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8 추론의 한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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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3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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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고, 이야기를 끝낸 테디베어는 무르의 집을 떠났다.

집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무르는 창가의 망우화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무르…

그럼, 너는 계속 알고 있었던 거야?

테디베어의 말을 들은 무르는, 그동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환영이 아니라 기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일레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응.

왜 숨겼어?

난 받아들일 수 없었어… 왜 하필 죽는 사람이 너였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분명 수많은 재난을 전부 피했는데…

지친 사람들은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친 채, 수많은 희생 끝에 감염 구역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됐어, 매카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 우린 그냥 지상에서 스쳐 지나갔고, 나와 가미라는 여전히 지상을 돌고 있다고 전해줘!

분명 결혼식까지 올렸는데…

보육 구역에서 치른 초라한 결혼식이었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축복해 줬다.

결혼 축하해요!

분명 함께할 미래도 약속했는데…

보육 구역 주민들은 짧은 휴식 시간마다 각자의 미래를 꿈꾸며 희망이 담긴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나중에 상황이 좀 안정되면, 만두 가게를 열 생각이에요.

분명 돌아온다고 했는데…

보육 구역에 경보가 울리고, 멀리서 이합 생물의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대피해. 난…

결국 돌아오지 않았잖아.

무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건…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세계는 전부 거짓이잖아…

거짓이면 어때서!?

그녀는 운명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진짜 세계가 그렇게 대단해? 그냥… 진실 같은 거 안 좇으면 안 돼!?

…………

일레인은 무르에게 다가가, 마치 두 번 다시 놓치지 않겠다는 듯 힘껏 껴안았다.

가지 마… 응? 제발…

하지만 무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흐릿해진 눈으로,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여자가 누군지 이제 기억이 났어.

뭐?

그 검은 드레스를 입고… 피 웅덩이 속에 누워 있던 여자.

심리 의사를 만나고 난 이후로, 무르는 계속 그 검은 드레스의 여자를 떠올렸다.

그 말을 들은 일레인은, 몸에서 서서히 온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야…

그녀는… 내 동료의 약혼녀였어. 그때… 위험이 닥쳤을 때… 나를 밀쳐서…

무르의 호흡이 갑자기 빨라졌다.

내가 공중 정원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자신의 약혼자는 어떻게 됐냐고 나한테 물었어… 아직 결혼 전이라 군부도 그들의 관계를 몰랐고, 그녀에게 부고도 전달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난 잘못된 선택을 했어.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어…

아주… 긴 임무 때문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그런데…

그날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너무도 조용했어. 심지어 나한테 고맙다고까지했어.

그리고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그만해… 무르, 제발 그만해!

무르는 거친 숨을 고르며 일레인의 손을 꽉 잡았다. 표정은 더 이상 일그러지지 않았지만, 슬픔과 미련이 가득했다.

내 잘못이야, 일레인. 내가 잘못을 저질렀어.

아니야… 아니야…

일레인은 무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진실을 좇을 거야.

그는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난 반드시 진실을 좇을 거야.

어느 보육 구역

지상

3개월 전

막 임무를 끝낸 크로와는 피곤한 기색으로 술집에 들어섰다.

유사 알코올 전해액을 주문한 뒤, 옆에 있는 카우리를 바라봤다.

이번 휴가는 뭐 하면서 보낼 거야?

무려 닷새나 되는 흔치 않은 기회잖아.

카우리는 손에 든 탄산수를 흔들며 대답했다.

실컷 잠이나 자야지!

그리고 기체 점검도 좀 하고, 침대에서 소설이나 읽으면서 보낼 생각이야.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으려고?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라 그래.

넌?

아직 모르겠어... 일단 무르를 보러 가야지. 이제는 유해를 공중 정원으로 보낼 때가 됐어.

그 이후에는… 기념비에서만 무르의 이름을 볼 수 있겠지.

…………

...난 안 가. 가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 네가 대신 꽃 한 다발만 가져다줘.

크로와는 강요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카우리 같은 성격은, 슬픔을 혼자 조용히 소화하는 걸 더 좋아했다.

크로와는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술집을 나왔다.

밖의 바람이 그의 취기를 날려 보내자, 순간, 환영처럼 곁에 서 있는 무르를 본 것만 같았다.

무르는 여전히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그의 불꽃 같은 주황빛 눈동자가 크로와의 가슴을 찔러댔다.

그렇게 보지 마…

그날의 피와 불길이 또다시 그의 주변을 춤추듯 휘감았다.

크로와는 오랜 복무 경력 덕에 노련한 병사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날만큼 죽음을 가까이 느낀 적은 없었다.

살이 얼어붙는 공포가 목을 조였고, 그는 잠깐, 정말 아주 잠깐, 그냥 이합 생물한테 찔려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대신 죽은 건 무르였다.

위기의 순간, 무르는 크로와를 밀쳐냈고, 살 기회를 그에게 넘겨줬다.

마지막에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무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주황빛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던 장면만 또렷했다.

젠장… 너 챙겨준다고 큰소리까지 쳤었는데…

문득, 그는 일레인이 말했던 그 야생화가 떠올랐다. 산 가득 피어 있는, 무르의 눈 색깔과 똑같은 그 꽃.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망우화.

