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의 공격에 얼음층이 굉음과 함께 부서졌고,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얼음 표면이 갈라져 3미터 너비의 빙하가 생기면서 적군과 아군의 진영을 강제로 갈라놓았다.
!
철수하지 못한 수많은 침식체가 얼음의 틈새를 따라 물속으로 추락했고, 차가운 물속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쳤으며, 그렇게 튀긴 얼음의 파편이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뒤섞여, 혼란스러운 전장을 어지럽혔다.
다들 본거지 쪽으로 철수해! 척후 부대만 남아서 이곳을 지키면 돼. 어서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이 기회에 부상자들도 모두 철수시키겠습니다!
크아악!
지휘관님, 우리도 같이 후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는 길에 다른 침식체가 있을 수 있으니, 난 리와 함께 길을 열도록 할게.
이 빙하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공중 정원의 일부 구조체 병사들이 남아서 함께 방어를 지원할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주 훌륭한 작전이었어, 역시 우리 북극 항로 연합의 국민답군.
말이 끝나자마자,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오랜만이군. [player name].
빙하의 건너편, 설산 정상에 네 개의 그림자가 나란히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얼마 전 공중 정원에서 "미나" 박사로 위장했던 그자가 가장 앞에 서 있었다.
서리의 군주·잭...
공중 정원에 잠입했던 자가 바로...
지금... 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적이 갑자기 등장하자, 조금 전까지 풀렸던 긴장감이 다시 감돌았고, 항로 연합의 병사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무기를 꽉 쥐었다.
당황할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극지의 시민들이여, 난 소피아 왕실의 제6대 서리의 군주, 잭이다. 여전히 군주를 섬기겠다는 의지가 남아 있고, 이 소피아를 수도로 여긴다면 무릎을 꿇고 다시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거라.
방금... 뭐라고요?
잠깐만요, 방금 "서리의 군주"라고 했나요?
"서리의 군주"란 호칭이 나오자, 항로 연합의 병사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어떤 이는 망설이는 표정을 보였고, 또 어떤 이는 무기를 꽉 쥔 채로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서리의 군주"라는 호칭이 상당한 무게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방금 했던 말을 항복 권유로 이해해도 되겠죠?
그래도 무방하지. 공중 정원의 구조체여, 지금 너희와 싸우는 침식체들은 모두 옛 소피아의 민중들이며, 그들은 내 명령에 따라 너희를 공격하고 있는 거다.
지금 항복한다면 전쟁은 즉시 끝날 것이고, 이 극지에도 새로운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대가 같은 건 없다. 난 군주지, 악마가 아니다.
퍼니싱은 내 수중의 도구일 뿐이니, 오해하지 마라.
이 제안이 너희에게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는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로 연합이 세계의 패자가 되고, 소피아가 세계의 수도가 되는 날을 직접 목격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는 건, 너와 함께 이 세계를 침략하라는 거잖아?
이건 침략이 아닌 "통합"이다. 이 세계엔 진정한 나라가 필요해, 통일된 나라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로제타, 몇 번의 작전을 거쳐 보니, 넌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인재가 분명해. 네가 먼저 부하들을 이끌고 나에게 항복한다면, 지금 망설이는 이들도 어떤 길이 옳은 건지 깨닫게 될 것이다.
...
지휘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
알겠어, 지휘관의 의견을 참고할게.
우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로제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빛의 검을 들어 올렸고, 칼끝의 빛이 눈보라를 가르며 잭을 가리켰다.
타인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난 네 제안을 거절한다. 난 서리의 군주가 뭔지 모르겠고, 그리고...
세계 정복 같은 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야.
그녀의 대답을 듣자, 잭의 뒤에 서 있던 셋은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무기를 붙잡았다. 하지만 잭은 그들과 달리, 오히려 가볍게 웃기만 했다.
예상했던 일이지.
잭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눈보라가 갑자기 멈추었고, 빙산의 그림자와 쌓인 눈 뒤에서 기계음이 울려 퍼지더니, 침식체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금속 외피에는 눈덩이가 붙어 있었고, 붉은 눈동자들이 눈보라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건 쉽지 않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통합의 힘"을 만들어낸 거다. 전군, 출격한다!
침식체들이 포효하며 은신처에서 쏟아져 나왔다. 빽빽하게 몰려오는 그림자들이 연합군을 향해 밀려왔고, 진정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