을 볼 자격이 없어!
누군가는 안개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했다.
미쳤어! 전부 미쳐가고 있어!!
전원 무기 내려! 발포 금지!
안개가 소리 없이 일렁이는 동안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통제를 벗어났고, 대열은 이미 붕괴 직전이었다.
탕——!
허공을 가르는 총성이 수면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혼돈의 호수 위에 파문을 일으켰다.
카헤티 사람들! 다들 정신 차려!
단호한 외침이 사람들의 마지막 이성을 붙잡으려 애썼다.
우리는 "무덤"을 확보했다! 승리가 곧 눈앞이다! 곧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사람들이 하나둘 이 장관을 쳐다보자, 그는 오른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런 상황을 다루는 건 이 장관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퍼니싱은 우리의 의지를 꺾으려 한다! 하지만 역행자의 후예인 우리 카헤티인의 정신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다!
선열들을 떠올려 봐라! 그들은…
이 장관…
그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입가에 맴돌던 연설이 멈췄다.
왜…
당... 당신들은...
앞에 있던 수많은 얼굴들이 일그러지며, 점점 피와 살이 뒤섞인 형상으로 변해갔다.
왜… 우리와 함께 오지 않았습니까?
그럴 리 없어… 다들 죽었잖아… 어떻게…
당신은… 겁쟁이야…
피투성이 팔 하나가 그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다.
난 겁쟁이가 아니야! 난 당신들의 후손을 데리고 여기까지 살아남았어!
당신은… 배신자야…
썩어 문드러진 머리가 그의 오른팔을 물어뜯었다.
아니야! 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어!
아무도 우리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데… 어떻게 공중 정원을 용서할 수가 있지?
그건…
썩은 살덩이가 몰려들어 그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왜 우리와 함께 오지 않았어?
아니… 난…
으아아아아아악!!!
헤브론 작전 개시 약 206분 후, 황금 나무는 촉매 반응을 완전히 끝냈고, 고농도의 붉은 안개는 순식간에 강 건너편까지 확산됐다.
곧이어, "무덤"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기고, 주력 부대는 붉은 안개에 포위되었다…
이 작전은 존·도가 예견했던 대로, 시작과 동시에 이미 실패로 귀결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