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아가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기숙사 건물 안은 고요했고, 이따금 창밖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네티아는 발소리를 죽인 채 복도를 지나, 303호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방 안은 캄캄했다. 창가 쪽 침대를 바라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마르가리타?
대답 대신 들려온 건, 창밖을 스치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잠 많은 마르가리타가 벌써 잠들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주변을 가득 채운 어둠 속에서, 네티아는 문득 조금 전까지 있었던 병실을 떠올렸다. 무의식중에 소매를 움켜쥐자 가슴 한쪽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방 안에 가득하던 라벤더 향이 마치 소독약 냄새처럼 느껴졌다. 네티아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호흡이 점차 거칠어졌고, 무심결에 꽉 쥔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려서 아려왔다.
{226|153|170}~
그때, 등 뒤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
네티아가 몸을 홱 돌리자, 일렁이는 촛불 몇 개가 어둠 속을 밝히고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226|153|170}~생일 축하합니다{226|153|170}~
마르가리타가 스노우 멜팅 초코케이크를 두 손으로 들고, 환한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야킨카, 얼른 들어와~
어…
마르가리타가 옆으로 비키자, 그 뒤에 서 있던 야킨카가 어색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생일 축…
고개를 돌려 볼에 묻은 초콜릿을 닦아내는 그녀의 얼굴이 촛불 아래에서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생일 축하해, 네티아.
자~
마르가리타가 야킨카의 손을 잡아끌었다. 흔들리는 촛불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작은 그림자가 서로의 눈동자에 겹쳐 비쳤다.
…생일? 나?
네티아는 자신이 태어난 곳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하물며 생일이라니.
네 학생증에 적혀 있던데? 2월 3일, 카헤티 도착일이라고~
자, 학생증이랑 열쇠 떨어져 있더라.
헤헤, 나도 303호야. 오늘부터 우리 룸메이트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카헤티는 우리의 집이라고 수업 때 그랬잖아. 그럼, 우리 셋은 가족이겠네? 그치~?
마르가리타가 야킨카의 손바닥을 살짝 꼬집었다.
음, 그래, 우린… 가족이지.
야킨카는 여전히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었다.
야킨카~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아?
그게…
네티아, 전에 너한테 좀 심하게 굴었던 거, 사과할게. 미안해.
그래서… 이 케이크도… 내가…
푸핫…
야킨카가 얼굴까지 빨개지며 힘들게 말을 이어가자, 네티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웃어! 난 진지하단 말이야!
괜찮아. 마음에 두지 않았어. 왜냐하면…
네티아는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주머니에서 천천히 나무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손 떨지 마, 과녁은 널 봐주지 않아. —사격장 최고 기록, 야킨카.
나도 네 1등 자리를 뺏어왔거든.
내 팻말이잖아? 야, 누가 그거 가져가래!
야킨카가 뺏으려 손을 뻗자, 네티아는 뒤로 물러섰고, 둘은 마르가리타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추격전을 벌였다.
이제 우리 서로 퉁친 거지?
네티아가 먼저 멈춰 서며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내 1등이 훨씬 더 가치가 있는데?
풉, 웃기시네.
하하하!
깊은 밤 기숙사 안에서,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조용히 섞여 퍼져 나갔다.
내일 최종 평가 때, 다시 제대로 승부 보자고.
우린 한 팀이야. 또 나 이기겠다고 혼자 나서서 영웅 놀이하지 마.
자자, 그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지금은 소원 빌고 촛불 꺼야지.
마르가리타는 케이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네티아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네티아는 손을 닦고 야킨카와 마르가리타를 바라보았고, 둘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소원은…
네티아는 두 손을 모으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창밖에서 밤바람에 섞여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윙——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공 경보였다.
쯧, 한밤중에 무슨 대피 훈련이야?
아니야. 적색등이 세 개 켜졌어…
이건 훈련이 아니야!
전원, 주목! 여기는 지휘 센터다. 긴급 전투 경보를 발령한다! 반복한다, 긴급 전투 경보다!
