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지는 건 아니겠지?
버텨. 뒤로 물러나면 끝이야!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합 생물과 얼음 바다에서 날아오는 폭격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두의 표정이 붉은 오로라 아래에서 더 일그러졌다.
알겠어. 다들 지휘관을 중심으로 모여!
안 돼. 지금은 모두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쾅!
으악!
또 다른 미사일이 이쪽을 향해 곧장 떨어지면서 이합 생물에게 명중함과 동시에 아군 기지도 파괴됐다. 드레이크가 발사한 것과 같은 종류였지만, 조준한 목표로 봐서는...
네. 바다에서 서리의 군주가 이끄는 고래 무리가 다시 나타났는데, 한 마리가 아니에요.
이합 생물이 나타난 후, 시몬 지휘관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의 상황을 유의하라고 당부했어요. 지휘관님이 핵심이라 분명 목표가 될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잠깐, 다른 고래 무리라고?
네, 전쟁이 시작됐을 때의 그 고래처럼 적군이 뭔가를 숨겨뒀나 봐요.
...
잠깐만요... 이 소리는?
또 다른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방향으로 봐서는 파르마가 말한 "숨겨진" 고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저 녀석이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요...
서리의 삼공 중 하나인 표도르가 저 고래의 등 위에 있어요!
지휘관은 고글의 도움으로 파르마가 지목한 인물을 금세 발견했다. 그는 처음에 마주쳤던 서리의 삼공 중 하나였다.
파르마가 표도르와 다른 전장에서 어떻게 싸웠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표도르는 이쪽을 알아차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다 같은 구조체인데, 구멍 하나쯤은 생겨도 문제없겠지?
그렇다면 구멍 몇 개를 더 뚫어도 괜찮겠네요!
저기? 들리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로제타!
나도 잘 모르겠어. 아시모프, 드레이크를 이용해서 그 특수한 의식의 바다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잖아!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군집 네트워크와 "대장"이라는 설계에 따르면, 거대한 모의 의식의 바다 어레이를 구축할 수 있어. 참여하는 이가 충분하다면 기체 가동에 필요한 이론값을 돌파할 수 있지.
문제를 찾았어! 드레이크의 연산 장치가 파괴됐던 거야!
파괴됐다니... 설마!
지휘관은 로제타와 동시에 드레이크와 싸웠던 알파를 떠올렸다. 진실이 그런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시모프의 설명으로 현재 상황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니. 연산 장치에 문제가 생겼지만, 생체공학 고래 자체는 여전히 거대한 데이터 처리 센터야.
서버 역할만이라면 문제없지만, 핵심 데이터 처리는 다른 게 대신할 수 없어. 리더인 드레이크에만 연산 모듈이 있고, 다른 고래들은 전부 보조 장치일 뿐이니까!
연산 문제는 내가 해결하지. 마침, 여기에 가상 도시를 지원하는 서버가 있거든. 하지만 원거리 연산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면...
미나 박사, 그쪽에서 드레이크를 지도상의 이 위치로 유도해 줘야 해.
아시모프가 위성 지도를 펼친 뒤, X 표시를 했다.
잠깐만요. 그곳은 적군의 중심부잖아요.
파르마의 목소리가 곧바로 울렸고, 그녀의 말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지상의 빽빽한 요격 화력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바다에는 적의 통제를 받는 생체공학 고래들이 떼 지어 다니고 있어요. 현재 우리 상태로 돌파할 수 있을까요?
지금 승리하려면 말쿠트를 가동해서 영향받지 않는 의식의 바다 어레이를 구축한 다음...
이 전쟁에서 아시모프와 미나는 로제타의 새 기체가 지닌 압도적인 전투력을 인정했다.
갑자기 또 다른 폭격의 충격파가 지면의 얼음 파편을 흩날렸고, 불꽃이 튀는 돌덩이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이합 생물의 공격이 계속되었다.
더 숨 막히는 것은, 천지를 뒤덮은 붉은 오로라가 점점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응고된 핏빛 안개처럼 모든 병사들의 몸에 달라붙어, 반통합 모듈을 가진 극지 기계들조차 제어력을 겨우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컥...
격렬한 전투 중에 근처의 한 구조체가 부서진 벽을 붙들고 비틀거렸다. 마스크 아래로는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고, 몸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서는 작은 얼음 결정이 맺히기 시작했다. 순환액이 저온과 오로라의 교란으로 비정상적으로 응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괜찮아?
느낌이... 의식의 바다가 뭔가에 침식당하는 것 같아. 시야도 점점 흐려지고 있어. 미안해. 난...
[player name] 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늘을 가르는 붉은 오로라의 영향권이 넓어질수록 전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기계 유닛의 톱니바퀴는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을 냈고, 구조체들은 고통에 무릎을 꿇었다. 금속 골격이 끊임없이 떨리는 가운데, 이미 몇몇 구조체는 전투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공세를 피해 후퇴해야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아시모프가 제안한 드레이크 계획만이 현재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안 된다고 해도 해내야만 해. 내가 지금 바로 들어갈게!
방법이 있다면서요? 제가 퍼니싱과 한판 붙어보겠습니다!
저도... 승산이 있다면...
지휘관, 나도... 통솔자로서 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싶어!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알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