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8 추론의 한계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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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0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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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테디베어 전화 좀 받으라고!!

단말기 통신 연결음만 계속 울릴 뿐, 받는 사람은 없었다. 폐부를 찌르는 듯한 묵직한 통화음이, 모두의 가슴속 초조함을 더 악화시켰다.

이후 도착한 집행 부대까지 합류하면서, 모든 감염체와 이합 생물이 마침내 전부 제압되었고, 남은 계획들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차징 팔콘 소대 전원 정찰 완료, 숨은 감염체나 이합 생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버려야 할 "쓰레기"들도 전부 처리했어.

이제 남은 건…

카레니나는 초조한 눈빛으로 자신의 단말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그때, 다른 알림음이 섞여 들어왔다. 카레니나를 제외한 모두가 동시에 단말기를 열어 확인했다. 카레니나는 여전히 테디베어와의 통신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주변 분위기가 급변한 걸 곧바로 눈치챘다.

고개를 들어 살피자, 모두의 표정에 숨길 수 없는 무거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뭔데? 빨리 말해.

...방금, 새로운 지시가 내려왔어요.

전 인원은 순차적으로 공중 정원에서 철수하고, 남은 일반 시민들을 피난 함선으로 호송한 뒤, 지정한 운송 장비에 탑승해, 언제든 철수 명령에 따를 수 있게 하라는 지시예요.

??! 무슨 소리야,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잖아?

이 명령은 곧, 공중 정원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뜻이자, 인류는 에덴을 버리고 도망쳐야 한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카레니나가 더 질문하려던 그때, 그녀의 단말기가 울렸다. 화면을 제대로 확인할 틈도 없이 급히 통신을 연결했지만, 기대와 달리 화면에 뜬 건 테디베어가 아닌 아시모프였다.

어떻게 됐어? 찾았으면 빨리 연결해! 아직 늦지 않았어.

아시모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초조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직이야.

전부 확인해 봤지만, 이 거대한 공중 정원을 조정할 만큼의 연산 능력을 가진 장치는 없어.

지금의 공중 정원으로는 엔진 시스템을 다시 제어할 연산력이 되지 않아.

공중 정원은 인류 역사상 기적이라 불릴 정도의 구조물이었다.

거대한 도시가 통째로 이동하는 수준의 규모인 만큼 단 한 번의 조작에도 어마어마한 정보가 필요했고,

그 모든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전체의 상황을 고려해 각종 파라미터를 조정해야 했다.

…잠깐만, 테디베어한테 다시 연락해 볼게.

전에 그랬잖아, 테디베어가 찾으러 간 양자 슈퍼컴퓨터가 예비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론상으론 그래. 하지만…

지금까지도 테디베어와 연락이 안 된다. 정말 양자 슈퍼컴퓨터를 찾았는지도 확신할 수 없어.

듣고 있던 니콜라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보낸 연락은 읽음 표시가 떴는데, 아무런 답장이 없어요.

분명히 뭔가를 찾긴 찾았을 거예요. 아마 스스로 판단 중일 거고, 확신이 들면 저희에게 연락을 주겠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

공중 정원이 추락하면, 우리도, 지상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돼. 이건 인류 전체의 문제야.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다.

나에겐 현재 남은 전력을 보존해야 할 책임이 있어.

하지만—

?!잠깐만요!

단말기가 다시 진동했고, 카레니나는 즉시 화면을 확인한 후, 흥분한 목소리로 니콜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테디베어가 답장을 보냈어요! 일련의 숫자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에요.

지금 바로 전송해 드릴게요.

아시모프와 니콜라는 동시에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숫자 뒤에 "코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이론상 공중 정원이 버틸 수 있는 최대 시간이야. 내가 계산한 결과와도 완전히 일치해.

테디베어가 양자 슈퍼컴퓨터를 찾은 것 같아. 더 자세한 답을 보내지 않은 이유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론 시간 안에 자력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생겼어.

마지막 단계까지 오지 않은 이상, 포기하기는 일러.

아시모프와 카레니나의 굳건한 태도에, 니콜라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아시모프, 철수에 필요한 시간까지 포함해 데이터를 다시 계산해서, 그 둘을 기준으로 카운트다운을 설정해 줘.

다른 인원들은 명령에 따라 피난 함선 호송 및 주민 대피 작업을 진행해. 엔진 중앙 제어실엔 최소 인원만 남기고,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게 준비해 둬.

