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진의 사무실에는 큰 창이 하나 있었다. 그 창을 통해 바로 우주를 바라볼 수 있었고, 어떤 시간대에는 지구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이 창이 있는 사무실은, 그가 세계 정부 의원이 된 뒤 요구한, 유일한 개인 요청이었다.
이러면, 오늘의 업무는 전부 끝났군.
그는 오른손으로 마지막 보고서에 서명한 뒤, 펜을 캡에 꽂으며 조용히 얘기했다.
아직입니다.
23분 후, 하산 의장님과의 비공개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음… 그렇지.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었군.
오늘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세계 정부의 미래는 여전히 의원님을 필요로 합니다.
칭찬 섞인 말에도 언진은 그저 옅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고마워, 이제 쉬어. 이후 일정은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어.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언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랫동안 함께해 온 비서를 바라봤다.
아직 땅에 묻힐 정도로 늙진 않았어.
비서는 잠시 그의 휠체어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사무실이 고요해졌다.
언진은 오른손으로 휠체어를 움직여 창가로 이동해 멀리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이 자리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끝도 없이 쏟아지는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왔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는 파란 행성을 바라보며 자신이 한때 뛰어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곧, 이젠 그 감각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예전엔 잘 뛰었었지.
의식이 흐려지며, 마치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룡 중앙 대학교
구룡
늦은 저녁, 26살의 언진은 운동장에서 야간 러닝을 끝냈다.
언진, 역시 여기 있었네.
언진은 한쪽 발을 계단에 올린 채 스트레칭하며 대답했다.
응. 여기서 뛰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남아서 계속 연구할 생각은 없어?
너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그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아.
그럼 도대체 뭘 원하는데?!
구룡 중앙대 잔류도 거절하고, 과학 이사회 초청도 거절하고…
심지어 대서양 연합 대학이랑 북극항로항만 아카데미도…
그녀는 상대방의 웃는 얼굴을 보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설마 네가 원하는 게 기업 취직이야? 우리 예전에 함께 얘기했던 그 이상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 생각들은?
언진은 고개를 저으며 스트레칭을 마치고, 함께 기숙사 방향으로 걸어갔다.
근데 그쪽에서 주는 돈이 많긴 하더라.
…………
나 그 돈이 필요한 거 알잖아.
어머님 몸 상태는 어떠셔?
계속 그대로야.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어.
그 사고는 네 잘못이 아니야. 넌…
그만해, 클레어.
평소와 다르게 단호한 말투였다.
클레어도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닫고 멈칫했다.
미안… 난, 그저…
알아.
언진은 웃어 보였다.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야.
15년 전. 어린 언진은 단지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위해 한 끼 식사를 준비하고 싶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언진은 어머니의 고생을 너무 잘 알았기에, 어머니가 깨어나서 식탁을 보며 기뻐하실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들을 찾아온 건, 불길과 짙은 연기뿐이었다.
원인?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노후된 전선 때문이었을 수도, 자신이 잘못 만졌을 수도, 아니면… 어떤 것이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그를 불길 밖으로 밀어내 살렸지만, 자신은 과도한 독성 연기를 들이마신 탓에 폐가 섬유화되었고 평생 휴대용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너는? 과학 이사회 초청을 받았다며.
응.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이 꽤 좋았어.
나도 언젠간 과학 이사회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때 되면 너한테 도움 좀 받아야겠네, 하하.
클레어는 웃지 않았다.
난 언제까지나…
클레어.
응?
저기 봐.
언진이 길옆의 숲을 가리켰다. 낙엽이 덮인 흙바닥 위, 부러진 날개를 한 참새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한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쪼그려 앉아, 이미 죽은 그 작은 생명체를 내려다보았다.
생명이라는 건… 언제나 이렇게 연약해.
클레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서 검은 머리칼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품이 넓고, 다정하고, 정중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어딘가 깊은 곳에 그녀가 닿지 못하는 슬픔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1년 후
대서양 신성 기술 회사
언진, 일도 끝났는데 가서 한잔할까?
난 됐어. 나 알코올 알레르기 있는 거 알잖아.
그냥 밥만 먹어도 돼. 계속 혼자 있으면 친구 없어진다?
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오늘 옆 부서 여자분도 오신대. 들어보니까, 그쪽도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했다.
나는…
그 순간, 왼쪽 다리에 힘이 풀려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책상 위의 펜들도 그와 함께 와르르 바닥으로 쏟아졌다.
왜…이러…지?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소위 말해 루게릭병입니다.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지만, 현 의료 기술로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꾸준히만 복용하시면, 최대 30년까지 정상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최대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까지 기록상 30년이 최대입니다.
그럼, 평균은요?
...20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병원을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병원 정문이었고, 단말기에서는 알림음이 울리고 있었다.
…………
여보세요, 언진 씨 되십니까? 천양시 경찰서에서 연락드렸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쥔 듯, 숨이 막혀왔다.
...무슨 일이시죠?
