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40 더 아름다운 내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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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0 기나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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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부

카헤티 방사능 구역

황금 나무를 향해 계속 전진하던 중, 거리 곳곳에 남아 있던 침식체들을 처리하자 동력갑의 퍼니싱 경보 장치가 갑자기 벌처럼 윙윙거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붉은 안개 때문에 감지 기능에 오차가 생긴 것 같아. 일단 쉴 만한 곳을 찾자. 내가 점검해 볼게.

두 사람은 널찍한 저택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검게 그을린 타이어 자국을 따라가자, 곧 문이 활짝 열린 차고가 눈에 들어왔다.

차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금빛이 번쩍이는 호화로운 내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거기엔 각종 고급 차량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고, 요란한 색채는 바깥의 폐허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네티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금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여기였네…

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을 밟을 때마다 또각또각 울렸고, 네티아는 무작위로 고른 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와서 앉아.

네티아가 조수석을 가볍게 두드렸다.

푹신한 가죽 시트에 몸을 맡기자 조금 전까지 팽팽했던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옆자리의 네티아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말없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력갑 좀 벗어 봐.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철판 너머에서 링크를 점검할 수는 없거든.

걱정 마. 차단기가 널 보호해 줄 거야.

네티아는 건네받은 부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내부 구조를 꼼꼼히 점검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차량용 패널을 조작해 글자를 입력했다.

곧이어, 잔잔하고 공기처럼 맑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일종의 습관이지. 중요한 보고서를 쓰거나, 집중이 필요한 실험을 할 때면 늘 이렇게 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

꽤 당당하네… 정답이야.

이 정도면 서로 잘 맞는 편이 아닌가?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벽 등에서 흘러나온 따뜻한 금빛이 그녀의 옅은 미소를 부드럽게 비췄다.

점검 끝났어. 큰 문제는 없는데, 방사능 구역 환경엔 적합하지 않아 설정을 조금 수정했어.

그리고 센서 하나를 추가로 달아, 네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어. 나 몰래 무리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

네티아는 손을 들어 지휘관의 옆구리를 가볍게 짚었다. 얇은 옷감 아래, 그곳에는 흉터가 있었다.

미리 대비하는 게, 안전 총감으로서의 내 일이야. 게다가… 내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대상이니까.

담담하게 답한 그녀는 눈을 감고 시트에 몸을 기대,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을 만끽했다.

차 안에는 가죽과 원목 오일이 섞인 향기가 은은히 퍼졌고, 그 사이로 어깨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체향이 겹쳐졌다.

서로의 가늘고 긴 숨소리가 짧은 침묵 속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내 의식의 바다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들먹거리는 교관 한 명을 보지 않았어?

머릿속에 익숙한 얼굴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사람은 차랑 옷 말고는 딱히 취미가 없었어. 이 집도, 그 사람이 만든 작은 낙원이지.

네티아는 핸들을 잡고 천천히 한 바퀴 돌렸다.

예전엔 자주 봤었어. 이 소령이 이렇게 차에 앉아, 하늘에서 내려온 고위 인사들을 태우고 이 작은 도시를 돌아다니던 모습...

레이븐, 혹시 운전할 줄 알아?

그녀는 손을 멈추고 지휘관을 바라봤다.

그럼… 여러 곳을 다니면서 재밌는 풍경도 많이 봤겠네.

지루하다고? 네 파일은 이미 다 봤으니 겸손은 넣어두지 그래. 대서양, 아딜레, 연합 항로… 어디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더군. 그것도 하나같이 목숨 걸어야 하는 상황들뿐이었지.

마치 운명이 너에게 주사위를 몇 개 더 쥐여준 것처럼, 어떤 위기든 결국은 빠져나오더라.

그녀는 양팔을 핸들 위에 올리고 턱을 괴며, 지휘관을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비결이라도 있어? 과학 이사회에 널리 좀 알리게.

그래,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사람마다 태어난 환경도, 재능도, 기회도 전부 달라. 그래서 같은 길을 걸어도, 결국 도착하는 곳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

똑같이 한 번뿐인 인생이라 해도 누군가는 눈부시게 빛나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라지기도 해.

…하하. 남을 위로할 땐 꼭 영웅처럼 말하는 거, 네 스타일이긴 하네.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 레이븐. 듣기 좋아, 난 마음에 들어.

응, 현실은… 늘 불공평하지.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동자에 잠깐 스치는 건, 지울 수 없는 쓸쓸함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너와 정반대야. 운전은 완전 문외한이지.

내 병 때문에 그래.

잔잔한 음악에 맞춰 네티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핸들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아딜레 대폭발이 있었던 그날,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 가족이, 이 도시에서 영원히 잠들었어.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마지막 순간이 "차"와 관련이 있었지. 그날 이후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만 봐도 증상이 자극됐어.

내 과거쯤은 이미 전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어.

그럼, 굳이 내 입으로 상처를 꺼낼 필요는 없겠네. 내 과거에 닿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넌 이미 내 "안전 심사"를 통과했으니까.

이건 내 문제야, 괜한 동정은 접어 둬. 환자에 대한 가장 큰 예의는, 넘치는 감정부터 거두는 거야.

의식의 바다 기술에 관해서는 아시모프조차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해. 그래서 내가 데이터를 회수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깨어난 그날부터 이 병은 내 마음속에 뿌리내렸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지난 세월 동안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 때문에 죽는 수많은 경우는 떠올릴 수 있는데 정작 완치된 뒤의 내 모습은 상상이 안 돼.

네티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하.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그건 됐어. 젊은 애들이랑 운전 학원에서 줄 서는 건 사양할래.

네가? 그럴 거면 차라리 그만두고 과학 이사회로 와. 안전 담당 보좌관 겸 경호원, 그리고 전담 기사 자리를 하나 만들어 놓을게.

그날이 오면, 네가 가 봤던 곳들… 네가 봤던 풍경들을 나한테도 보여 줘.

네티아는 시트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기울이며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물론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어. 어쩌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지.

네티아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그녀의 자조적인 농담 속에 섞여 있었다.

이건 한 영웅으로서의 예언이야, 아니면 너랑 나 사이의 약속이야?

좋아, 그럼 약속.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기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고 있던 그때, 아래쪽 좌석이 아주 잠깐 미세하게 흔들렸다.

짤랑짤랑…

다음 순간, 차 안에 매달려 있던 장식들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휩쓸린 듯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며 맑은 소리를 냈다.

...?

땅 밑에서 낮고 묵직한 진동음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격렬한 흔들림과 함께, 마치 생물의 울음소리 같은 거대한 굉음이 지하에서 치솟아 올라 하늘을 뒤흔들고, 텅 빈 건물 사이로 메아리쳤다.

대리석 바닥은 순식간에 갈라졌고, 황동 등잔은 흔들리다 떨어져 수많은 장식물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폭풍 같은 진동이 실내의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샹들리에와 돌덩이들이 송곳처럼 쏟아져 내리며 아래에 주차된 차들을 덮쳤다.

뛰어!

네티아는 지휘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고 차에서 뛰쳐나와, 그대로 주차장 출입구를 향해 달렸다.

십여 초쯤 지났을까. 지진은 멎었고, 둘은 갈라진 틈투성이의 거리 위에 서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드리워졌다.

멀리서 황금빛 거목이 자신을 옥죄던 건물을 뚫고 솟아올라, 하늘을 찌를 듯 뻗어 나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네티아는 이마를 짚고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생명 반응이 감지됐어… 수량은 12개야.

인간이고, 바로 정면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