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1 새로운 세계
깨어났군.
하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지금 생명의 별 병상에 누워 있었다.
복부의 상처에서 고통이 몰려왔지만, 바로 의료진이 들이닥치지 않는 걸 보니 이미 고비는 넘긴 듯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공중 정원은 어떻게 됐어?
의식을 잃은 후, 게슈탈트가 오염 침입을 받아서 공중 정원이 지구 쪽으로 추락했어. 테디베어가 확보한 "코어"가 게슈탈트를 복구하는 데 결정적인 연산력을 제공했지. 지금은 엔진도, 게슈탈트도 전부 정상으로 돌아왔어.
테디베어와 [player name] 덕분에...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수많은 사람의 도움 덕분에, 공중 정원이 지구 중력 포획 임계점 직전에 멈출 수 있었어.
지금 공중 정원은 원래 있던 궤도 고도까지 돌아온 상태야.
파오스는?
하산이 파오스를 묻자, 아시모프가 잠시 놀란 듯했다.
...연결이 안 돼.
지금으로선 파오스의 자가 보호 장치가 발동한 건지, 다른 이유인지 확인이 안 돼. 아무튼… 파오스 학교는 이미 공중 정원에서 분리돼 튕겨져 나갔어.
어쩌면… 파오스도 공중 정원의 추락과 연관이 있는 건가?
아시모프는 상대방을 떠보는 듯한 말투로 물었지만, 하산은 개의치 않아 했다.
추락 원인은, 아마 "생명의 나무"와 연관이 있겠지.
테디베어도 곧 돌아오겠네.
…테디베어의 기체도, 리브처럼 생명의 나무와 관련된 "질점 기체"인가?
아시모프의 직설적인 질문에 하산은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아시모프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탐색만 했었다.
테디베어의 지금 상태는, 우리가 가진 어떤 기체들과도 달라. 데이터도 자료에 남아 있는 그 예전 기록이랑 비슷하고.
하산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고, 아시모프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방 안에 잠시 고요가 내려앉았다.
…결국 생명의 나무 계획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건… 테디베어는 아마 질점 기체가 맞을 거야. 하지만 리브 상황과는 달라.
이제 와서 비밀로 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 어차피 이런 기체들은 이미 나타났어.
그동안 하산은 줄곧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오늘은 왠지 입을 열 것 같았다. 아시모프는 마음을 굳히고 흐름을 이어받아, 자신이 품고 있던 다른 가설도 확인하려 했다.
그럼, 생명의 나무 계획은 원래 두 가지 방안이었던 건가? 정과 역의 관계로?
아시모프.
하산은 흔들림 없는, 단단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어떤 일이든… 하나의 보험쯤은 필요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우리 둘 다 할 일이 많잖아.
정말 함께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실 생각인가요?
테디베어는 뒤에 서 있는 일레인을 바라봤다. 둘은 이미 엘리시온의 출구에 도착해, 가상에서 현실로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네, 마음의 준비는 끝냈어요.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게요.
이것도… 무르가 제게 가르쳐준 거니까요.
일레인은 테디베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뒤돌아 엘리시온을 한 번 바라봤다.
일레인과 무르가 함께 잠시나마 살아던 도시, 그리고 무르가 살아있던 시절, 전쟁이 끝나면 이런 떠들썩하고 평화로운 도시에서 둘이서 남은 생을 조용히 보내자고 약속했던 곳.
하지만 유토피아의 꿈은 결국 깨어나는 법이다.
...최소한 무르와 좀 더 같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는 무르가 아니예요.
솔직히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무르는 이미 떠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 해방이라는 걸.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 사람이 제가 뒤집어쓴 이 가짜 껍데기를 보고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전 무르의 그런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요.
일레인은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고개를 돌려 테디베어에게로 걸어갔다.