카헤티가 침식체의 공격을 받았다! 이건 훈련이 아니다! 모든 부대는 즉시 지정 집결지로 이동하라!
세계 정부 제324 항공사단이 폭격 지원 작전을 승인했습니다. 산하 폭격기 제7비행대가 곧 이륙하며, 약 35분 후 1차 공격이 개시될 예정입니다.
각 대대 지휘관들에게 통보합니다. 최대 3개 여단 규모의 침식체 집단이 카헤티로 집결 중입니다. 연대 지휘부는 위성 도시 방어선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명령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연합 정부의 지원군이 이동 중이며, 우리 뒤에는 카헤티가 있습니다. 침식체 단 한 마리도 중앙 강변을 건너게 해선 안 됩니다!
전진 지휘소
카헤티 위성 도시
제2대대, 제3대대 선봉 부대도 K-20-1구역에서 침식체와 교전 중이며, 병력 손실은 약 8%입니다.
1대대가 방어 중인 K-20-2 구역은 무인기 침식체의 공습을 받아 방어선에 틈이 생겼습니다. 일부 침식체가 강으로 낙하했고, 아직 항구에 대한 공격은 없습니다.
파블로프 연대장님, 자나 대대장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즉시 항공대를 파견해 공중 위협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안 돼. 저공비행으로 접근하는 항공기는 퍼니싱 침식 위험이 있다. 그런 도박은 할 수 없어.
이제 예비 전력이 없습니다. 제공권을 되찾지 못하면 1대대는 위험합니다.
오셀럼을 지키겠다고 병력을 그렇게나 분산시켜 놓고, 정작 일이 터지니 열차에서는 코빼기도 안 비치는군.
이런 *, 오슬란 가문.
자나에게 전해. 항공 지원은 없다! 병사들이 쓰러지면 대대장이 앞장서라고 해. 대대장이 쓰러지면, 내가 나간다!
파블로프는 날카롭게 외치며 권총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할 의지가 보였다.
…저기,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스마트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구형 프로펠러기도 퍼니싱에 침식당합니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연륜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 사이에서 유독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레고리 동지, 지금 위성 도시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오. 당신이 여기에 있을 이유는…
파블로프는 말을 잇다 말고 멈췄다. 그레고리의 뒤에 거무스름한 피부의 노동자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이 사람들은?
카헤티 노동자 무장대! 총원 152명, 현재원 152명! 보고드립니다, 연대장님!
전쟁 났다길래 다들 여기로 모였습니다.
파블로프는 눈앞의 노동자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훈련도 받지 못한 이들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휘하의 어떤 정예병보다도 결연했다.
그레고리 동지. 퍼니싱은 프로펠러기에 직접 침투하지는 못하지만, 연료식 기체의 구조를 파괴할 가능성은 있소… 상황이 급하니 제안이 있다면 말해주시오.
황금시대 이전부터 카헤티는 아딜레의 군사 요충지였습니다. 외세의 침략으로 도시가 거의 함락됐을 때도, 남은 건 항구 하나와 이 위성 도시였죠.
그 가장 위험한 순간에, 이곳 위성 도시의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생산에 매달려 수많은 전차와 항공기를 전선으로 보냈고, 결국 도시를 해방하고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위성 도시 동쪽 외곽에는 우리가 "무덤"이라고 부르는 오래된 창고가 있습니다. 당시 전쟁에서 남은 무기와 차량, 항공기가 보관돼 있죠. 구시대 기준이라면, 한 개 사단을 무장시키고도 남을 양입니다.
그레고리는 중앙의 홀로그램 전술 지도 앞으로 걸어가 붉게 표시된 교전 구역 가장자리에 한 지점을 표시했다.
모두가 그레고리의 뜻을 이해했고, 지휘소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고물들이 아직도 작동하나?
일부는 가능합니다. 스카이다이빙 클럽 아이들이 정비해서, 미래의 훈련기로 쓰고 있습니다.
