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도의 팔이 그대로 테디베어의 몸을 관통했고, 그녀의 몸에서 순환액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모에누가 급히 달려들어 존·도를 밀어내고, 무르는 테디베어를 부축해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
몸체만 손상됐어. 나중에 수리하면 돼.
...윽?!
곧 테디베어는 이것이 단순한 손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상처 주변에 남겨진 어떤 특수한 물질이 기체를 잠식하며 빠르게 퍼져나가, 받는 피해를 배로 만들었다.
더 복잡한 바이러스 프로그램이야.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치료도, 억제도 못 해.
테디베어는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우고 있는 모에누와 존·도를 바라봤다. 이대로 버티기만 한다면, 그들은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존·도를 상대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엘리시온의 코어…
무르, 모에누랑 같이 존·도를 붙잡아 둬.
우리한테 맡겨.
무르는 바로 전장으로 뛰어들어, 모에누와 함께 존·도를 맞받아쳤다.
테디베어는 무너지는 몸을 억지로 추스르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바이러스에 완전히 잠식되기 전, 반드시 코어를 찾아야만 했다.
건물 내부는 완전한 암흑이었고, 전력 공급은 이미 끊겨 있었다.
테디베어는 몸체가 점점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순환액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죽은 공간에 맑게 울려 퍼졌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마지막 희망을 찾아 나갔다.
...찾았다.
테디베어는 눈앞의 떠 있는 물체를 향해 걸어갔다. 자그마해 보이지만, 이 거대한 가상 도시 전체를 받쳐주고 있는 존재, 이 정도의 연산 능력이라면,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을 힘이 있을 것이다.
테디베어는 주저 없이 코어와 연결했다. 엄청난 연산량이 한꺼번에 그녀의 기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잠식된 부분은 빠르게 복구되어 갔지만, 그녀의 마음은 더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복구한 몸으로 다시 존·도와 싸운다고 해도, 누가 먼저 쓰러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공중 정원이 추락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
분명 뭔가, 결정적인 게 빠졌다.
다른 무언가…?!
이상했다. 예상했던 연산 능력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판단할 틈도 없이 그것은 연산 흐름과 함께 테디베어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 전혀 새로운 정보를 보여줬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의식의 바다와 같은 근원에서 온 어떤 것이 그녀를 바꾸고 있었다.
가벼운 깃털 같기도, 만산의 무게를 짊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극단적인 감각 속에서 그녀의 의식은 끝없이 휘몰아쳤다.
테디베어는 이곳이 어디인지,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식은 가장 순수한 공간 개념으로 돌아가, 다가오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모든 건, [그것]이 테디베어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들이었다.
엘리시온을 이루는 모든 기초 코드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체가 생물학적 해부도처럼 펼쳐져 모든 구조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전부"가 아니었다. 하여 "그것"은 그녀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녀는 마치 새처럼 착지해, 길 위에 두 발을 딛고 천천히 걸어갔다. 엘리시온의 평범한 거리였지만,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가상 도시가 아니었다.
테디베어는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의 등만 봐도, 모두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그녀는 한 명 한 명 앞으로 걸어가, 상대방과 자신을 마주 봤다.
빅토리아, 레오나르도.
내가 맡을게. 이런 더러운 일은 네가 맡을 필요 없어.
어린아이는 어른들을 믿기만 하면 돼. 이렇게 어두운 세상을 너무 일찍 마주하게 하는 건,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잖아.
울지 말고, 돌아가 있어. 빅토리아.
돌아가. 어린아이는 어른들을 믿기만 하면 돼.
가. 난 축하 연회에서 체리 맛 전해액을 마실 거야.
어찌 되었든, 나는 사절 계획을 다시 시작할 생각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사절 계획을 통해 얻은 모든 정보는 공중 정원 군대에 제출했어.
노르만 그룹은 더 이상 목숨을 걸고 얻은 영광 따위는 필요 없어.
도미니카.
내가 돌아올 때면… 넌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이 뭐든, 자유롭게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전 사절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아빠는 꼭 돌아올 거야. 이건 우리 사이의 약속이야… 내 사랑하는 아이야.
모에누.
달라지는 건 없어. 작은 우리에서 조금 더 큰 우리로 옮겨 가는 것뿐이야.
도망칠 데가 어디 있다고.
…………
그래도 한 곳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낫지.
적어도… 넌 날 수 있잖아.
그들 누구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가 이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과거의 크리스티나"를 지키며, 테디베어가 미래로 향하는 것을 묵묵히 배웅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혼자 길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를 마주했다. 지금은 "그것"이지만, 곧 그녀로 거듭날 존재였다.
이것이 네가 나한테 보여주려고 한 거였어.
이것이 네 힘이었어.
아니. 이건 내 힘이 아니야.
나는 그저 하나의 "공백", 하나의 "정체성"일 뿐이고. 지금 그걸 채우고 있는 건, 너야.
그 공백의 사명은 뭐야?
내가 너에게 보여준 건 [기초]이자, [허위]야.
너는 [진실]이 되어야 해. 그리고 나도 네가 [진실]이 되길 바라고 있고, [질점]이 됐으면 해.
너는 네가 어떤 과정으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봤을 거야.
이제, 가능성은 네 손 안에 있어. 직접 높은 건물을 쌓을 수 있다는 얘기야.
희망으로 향하는 고층 건물 말이야?
[기초]
이게… 날 구성하는 기초였어.
앞으로 나의 힘이 될 기초, 동시에 너 자신이기도 한 기초.
아직이야. 아직 완전하지 않아.
지금의 너 또한 [기초]야.
너라는 마지막 기초석이 채워져야, 미래의 "테디베어"가 완성돼.
테디베어가 손을 내밀어 "테디베어"를 쓰다듬었다.
시간은 매 순간 흘러가고, 흐르는 물도 다음 순간이면 이미 지나간 물이 된다. 미래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그녀 역시 그 기초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이 길은 온통 가시투성이야. 햇빛이 계속 너를 비춰주길…
진심으로 바랄게…
그 말의 의미를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것"은 다소 슬픈 표정으로의 테디베어를 안아주었다.
그들은 하나로 섞이고, 의식은 미래로 흘러갔다. 의식이 새로운 몸에 안착하자, 완전히 새로운 "테디베어"가 탄생했다.
그 이야기는 시작되기 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 여기서 벌어진 건 결코 사건 해결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 크고, 더 거대한 음모와 복수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엘리시온은 그저 우스꽝스러운 꿈에 불과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는 데엔, 사건이 끝나는 절차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상상도 못 한 순간에 일어날 수 있었다.
마치 절반만 찍은 영화를 아무렇게나 편집한 듯, 모든 것들이 고삐 풀린 야생마 같았고, 추락과 죽음은 초원 위에 널려 있었다.
테디베어, 너야말로 이 꿈에 침입한 불청객이야.
이제는 네가 달릴 차례야.
테디베어는 급히 전장으로 돌아갔다. 지금의 그녀는 마침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을 얻었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모든 땅이 그녀에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단단하게 받쳐주는 기반은, 이 도시를 지탱하고 그녀를 떠받들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그 기반 위에서, 인류의 미래를 떠받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