암실 기지의 그 코어는 가져가지 않을 건가요? 당신 임무와 관련된 거잖아요…
하… 임무…
테디베어는 3초쯤 아무 말 없이 화를 가라앉혔다.
중요한 "정보"는 이미 확보했고, 지금의 코어는 단지 엘리시온을 꾸리는 "기반"일 뿐이에요. 엘리시온이 유지되도록 필요한 연산을 제공하는 그런 존재죠.
그 코어… 아니, 그 양자 슈퍼컴퓨터는 이제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에요.
여기가 바로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예요.
갑자기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마치 엘리시온의 모든 것이 그녀들에게 말없는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이제 가요.
오아시스
지상
수장님, 관측 결과 공중 정원이 원래의 궤도 고도까지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
와타나베는 속으로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공중 정원이 대기권으로 추락하지도 않았고, 7,295개의 탄도 미사일도 발사되지 않았다. 이건 양측 모두에게 다행인 일이었다.
이번 추락에는 분명 다른 사정이 있을 거야.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그 공동의 적을 더 경계해야겠군.
아딜레 상업 연맹
지상
원인 불명의 추락이라…
자밀라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세력이 공중 정원을 노리고 있나 보군.
이익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지. 앞으로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기겠어.
아딜레는 위험이 따르는 거래를 두려워한 적이 없어. 기회는 반드시 붙잡아.
총사령관님, 굳이 저희랑 같이 내려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일은 저희가 처리하면 됩니다.
수송기에서 내린 니콜라는, 옆에 있는 병사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내가 직접 [player name]을(를) 데려고 돌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지상에 내려왔는데, 좀 둘려볼 겸, 마침 잘 됐지.
알겠습니다.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며, [player name]을(를) 태운 수송기가 이쪽으로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니콜라는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살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구 땅을 밟았던 게 언제였던가? 아마 까마득히 오래전 일일 것이다. 거친 흙의 감촉, 온전히 발을 받쳐주는 단단한 무게, 그리고 공중 정원의 인공중력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다.
지구의 중력, 그 감각을 벌써 잊은 건가…
하지만 인간이 본능적으로 품고 있는, 지구에 대한 그리움은 절대 잊히지 않았다.
아주 긴 시간 돌아오지 않았다 해도, 아예 단 한 번도 이 땅의 온기를 느껴본 적이 없다 해도, 그 감정만큼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이건…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묘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니콜라는 조용히 걸어가, 그 앞에서 몸을 낮췄다. 이 황량한 땅 위에서, 그 조그마한 묘목은 오히려 가장 또렷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작고, 연약해 보여도, 그만큼이나 끈질긴 생명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총사령관님?
아니, 그냥 하나의 묘목일 뿐이야.
아, 네… 그래도 이런 땅에서 자라난 걸 보면, 보통 묘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면, 아주 큰 나무로 자라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성격이 활달한 병사는, 어딘가 흥분한 목소리로 몇 마디 더 떠들더니, 이내 자신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 걸 깨닫고, 급히 자세를 바로 세웠다.
죄송합니다, 총사령관님.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
괜찮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오히려 좋은 거야.
생명은 희망을 품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
멀리서, [player name]을(를) 태운 수송기가 서서히 착륙했다. 기체의 문이 열리며, 방패와 날개 문양이 새겨진 망토를 걸친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니콜라는 수송기 쪽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 묘목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하산이 얘기했던 그 개념이 떠올랐다.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남겨진 단 하나의 돌파구.
어쩌면 자신들은 그저, 나무의 뿌리 아래 뭉쳐 있는 흙일 뿐일지도 모른다.
지금 높은 자리에 서 있다 해도, 정작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color=#ffffffff><size=50>그렇다 해도 상관없다.</size></color>
새 가지가 뻗을 수 있도록, 새잎이 돋아날 수 있도록,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그들은 그 나무가 뿌리를 내릴 가장 단단한 토양이 되어줄 것이다.
새로운 장이 시작됐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