파일럿들이 그 고물들을 띄운다 해도, 지금 당장 병력이…
노동자 동지들을 믿어주십시오.
쇳덩이랑 씨름해 온 시간만큼은, 저희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그레고리는 헬멧을 고쳐 썼다.
길은 저희가 뚫을 테니, 그 뒤를 맡아주세요.
카헤티 위성 도시 K-20-2 구역
2162년 2월 4일
01시 33분
대대장님, 또 몰려오고 있습니다! 순찰자 약 200마리, 수확기 약 30대입니다!
적이 지뢰 지대를 돌파했습니다! 계곡 안으로 진입 중입니다!
지금이다. 폭파해!
명령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음이 계곡을 뒤흔들었다. 수십 톤급 폭약이 암반을 찢어 놓았고, 바위 더미가 쓰나미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향 사격 개시! 로켓탄을 아끼지 말고 전부 안쪽으로 쏟아 퍼부어!!
계곡 입구가 바위로 막히자, 산등성이에 매복해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포위된 침식체들을 향해 화력을 쏟아부었고, 전장은 순식간에 불길로 뒤덮였다.
놈들이 흩어진다! 계속 밀어붙여! 한 마리도 살려두지 마!
대, 대대장님! 위입니다!
연기가 자욱한 하늘 사이로, 선혈 같은 붉은 섬광이 빠르게 날아왔다.
또 놈들입니다!!
십여 대의 중형 무인기가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냥감을 내려다보는 매 떼처럼 전장을 훑으며, 대구경 기관포를 흩어지는 병사들에게 겨눴다.
피해—!!
기관포의 굉음이 하늘을 찢으며 뜨거운 탄환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은폐물 하나 없는 벌거벗은 산등성이에서 병사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매복해 있던 사냥꾼들은 순식간에 도망칠 곳 없는 사냥감이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자나 대대장은 전우들을 학살하는 살인 기계를 향해 무기를 치켜들었다.
방아쇠를 당겼고 탄환이 명중했지만, 철판 위에 얕은 흠집만 남길 뿐이었다.
이쪽을 보라고!!
죽음을 각오한 용기였을까? 자나 대대장은 포효하며 계속 방아쇠를 당겼고, 무의미한 저항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몇 대의 무인기가 자나 대대장을 인식하고, 기존 목표 대신 그녀에게로 총구를 돌렸다.
본능적인 공포가 심장을 조여왔다. 최후의 순간, 자나 대대장은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연쇄 폭발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하지만 "죽음"은 예상했던 고통을 가져오지 않았다.
?
눈을 뜨자, 굉음과 함께 붉은 별이 그려진 구형 비행기 세 대가 나타나 하늘을 가득 메운 무인기들을 향해 고폭탄을 쏟아부으며 돌진하고 있었다.
2세기 전의 기계가 다시 푸른 하늘을 날아 자신들의 "후손"과 목숨을 건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실로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아군이다! 공중 지원이 왔다!
전 병력, 공중 지원에 맞춰 반격하라!!
IL-2 공격기 3대가 전선에 도착했습니다. 상황은 양호하고 제공권을 되찾았습니다.
그레고리 일행은?
노동자 무장대는 방금 적의 추격을 뿌리치고, 2대대 진지로 이동 중입니다.
좋아. 각 대대의 피해 상황을 다시 계산하고, 3대대에서 보충을 마친 중대는 즉시 1대대 지원에 투입해.
알겠습니다. 정보 수집 중입니다.
기습적인 공중 투입 덕분에 전장의 압박이 줄어들었고, 지휘소 안에도 잠시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이상합니다. 여과탑 기지가 2분 전에 미확인 음성 패턴을 감지했습니다.
여과탑? 강 건너 시내 중심에 있는 곳 아니었나. 계속 확인해.
네… 확인 결과, 음성 패턴은 침식체 "유적 발굴가"와 일치합니다. 위치는…
카헤티 시가지, 바로 아래입니다!
이 소령은 숨을 삼켰다.
