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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6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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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진료실

엘리시온

심리 상담에서 빛은 무의식에 직접적인 암시를 준다. 그래서 이곳의 조명은 낮이고 밤이고 늘 정교하게 조절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 사무실의 조명은 꺼져 있었다.

존은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스스로를 이 짙은 어둠의 꿈속에 잠기게 내버려두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태생적으로 빛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정반대였다.

존은 천천히 눈을 뜨고, 책상 위의 장식용 그릇을 바라봤다.

그릇에는 맑은 물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방문자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염료를 물에 떨어뜨려 심리적 암시를 주곤 했다.

여러 색의 염료 중, 검은색만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그는 새 염료의 입구를 뜯고, 주저 없이 검은색을 부었다. 투명하던 물은 한순간에 까맣게 물들어 주변의 어둠, 그리고 그 자신과 하나로 섞여갔다.

숙원은 잘 마무리됐나, 아벨?

입 다물어… 네가 진짜 카인이라도 되는 줄 알아?

하, 그건 모르지.

우리 둘 중,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헛소리할 시간 없어. 하산 암살은 실패했어. 이제 예비 계획을 가동할 차례야.

운명의 바퀴 그쪽에서 왜 파오스에 흥미를 갖게 된 건진 몰라도, 우리의 게슈탈트 탈취에 방해만 안 되면 돼.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그는 손가락을 물속에 담그며 검은 염료를 묻혔다.

지금부터 나는 다시 태어난다. 불완전하고 추한 육신은 버리고, 세상에 언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 스트림과 깨진 코드가 그의 몸을 덮었다.

오직 나, 존·도만 존재한다.

나는 녹색 눈을 가진 괴물, 여섯 번째 죄, 존·도, 나는…

오른손이 허공을 스치자, 데이터 코드가 공간을 찢어 열었다.

존·도는 단숨에 최상층으로 이동했다.

승격 네트워크가 새 생명을 줬으니, 나도 보답해야지.

그가 공중에서 보이지 않는 피아노를 치듯 손을 튕길 때마다, 저 멀리 거리에 감염체 몇 마리가 새로이 출현했다.

엘리시온을 발판 삼아, 게슈탈트로 향하는 길을 열 것이야.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붉게 물들어 갔다.

이제 이 세계는 우리 같은 "그림자"가 되어, 검은 축제가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대체 뭐 하려는 거야, 모에누!

테디베어와 무르는 힘을 합쳐 모에누의 공격을 가까스로 받아냈지만, 상황은 여전히 교착 상태였다. 여기 엘리시온은 모에누의 홈그라운드였고, 전장이 이곳인 이상, 모에누는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다.

왜 끝까지 파헤치려고 해, 테디베어!

그냥 엘리시온에서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있으면 돼!

넌 여전히 그 "우리"를 증오하고 있잖아!

그래서 공중 정원을 파괴하겠다고?!

치열한 공방 속, 테디베어는 빈틈을 노려 모에누의 진짜 의도를 떠보았다.

나는 엘리시온만 신경 써.

"엘리시온만 신경 쓴다"라.

그럼 네 동료는 누구야? 공중 정원에 해를 끼치려는 그 자식 말이야.

모에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인기의 사격 속도만 올릴 뿐이었다.

문득, 테디베어는 하산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당신들의 음모나 계산 같은 거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요. 그저 제가 맡은 임무만 잘 완수하고 싶어요.

테디베어는 순간 모든 퍼즐 조각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 처음부터 휘말려 들어갔었네.)

(이번 일이 끝나면, 보상을 톡톡히 받아내야겠어.)

테디베어가 몸을 비틀어 무인기의 광선을 피하고, 무르가 빠르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지만, 두 대의 무인기에 의해 막혀버렸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무르는 테디베어 쪽으로 물러섰다.

우리끼리 싸울 이유는 없어—

???

▆▅▄▇——!!!