카운트다운이 끝날 때까지 테디베어의 답이 없으면, 공중 정원은 추락을 받아들이고, 모든 인원은 즉시 철수한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어. 지금 즉시 움직여.

알겠습니다!

너희는 각자 임무를 이어가, 난 아시모프와 함께 통신 기다리고 있을게.

테디베어… 도대체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모에누

테디베어… 도대체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그녀는 테디베어의 눈을 피했다. 증오인지, 아니면 죄책감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모에누

죽이든 잡아가든 마음대로 해. 난 이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거야, 후회 없어.

그런 역겨운 눈으로 보지 마… 그리고 네 그 새 기체... 눈 아파, 짜증 나.

모에누는 테디베어의 새 기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그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자신들이 함께 공유했던 기억 속의 모습이 아닌, 낯선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는 그녀가 싫었고,

과거에 머물러 주지 않은 그녀와 바깥 세계의 모든 연결이 싫었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와 달리, 자신은 여전히 "거짓" 속에 갇혀 있었다.

테디베어

지금 너랑 말다툼 할 시간 없어, 모에누. 그 얘긴 나중에 하자.

테디베어는 한 걸음 다가가 모에누의 얼굴을 억지로 돌려 시선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손목 단말기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카레니나가 보낸 메시지였다.

화면 속엔 초 단위로 변하는 붉은색 카운트다운이 떠 있었다.

테디베어

모에누, 엘리시온 코어의 연산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솔직하게 얘기해 줘.

모에누

내가 말하면 믿을 거야? 막다른 상황이라고, 마지막 도박이라도 하려는 건가?

테디베어

거짓말해봤자 너한테 이득이 되는 건 없어. 넌 엘리시온의 존망만 신경 쓰겠지만 코어는 이미 나랑 연결됐어.

넌 날 막을 수 없어.

모에누

알아…

...네가 추측한 대로야. 코어의 연산 능력은, 공중 정원의 위기를 해결하기에 충분해.

하지만 이 코어는 엘리시온을 지탱하는 "기초"이기도 해. 기초를 뽑아다 다른 건물에 끼워 넣으면, 남는 건 붕괴뿐이야.

연산 능력을 잃은 전자 세계는, 삭제 버튼을 누르는 거랑 다를 바 없어.

비록 엘리시온이 가상으로 시작된 건 맞지만, 여기에 "진짜"로 살아가는 수천 명의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

테디베어

…결국 둘 중 하나는 포기하라는 얘기네.

모에누

둘 중 하나를 "구원"한다고 하는 게 맞겠지.

가상과 현실은 애초에 양립하지 못해.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는 완전히 끝나.

엘리시온을 버릴 거야?

모에누는 전해 미스트를 하나 꺼내, 마치 인생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마시듯 깊게 빨아들였다. 여기까지 오니 오히려 담담해졌다.

모에누

난 그렇게 관대하지 못해. 내 세계를 버릴 만큼, 공중 정원이 중요하지도 않아.

너도 결국 네 세계를 선택할 거잖아. 그러니까 어서 실행해.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

테디베어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모에누는 그녀와 엘리시온 코어의 연결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걸 느꼈다.

간단한 계산을 마친 테디베어는 이미 답을 얻은 듯했고, 곧바로 카레니나에게 통신을 걸었다.

테디베어

틀렸어, 모에누. 그 누구의 생명도 결코 가볍지 않아.

테디베어는 한글자씩 힘을 줘 얘기했다.

테디베어

모 든 생 명 은 다 소 중 해.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모에누

너…

카레니나, 아시모프에게 공중 정원의 모든 권한을 나한테 열어 달라고 전해 줘. 엘리시온 코어의 양자 슈퍼컴퓨터와 공중 정원의 전체 데이터, 그 허브 역할을 내가 맡을게.

네 연락만 기다… 아니 잠깐!

직접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소리야?!

난 사전에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원격 데이터 전송 장비 같은 거 없어?!

그런 걸 따질 시간이 없어. 지금의 난, 할 수 있어.

너 그러다 죽어!

통신 너머로 들려오는 카레니나의 외침에 모에누는 순간 멍해졌다.

카레니나!