전에 강으로 뛰어들었던 침식체들일까요? 그래서 항구를 공격하지 않았던…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전자 지도를 카헤티의 지하 구조로 전환했다.
화면에는 미로처럼 얽힌 격자 구조가 펼쳐졌다. 황금시대 이전, 핵전쟁을 대비해 건설된 카헤티의 지하 방공망이었다.
개체 수는 약 34, 현재 이동 경로를 업로드 중입니다.
침식체의 실시간 정보가 홀로그램 지도 위에 표시됐다. 지하에서 솟아오른 빽빽한 점들이 카헤티 시민 집단 숙소, 그리고 그 뒤편에 자리한 거대한 시설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저들의 목표는… 카헤티 로켓 공장입니다!
* 카헤티 전체를 날려버릴 셈이군.
전투 가능한 부대 전원, 즉시 도하해서 후방 방어로 전환해! 절대 공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시간이 부족합니다… 시내에서 대기 중인 스카우트를 투입하는 건 어떻습니까.
파블로프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지금 상황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승인한다. 계단식 방어를 전개해. 침식체와 근접 교전은 피하고, 피해는 최대한 줄여.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지?
파블로프 연대장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E조 소속이며, 현재 공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정식 명령으로 하달해. 이번이 좋은 "검증" 기회가 될 거야.
…알겠습니다.
카헤티 시가지 로켓 공장 외곽
2162년 2월 4일
01시 49분
강력한 탐조등이 카헤티의 밤을 밝히자, 도시는 대낮처럼 환해졌다.
네티아는 빈방 안에 몸을 낮춘 채, 창가에 무기를 거치하고 아래쪽 비탈길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곳은 로켓 공장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전방 건물 구역에서 번쩍이던 총성과 화염이 동시에 사라졌다. 이는 침식체가 전멸했거나, 혹은 방어선을 돌파했다는 뜻이다.
강 건너편에서는 폭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총탄 불빛이 하늘을 수놓았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전선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화약 냄새에, 네티아는 무의식중에 총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이게, 진짜 전장이구나...)
연속되는 총성은 북소리처럼 가슴을 압박했다. 네티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지금까지의 모든 훈련 과정을 머릿속에서 되짚어 보았다.
야, 숨 쉴 땐 마이크를 좀 떨어뜨려. 다 들리거든?
그렇게 긴장돼? 이따가 오줌 지려도 난 챙겨줄 여유 없어.
어? 내 마이크는 멀리 있는데?
마르가리타, 너 말고…
…야킨카, 네티아 괴롭히지 마!
무전기 너머로 소녀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전투 전의 긴장을 풀고 있었다.
흥분과 불안이 동시에 마음을 잠식해 왔다. 진짜 전장에서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욕망과,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걱정하는 본능이 맞부딪히고 있었다.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도로 끝자락에서 흔들리는 붉은 점 두 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
후…
심호흡. 장전. 조준. 격발.
탕! 탄환은 정확히 미간을 꿰뚫었고, 금속 두개골에 깊은 함몰이 생겼다.
재장전하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고, 두 번째 탄환이 헬멧을 산산조각 내며 그 아래 붉게 빛나는 핵심 구조를 드러냈다.
한 마리!
다시 한 발. 총성과 함께 탄환이 적의 머리를 관통했고, 침식체는 그대로 쓰러졌다.
크아아아악!!!
뒤쪽의 침식체들이 위협을 감지하고 자극받은 늑대 무리처럼 포효하며, 네티아를 향해 돌진했다.
네티아,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어! 뒤로 빠져! 내가 측면에서 처리할게!
알겠어!
마르가리타, 넌 서쪽은 맡아!
…응!
역할 분담이 순식간에 끝나고, 네티아는 발코니로 뛰어올라 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카헤티 노동자 집단 숙소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자원 절약과 무상 주거 보장을 위해, 수십 개의 방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서로 연결된 구조였다.