갑작스러운 날카로운 비명이 모든 교착과 긴장을 산산조각냈다. 세 사람 모두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붉은 화염이 떠오르고, 그 아래서 셀 수 없이 많은 붉은 점들과 살덩어리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도시는 더 이상 조용하지 않았다. 잠자던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엘리시온 전역에 감염체가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퍼져가는 핏빛이 모든 네온을 집어삼키고, 도심은 감염체의 사냥터로 변했다.

?!

잊혀 있던 악몽이 이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폭주 기계 따위는 없었다. 처음부터 전부 퍼니싱, 처음부터 전부 감염체였다.

하필 이때…

너, 감염체랑 한패 아니었어?!

퍼니싱과 감염체를 다루려면… 적어도…

승격자 존·도

승격자는 되어야겠지.

낯선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세 사람이 동시에 돌아보았다. 푸른 불길을 내뿜는 망토, 몸 전체가 기계 구조인 괴이한 자가 데이터 스트림이 흘러나오는 까만 균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 내가 뭐라 그랬어. 진짜 해커 난투극이네.

승격자가 무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이네, 요원님.

?!

아, 이 몸이 더 익숙하시려나.

데이터 스트림과 깨진 코드가 그의 몸을 뒤덮더니, 순식간에 심리 의사 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존!

무르는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세 사람의 시야에서 승격자의 모습이 동시에 사라졌다.

!!!

무르는 등 뒤에서 거대한 힘이 몰려오고 있음을 느끼고, 앞으로 몸을 던져 몇 바퀴 구른 후 멈췄다.

빨라… 아니, 단순히 빠른 게 아니야.

시각 모듈까지 침투했어!

모에누, 하산 암살 계획은 실패했다.

갑자기 들려온 뜻밖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너희가 꾸민 짓이구나…

아버지는 어떻게 됐어?!

승격자는 테디베어의 말을 무시하고 모에누를 바라봤다.

언진...

그는 다시 몸을 변형시키고, 휠체어에 앉은 언진의 모습으로 모에누에게 말을 걸었다.

모에누… 구해줘…

너!!

승격자는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비웃기 시작했다.

언진은 이제 없어. 오직 존·도만 존재한다!

모에누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승격자에게 달려들었다. 뒤의 무인기들이 최대 출력으로 그녀의 몸을 밀어붙이고, 분노가 실린 바이러스 프로그램과 광선 공격이 동시에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모에누의 모든 공격을 손쉽게 무력화했다.

네가 어떻게…

어떻게 엘리시온의 권한을 가지고 있냐고?

승격자는 대답 대신 몸을 뒤틀듯 변형시키더니, 이번에는 모에누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모습으로 상대해 주지. 날개를 잃은 새라고 했나…?

그럼 난, 가상·날개를 잃은 새가 되겠군.

무르가 공격에 나섰지만, 몇 합 버티지 못하고 밀려났다.

결국 한낱 망령일 뿐이다. 지금 네가 갖고 있는 생명도 전부 내가 창조한 것이지.

?!

감사해하지 못할망정, 감히 창조주를 물어뜯으려 들어? 가소롭군.

엘리시온을 벗어나면, 넌 그저 한낱 차가운 시체일 뿐이다!

쓸데없는 말이 많아.

테디베어는 차갑고 단단한 어조로 승격자에게 반격했다. 그의 도발에도 테디베어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아, 너도 있었지. 공중 정원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지 않나?

이곳과 공중 정원 사이의 정보 차단은 내가 풀어놨으니, 직접 확인하는 게 빠르겠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테디베어의 통신에 수많은 경보음과 알림이 울렸다. 현재의 공중 정원 상태를 알려주는 소리였다.

시스템 알림

경고합니다. 전체 궤도 고도에 변동이 발생했습니다. 변동 수치는…

경고합니다. 다량의 퍼니싱이 감지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피난 함선으로 즉시 대피하십시오.

경고합니다. 공중 정원의 일반 동력 엔진 작동이 중지되었습니다.

말도 안 돼…

순간의 짧은 동요, 승격자는 번개처럼 테디베어의 등 뒤로 이동해, 팔로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다.

테디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