크로와는 보육 구역의 어느 한구석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공중 정원에서 온 수송기 세 대가 착륙해 있었다.

병사 몇 명이 물자를 점검하며 박스를 싣고 있었고, 그중 한 흑발 병사가 크로와를 보더니 먼저 다가왔다.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 귀환 예정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는데요.

크로와는 손을 내저으며, 잠시 그의 검은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타러 온 거 아니야.

그럼 운송할 물품이 있으신 겁니까?

무르 유해를 좀 보려고.

흑발 병사는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게 웃었다.

...물류 번호 있으십니까?

병사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물류 번호". 생전에 어떤 꿈을 품었든, 얼마나 빛났든, 죽고 나면 시스템 안에서 "SR"로 시작하는 화물 취급이 될 뿐이었다.

…………

SR-A2-034.

흑발 병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단말기를 확인했다.

음?

몇 번이나 재확인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물류 목록에 없습니다.

그럴 리 없어. 그 유해들, 아직 공중 정원으로 운송되지 않았을 텐데.

SR-A2-034, 확실하십니까?

맞아, 멘티스 소대의 무르.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흑발 병사는 계속해서 목록을 확인했고, 크로와의 미간에도 점점 더 깊은 주름이 생겼다.

확인이… 안 됩니다.

유해들은 다 어디에 있어?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할 거야!

그건 규정상…

무르라고! 너도 무르 본 적이 있잖아!

…………

흑발 병사는 말없이 고개를 들고, 수송기 한 대를 가리켰다.

전부 저쪽에 있습니다.

크로와는 빠르게 수송기 안으로 들어가, 빽빽한 유해 운송 캡슐 사이를 지나며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번호, 이름, 관찰 창 너머의 얼굴, 그 어떤 것도 빠뜨리지 않고 일일이 확인했다.

그렇게 세 바퀴나 돌았지만, 무르의 유해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의 곁엔 여전히 "무르"가 서 있었고, 마치 인공 망막에 새겨진 상흔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크로와는 "무르"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

공중 정원

최근

크로와는 외진 기록 보관실로 들어섰다. 무르의 유해가 사라진 뒤로, 그는 끈질기게 이 일을 조사하고 있었다.

여기가 맞아.

오랜 복무 기간 덕에 인맥도 넓은 크로와는, 수소문 끝에 몇 가지 수상한 단서를 찾아냈다.

공중 정원 소속의 한 의원이 사적으로 물자를 빼돌린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무르의 유해 실종 역시 그 의원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공중 정원이 보육 구역에 내려보낸 물자는 매번 조금씩 비어 있었어.

하긴, 물자를 노린 놈이 없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전자 기록엔 접근할 수 없지만, 공중 정원의 실물 기록 보관 백업 파일이라면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결국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은 20분이야, 낭비해선 안 돼.

기록실 안팎에는 이미 세 명의 정화 부대 대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크로와가 서류를 넘기며 사진을 찍는 순간, 날카로운 칼날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아주 미세한 소리와 함께, 정화 부대의 이사루스가 캐비닛 위에서 아래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단 1초면 제식도로 크로와의 오른쪽 어깨 관절을 절단할 수 있는 거리였다.

!!!

위기일발의 순간, 크로와가 왼쪽으로 몸을 돌려 간신히 공격을 피해냈다.

칼날이 바닥을 스치며 깊은 흠집을 남겼다.

정화 부대 임무 수행, 반역자, 즉시 항복하십시오!

잠깐!

말할 틈도 없이, 나머지 두 명의 정화 부대 대원도 동시에 움직였다. 세 방향에서 날아든 칼날은 크로와의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

크로와는 비수를 뽑아 들고, 정확하고 빠른 타격으로 좌우의 공격을 튕겨내며, 반동을 이용해 몸을 틀어 이사루스의 두 번째 일격도 피했다.

복부 쪽 옷이 찢어지고, 생체공학 피부에 약 5센티 정도의 깊은 상처가 생겼다.

멘티스 소대 크로와,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두십시오.

어쩐지 목소리가 귀에 익다 했다니, 이사루스 너 이자식, 날 잡으러 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하나도 안 변했어, 이 융통성 없는 놈!

당신은 정반대로군요. 그런 의원 밑에서 일하며, 사익이나 챙기다니… 유감입니다.

그 말을 들은 크로와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정화 부대 역시 그 의원을 조사 중이었고, 자신을 그 의원 쪽 사람이라 판단한 것 같았다.

(첫 일격이 치명타가 아니었던 게, 생포해서 자백받아 낼 생각에 그런 거였어.)

지금 와서 오해였다고 하면, 너무 늦었으려나?

손에 든 비수를 꽉 움켜쥐었다. 설명한다고 믿어줄 거란 확신도 없었다.

이사루스는 융통성이 없는 데다가, 싸우면 말도 안 되게 강했다.

그 의원의 얼굴이 떠오르자, 크로와는 자신도 모르게 낮게 욕을 뱉었다.

언진, 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