갑작스러운 시가전 상황에 일부 주민들은 이미 긴급 대피를 마쳤고, 남아 있던 이들은 스카우트의 도움을 받아 문과 창문을 봉쇄한 채 실내에 대기하고 있었다.
같은 층의 발코니들은 모두 이어져 있었다. 덕분에 네티아는 빠르게 위치를 옮기며, 수시로 뒤돌아 사격해 침식체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두 마리… 세 마리! 움직이는 표적 쏘는 거랑 다를 거 없어!
맞혔어…! 네, 네 마리!
좋아, 이대로 하면 돼! 무서워할 거 없어, 우린 할 수 있어!
측면을 파고드는 전술이 제대로 먹혀 불과 몇 분 만에 침식체의 절반 이상이 쓰러졌다.
꺄악!!
날카로운 비명이 발밑에서 터져 나왔다. 네티아가 몸을 숙여 내려다보자, 침식체 한 마리가 대열에서 이탈해 반대편 숙소 건물로 뛰어드는 게 보였다.
사격 각도가 나오지 않자 네티아는 망설임 없이 난간을 뛰어내려, 침식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앗!!
네티아는 기합과 함께 총검을 앞세워 방으로 뛰어들었고, 침식체의 갈비뼈 사이를 전력으로 찔렀다.
챙! 칼날이 철판을 긁으며 불꽃을 튀기고 옆으로 미끄러졌다.
키에엑——!!
침식체가 팔을 휘둘러 네티아의 총을 강타했다. 엄청난 충격에 그녀는 총과 함께 튕겨 나가 유리를 깨고 방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컥… 쿨럭!!
갈비뼈 몇 개가 부러졌는지 등에서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네티아는 피를 토하며 이를 악물고 일어나, 방 안의 침식체를 향해 총을 겨눴다.
슝——
그 순간, 머리 위로 공기를 가르는 굉음이 울렸다. 연합 정부의 폭격기가 카헤티 상공을 가로질러 지나간 것이었다.
네티아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강 건너편에서 눈부신 빛무리가 솟아올랐다.
뒤이어 터져 나온 귀를 찢는 폭음, 불길이 빗방울처럼 사방으로 튀었고, 연속된 굉음 속에서 도시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윽…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네티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
네티아는 또다시 그 하늘을 보았다.
앞… 달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여자.
뒤돌아... 마.
!
조심해, 네티아!!
날이 내려치는 순간, 마르가리타가 재빨리 달려와 총을 들고 네티아 앞을 가로막았다.
쾅——총의 손잡이와 가늠자가 산산조각 나며, 마르가리타는 버티지 못하고 무기를 떨어뜨렸다.
크르르!
컥——!
침식체는 마르가리타의 침목을 움켜쥐더니 짐짝처럼 옆으로 내던졌다.
마르가리타…!
네티아는 입술을 깨물며 일어나려 했지만, 터질 듯한 고통에 사지가 짓눌려 꼼짝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침식체가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며, 손에 든 장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 괴물!
침식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바로 위에, 야킨카가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올린 채, 마치 미쳐 날뛰는 야수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네 놈 위에 있다!!!
성난 사자가 포효하며 뛰어내리자, 손에 있던 바위가 그대로 바닥을 강타하며 거대한 먼지를 일으켰다.
바위와 강철이 부딪히는 둔중한 충돌음이 소음을 갈라놓았다. 주변의 총성과 포성이 서서히 잦아들자, 시간마저 느려진 듯했다.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네티아는 의식을 잃기 전, 마르가리타와 야킨카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
고요한 어둠이 조용히 흘러들어 네티아의 몸을 덮고, 아무것도 없는 바닷속에 잠기게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귀에 닿는 물소리가 점점 선명해지고, 습한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따뜻한 빛 한 줄기가 겹겹이 쌓인 어둠을 뚫고 얼굴 위로 내려앉아, 긴 밤을 가르며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카헤티의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새벽빛이 막 잠잠해진 전장을 감싸며, 황금빛 장막처럼 내려앉았다.