유감스럽게도… 방금 언진 씨 어머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장례식 날, 비는 크지 않았지만,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언진은 혼자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친 후, 묘비 앞에 섰다. 이제 그는 세상에 홀로 남았다.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와 가깝게 지낸 사람 자체가 적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조문객들이 하나둘 떠나고, 언진과 클레어만 남았다.
진…
1년만 더.
……
딱 1년만 더 있으면, 수술비를 모을 수 있었어.
어머니를 그 산소마스크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었어.
어떠한 위로도 지금의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어머니는 강한 사람이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우는 모습을 딱 한 번 보이셨어.
날… 불타는 집에서 끌어냈을 때, 그때…
난… 그런 강함을 단 한 번도 가적이 없어.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면 울면서 집에 가는 게 전부였어.
그 애들이 나한테 붙인 별명이 아직도 기억나, "울보 언진".
넘어지면 울고… 영화 보다가 울고… 아버지가 생각나서 울고…
어머니는 그러셨어.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란 뜻이니까."
근데 왜 하필 지금은, 눈물이 안 나는 거지…
클레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꽉 끌어안았다. 마치 자신이 그 슬픔을 안아 대신 녹여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장례식 그 후로 2년이 흘렀고, 언진과 클레어는 결혼했다.
둘 다 요란한 걸 좋아하지 않아서, 결혼식은 조용히 소박하게 치러졌다.
그리고 결혼 3일째 되던 날, 집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언진 박사님.
군인…? 아니, 정치인이신가요?
언진은 자신의 나이와 비슷해 보이는 남자를 경계하며 물었다.
왜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남을 위해 일할 생각이 없습니다.
17세에 대서양 연합 대학교 입학. 조기 졸업 후, 20세에 북극항로항만 아카데미로 진학. 23세엔 항만 아카데미의 제안을 거절하고 구룡으로 향했고, 26세엔 구룡 중앙 대학교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 취득.
그리고 구룡에 있는 기간에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까지 추가로 취득, 맞으십니까?
솔직히 말해서, 26살에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개된 정보들입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엔 각 대학의 스카우트를 거절했고, 과학 이사회의 제안도 거절하셨죠.
언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돈을 위해 기업을 선택했고, 이유는…
그만하세요.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그만 돌아가세요.
혹시 "암실"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언진은 살짝 놀랐다. 당연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세계 정부는 이익을 위해 과학 이사회 외에도 여러 개의 암실 연구 기지를 만들었다.
과학 이사회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암실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구 방향은 세계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었다.
암실은 완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는 아니었다. 학계에서도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몇 개가 있고, 어디에 있으며, 각 암실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등은 정부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사항이었다.
...세계 정부 쪽 사람인가요?
저는 그저 전달만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누구를 대신해서요?
톨리드 의장님을 대신해서요.
언진은 잠시 놀라더니, 몸을 틀어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혹시 성함이?
하산, 하산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제3암실 기지
언진은 과학 이사회 본부 건물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거대한 조각과 영원히 타오르는 촛불 같다는 그 상징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들었었다.
그곳은 마치 모든 이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부조, 이 시대의 새로운 "아테네 학원" 같았다.
바베지, 다빈치, 파인만, 페르미, 뉴턴, 디랙, 아인슈타인… 인류 과학사의 별들이 과학 이사회 돔을 장식하며, 그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올려다보게 했다.
그는 과학 이사회의 한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황금시대에 우리는 그냥 과학이라는 빌딩에 벽돌을 쌓은 사람일 뿐이야. 벽돌을 쌓은 사람은 자신을 새길 자격이 없어."
하지만 언진도 가끔 꿈꾼 적이 있었다. 언젠가 자신도 그 별들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후세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그 자리 말이다.
하지만 제3암실 기지엔 그런 상징적인 건물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차갑고 묵직한 강철, 그리고 세계 정부 표식만 있을 뿐이었다.
기지에 들어선 후에야, 세계 정부의 표식 아래에 새겨진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서 그 문구를 보고 있는 사이, 하산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톨리드 의장님이 하신 말씀이죠.
톨리드…
그는 어떤 사람인가요?
하산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분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세계 정부의 초대 의장이 될 수 있나요?
하산이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당연하죠, 박사님.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잠시 고민하던 언진은, 손을 내밀어 악수에 응했다.
환영합니다, 박사님. 저희와 함께 이 세계를 만들어 갑시다.
거대한 세계 정부 표식 아래, 두 사람의 길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하산을 따라 비밀 사무실로 들어선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왜 저를 선택하신 겁니까? 과학 이사회엔 저보다 뛰어난 사람이 수두룩할 텐데요. 구룡에 있을 때, 16살에 박사 학위를 땄다는 천재 얘기도 들었어요.
하산은 웃으며,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으로 언진을 바라봤다.
언진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천재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직접 만난 적은 없어요.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뿐이라, 함부로 판단하긴 어렵네요.
그럼 질문을 바꿔보죠. 박사님 자신은, 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어떠신 것 같나요?
…………
가슴속에 있던 욕망이 소리쳤다.
언진은 잠시 침묵했다.
제 생각엔…
그 사람은 단지 집안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해요.