…………

그 응답과 동시에, 공중 정원이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디베어에게 모든 권한이 개방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전투할 수 있는 일부 집행 부대와 정비 부대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탈출 캡슐로 이동해, 공중 정원이 추락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모든 건 여기에 달렸어…

아시모프는 모니터의 각종 데이터를 관찰했다. 프로그램의 교정에 따라 공중 정원 각 구역의 모듈 상태가 서서히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A3 엔진 모듈 가동… C6 엔진 모듈 가동… D8 엔진 모듈 가동… A3 엔진 출력 30% 감소… 해당 구역 상태 재조정…

모든 연산이 눈앞에 펼쳐졌고, 즉각 아시모프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때, 붉은색 데이터가 화면에 번쩍 나타났다. 연산 오류인가?

다음 순간, 시스템은 즉시 재연산을 시작해 정확한 값을 다시 도출했다. 하지만 아시모프는 이미 다른 문제를 눈치챘다.

연산 시간이… 너무 길어…

안 돼, 연산력이 부족해. 이대로라면 중력 포획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 공중 정원을 멈추는 게 불가능해.

…………

테디베어도 그 사실을 이미 눈치챘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의 여력은 없었다. 그저 정신을 집중해 연산력을 유지할 뿐이었다.

젠장…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너무 자만했어.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고 말이야…

코어에서 뭘 얻었길래 그런 자신감이 생긴 건진 모르겠지만, 네 목숨 하나 던진다고 양측 모두가 살아남는 미래 같은 건 없어.

하아… 하아… 네가 바라던 거잖아, 아니야?

테디베어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연결해 줘. 연산을 분담해 줄 게.

그럴 필요… 없어…

괜히 허세 부리지 마.

테디베어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자신의 권한을 열어줬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모에누는 테디베어가 짊어진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산과 끝없이 흐르는 강.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처리해야 할 데이터들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모에누는 기체가 가진 모든 연산력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참기 힘든 통증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고, 의식의 바다의 편차 지수가 빠르게 치솟았다.

너는 어떻게…

그다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아… 하아…

테디베어의 시야가 까맣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건가?)

현실이 산산조각 난 거울처럼 부서져, 그 틈 사이로 새까만 바닥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부드러운 속삭임이 들려왔다.

테디베어

그래, 눈만 감으면…

모든 게 끝날 거야…

얼마 전 들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테디베어"

이 길은 온통 가시투성이야. 햇빛이 계속 너를 비춰주길…

진심으로 바랄게…

테디베어

햇빛…

끝없는 차가운 어둠 속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따뜻한 햇빛을 갈망했다.

마치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듯 추락하며, 테디베어는 무언가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는 따뜻한 햇빛을 느꼈다.

테디베어

누구의… 마인드… 표식이지… ?

의식이 점점 또렷해지고, 테디베어의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테디베어

연산력, 기체의 연산력이 부족해…

더 필요해!

테디베어

아주 많이 필요할 거야.

인간 지휘관이 아시모프에게 통신을 걸었다.

그건 너무 무모해!

…후, 알겠다.

이제 물러설 곳은 없다. 이 길을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공중 정원의 추락을 막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연산력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구조체의 단말기에 입력 프로그램이 일제히 도착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연결 완료.

차징 팔콘 소대

차징 팔콘 소대, 연결 완료.

케르베로스 소대

케르베로스 소대, 연결 완료.

블랙 램 소대

블랙 램 소대, 연결 완료.

백로 소대

백로 소대, 연결 완료.

……

정비 부대

정비 부대 전원, 연결 완료.

정화 부대

정화 부대, 연결 완료.

새로 추가된 연산력도 있어. 방금 통지를 받은 각 부대 지휘관뿐만 아니라…

니콜라는 통신 기기 화면에 떠오른 이름들을 바라보았다.

인류는 결국 하나의 전선에 설 것이다. 그리고 공중 정원은 다시 한번 이 재난을 막아낼 것이다.

"오아시스, 와타나베… 지원에 참여한다. 연결 완료."

"아딜레, 소피아, 창위, 전갈… 지원 참여, 연결 완료."

"북극 항로 연합, 로제타, 다이아나… 지원 참여, 연결 완료."

어둠 속에서 수많은 손이 나타나 테디베어를 떠받치고, 공중 정원을 들어 올렸다.

모든 연산력이 입력될 때마다, 테디베어는 분명 그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 앞에 선 수많은 형체를 본 듯했다. 그 형체들은 천천히 그녀의 모습에서 낯익은 얼굴, 그리고 낯선 얼굴로 변해갔다.

모든 이들의 연산이 그녀의 의식의 바다를 지나 흘러갔다. 테디베어는 마치 현실 속 그들의 손을 하나씩 잡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테디베어

문명의 [기반]은… 단결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