윽…
왼쪽 뺨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쪽을 바라보자, 마르가리타가 손을 뻗어 네티아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깼어, 네티아?
평소에 단 거 좀 그만 먹어. 그러니까 달리기가 느리지...
마르가리타와 야킨카가 양쪽에서 네티아의 팔을 부축하고 있었고, 셋은 도심 한복판에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의사, 부상을 입은 스카우트, 위문을 나온 시민들의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가... 이긴 거야?
응. 우리가 이겼어.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전투의 여운을 씻어냈다. 어떤 사람은 총탄 자국이 가득한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아스팔트 위에 그대로 누워 새벽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도시 곳곳에서 방송이 울려 퍼지며, 모든 사람이 위엄 있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카헤티는 전례 없는 퍼니싱의 대규모 습격을 받았고,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적과 아군의 전력 차가 컸음에도, 카헤티의 노동자와 병사, 학생들은 하나로 뭉쳐 침식체가 이 도시를 파괴하려는 걸 결국 막아냈습니다.
가장 위험했던 순간에 노동자 무장대가 두려움 없이 나서 위수 병단과 힘을 합쳐 싸운 덕분에 전황을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노동자와 강철의 도시, 카헤티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전투를 보여줬습니다!
파블로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또한, 이번 기수의 카헤티 스카우트 대원들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적을 저지하고 로켓 공장 방어라는 중책을 훌륭히 완수했습니다.
이 길고도 혹독한 밤 동안,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카헤티의 자랑이었습니다. 이번 전투가 우리의 실전 평가에 완벽한 답을 주었다고 감히 장담합니다.
그의 찬사는 현장에 있던 모든 스카우트의 가슴을 울렸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들뜬 표정으로, 자부심 어린 미소를 나눴다.
이에, 카헤티 위수 병단을 대표해 선언합니다. 이번 기수 카헤티 스카우트 최종 평가, 전원 합격입니다!
파블로프 연대장의 선포에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 치열한 전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수많은 뛰어난 개인과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위기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적과 싸웠으며, 용감하고 끈질긴 의지로 퍼니싱에 맞섰습니다.
방송은 계속되었고, 표창이 이어질 때마다 군중은 승리의 구호를 외쳤고, 환희와 열기가 모두의 얼굴에 넘쳐흘렀다.
그때, 세 소녀 앞쪽의 인파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이 소령이었다.
그는 몇 명의 기자와 함께, 마이크와 카메라를 든 채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헤치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스카우트 E조 있나? 스카우트 E조——!
교관님! 여기요!
이쪽이다. 찾았다!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옷깃을 가볍게 정리한 뒤 기자들을 데리고 세 사람 앞에 섰다.
교관님, 무슨 일이세요…?
크흠. 스카우트 E조, 주목!
소령은 헛기침한 뒤, 근엄한 표정으로 명령서를 낭독했다.
치열한 전투의 결정적 순간에, 스카우트 E조 대원들은 위기에 굴하지 않고 침착하게 시민의 안전을 지켰으며, 최고의 침식체 처치 기록을 세웠다.
이에 위수 병단 사령부는 이번 기수 스카우트 최고의 영예인 "도미니카팀"을 E조인 네티아, 야킨카, 마르가리타 세 대원에게 수여한다!
!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도 일제히 고개를 돌려 부러움 섞인 눈빛을 보냈다.
뭐 하고 있어! 세계 정부 기자분들이야, 카메라를 의식해!
기자들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세 소녀를 향해 렌즈를 들이밀었다.
어, 어?
우리가…?
진... 진짜요?!
갑작스러운 카메라 세례에 세 여자아이는 기쁨과 당황스러움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플래시 터진다!
어, 저기! 이럴 땐 다 같이 뭐라도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그걸로 하자.
네티아가 두 사람을 향해 웃자, 마르가리타와 야킨카도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답했다.
찬란한 빛 속에서, 세 사람은 손을 맞잡고 카메라를 향해 힘껏 외쳤다.
더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