하산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서양 연합 대학에 다니실 때 발표한 논문, 꽤 흥미롭더군요.
<침습식 뇌-기계 확장 응용 가설>
1장: 의식의 확장.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인간의 의식을 보이지 않는 촉수처럼 뻗어내고, 뇌 안에서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모든 전자 프로그래밍 기기를 조종한다…
전체적인 방향은 사실, SF 소설에서도 자주 나오는 오래된 개념이라 그렇게 새롭진 않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소설이 아니기에, SF에서 말하는 수준의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실현하기엔 난관이 너무 많고, 침습식 인터페이스는 지금 업계에서 주류 연구 방향도 아니죠.
첫 번째 논문치고는, 너무 과감한 추측이 많고 논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애매하죠. 이론적인 검증이 전혀 없으니까요.
돌려서 얘기할 필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걸 망상이라고도 부르더군요.
애초에 학사 논문이라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쓰레기죠.
하지만… 재미있는 건 2장 내용이었어요. 의식의 전이.
침습식 뇌-기계 인터페이스로 인간의 뇌를 인터넷 장치와 연결해,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한다…
사실 이것도 새로운 개념은 아니에요. 연구할 가치가…
하산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실현 가능성이 있어요.
…………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쏟아져, 언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정말 이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네 재능을 틀린 길에 쓰지 않길 바란다.
남들 눈은 신경 쓰지 마…
엄마는 네가 특별하다고 믿어.
진짜 그 논문, 어떻게 통과됐대? 분명 뒤에서 뭔가가 있었을 거야.
내용은 완전 쓰레기던데.
쉿, 목소리 낮춰. 나중에 걔가 네 뇌를 열어서 쇳덩이를 쑤셔 넣으면 어쩌려고? 하하하.
만약 그 기술이 정말 실현 가능하다면, 아마 많은 장애나 반신마비 환자들이…
설마…
검증이 되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하산은 언진의 반응을 예상한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불가능할 텐데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진 박사님.
중요한 건, 박사님이 "링크" 프로젝트에 합류할 의지가 있느냐는 겁니다.
"링크" 프로젝트요?
하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가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는 추상적인 인간 뇌의 표식이 나타났고,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선들이 뇌에서 뻗어나갔다.
언진에게는 그 표식이 평면적이지만 매우 추상적인 나무처럼 보였다.
다시 한번 설명드리겠습니다. 세계 정부 산하 제3암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목표는 인간의 의식을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링크 및 업로드하는 기술을 실현하는 것…
만약 참여하신다면, 이 링크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바로 박사님이 되시는 겁니다.
언진은 지구 쪽을 향하던 시선을 거뒀다. 목이 조금 뻐근한지, 오른손을 들어 조용히 눌렀다.
손을 위로 쓸어올리자, 백발 아래에 숨겨진 금속이 약간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만남이, 모두 세계를 바꾸는 건 아니였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그럭저럭 순조롭게 진행됐고, 프로토타입도 금방 제작됐다.
의식을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까지는 간신히 가능했지만, 그 대가는 피실험자의 신체에 가해지는 극심한 손상이었다.
첫 번째 지원자 그룹 중 생존자는 단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응급실에서 26시간 버틴 끝에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프로젝트는 정체의 늪에 빠졌고, 장기간 아무런 진전이 없자 세계 정부 인사들도 점차 신뢰를 거두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타격, 구조체 기술의 의식 데이터화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세계 정부는 링크 프로젝트의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언진은 제3암실을 놓을 수 없었다.
그의 아내는 이곳에서 죽었고, 그의 딸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제3암실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수백 명의 지원자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식물인간, 뇌신경 손상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각종 사정 때문에 치료도 어려웠다.
절망이 제3암실 전체에 드리워졌다. 언진은 성과가 절박했다.
슬슬 클라이맥스로 가고 있네, 하.
생각이 끊기고, 뇌 속의 모든 신경이 같은 신호를 보냈다.
"아파!"
돌아가… 돌아가라고!!
어디로 돌아가라는 거지? 애초에 난 너잖아.
아니면… 내 동생이라고 불러 줄까, 아벨?
내가 진짜 언진이야!
음~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
궁지에 몰린 언진은 모든 걸 걸고, 스스로 2세대 뇌-기계 실험에 참여했다.
그날 이후, 언진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재앙은 그다음이었다. 언진은 불완전한 2세대 뇌-기계 결과물을 이용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간신히 제3암실의 명맥을 유지하려 애썼다.
여러 기업과 기관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조금이라도 손을 내밀어 준 건 노르만 그룹뿐이었다.
아직도 그날을 기억한다. 찰스가 어린 에드워드를 데리고 참관하러 왔을 때, 언진은 초라한 자세로 링크 프로젝트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었다.
노르만 그룹이 도움을 준 이유는 뻔했다. 그 도련님 눈에 비친 연민이 답을 말해줬다.
두 달 뒤, 퍼니싱이 터졌고 모든 게 변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노르만… 우릴 죽게 내버려뒀어…
존, 엘리시온으로 돌아가!
언진이라고 불러! 그리고 너나… 네가 할 일을 제대로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