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8 추론의 한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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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1 밤과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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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깼다.

하지만 이게 오늘의 첫 번째 깨어남이 아니라는 걸,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건 모에누였다. 그녀는 빵 두 봉지를 들고 있었다.

뭐 좀 먹을래? 여기 빵 있고… 빵 있고… 그리고 빵 있어.

모에누는 평소처럼 태연했지만, 테디베어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들었다.

이유 없는 경계심에 테디베어도 잠시 멍해졌다.

뭐야, 왜 멍하니 있어?

모에누는 빵 봉지를 침대 위에 던져, 테디베어를 정신 차리게 했다.

난 너한테 열쇠 준 적 없는데.

글쎄, 도어락을 사용한 게 누구지? 그리고 네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기술은 또 누가 가르쳤을까?

독학한 거거든?

정답, 네 앞에 서 있는 건 반쪽짜리 선생이지, 답을 맞힌 보상으로…

모에누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부엌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내가 직접 타주는 홍차! …인데, 찻잎은 어디에 있어?

아, 여기 있네.

테디베어는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홍차를 우려내는 모에누의 소리를 들었다. 조용한 일상이 기묘할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노르만 가문에서는 이런 일상이 거의 없었다.

요리사가 미리 차려놓은 식탁, 시종의 보조 아래에서 먹는 식사, 단 한 번도 벗어나선 안 되는 식사 예절…

모두가 "노르만"이라는 역할을 연기해야 했다.

테디베어는 때때로 생각하곤 했다. 과거엔 도미니카에게 선택받지도 못한, 그저 광산 회사였던 노르만 가문이, 언제 이렇게 끝도 없는 "귀족 예절"을 갖추게 됐는지.

악취 나던 돈 냄새가 어느새 귀족 냄새로 변해 있었다.

모에누가 주방에서 홍차 두 잔을 들고나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무슨 일로 왔어?

지나가다가 들른 건데? 안 돼?

…………

테디베어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형편없네.

아침의 몽롱한 공기 속에서 둘은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쳤다.

요즘 사건도 없고, 오늘 마침 휴가도 내려왔는데, 나가서 좀 돌아다닐까?

창밖에서 참새 우는 소리가 어슴푸레 들려왔다. 테디베어가 고개를 돌리자, 몇 마리 나무 참새가 창턱 근처에서 짹짹거리고 있었다.

사건이 없어?

응, 어차피 할 것도 없잖아.

모에누의 성화에 못 이겨, 테디베어는 그녀와 함께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함께 육교를 건너고, 함께 신호등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고, 함께 밀크티를 주문했다.

엘리시온의 상업지구는 사람들로 가득 찬 쇼핑몰과 끝없이 흐르는 인파로 늘 붐볐다.

한 광장을 지나던 중, 마침 그곳에서 코스프레 행사 같은 게 열리고 있었고, 이상한 복장을 한 청소년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

아, 나 저 캐릭터 알아!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빨간색과 파란색의 타이트 슈트를 입은 근육질 남자였다.

저건 누구나 다 알지. 슈퍼맨이잖아.

그리고 저기 저 무서운 박쥐 인간.

나 들은 적이 있어. 어떤 사람이 아주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수많은 방어를 뚫고 센터 빌딩 옥상에 올라갔대. 그 위에 박쥐 마크가 새겨진 조명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래서 있었대?

당연히 없었지.

야외 대형 스크린이 자동으로 전환되며 한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이 재생됐다. 노란 재킷을 입은 청년과 흰머리의 해커 소녀가 달빛 아래를 걸어가고 있었고, 애니메이션 주제곡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난 네가 여기 머물렀으면 좋겠어——"

밀크티 빨대는 테디베어의 이 사이에서 계속 짓눌려 납작해 있었다.

너도 내가 여기에 머물렀으면 좋겠어?

모에누의 손이 멈추자, 컵 속 얼음을 젓던 빨대도 함께 멈췄다.

직장을 옮기려고?

고민 중이야. 조언해 줄 거 있어?

다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에누가 웃으며 말했다.

뭐든 다 좋아. 원한다면 함께 퇴사해 줄게.

둘은 광장을 지나 관광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리창 밖의 불빛들이 점차 멀어져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둘은, 세련된 분위기의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 한정판 케이크를 맛보았다.

자허토르테 케익이 이런 맛이구나.

영화관에 들어가, 대충 영화 한 편을 골라 봤다.

난 역시 메탈 울프가 더 세다고 봐.

불사 수다쟁이가 더 강한 것 같은데.

둘은 오락실에 들어가 <파이터스 98> 앞에 앉아 대전을 시작했다.

너 왜 격투 게임만 하면 이렇게 강한 거야…

이런 건, 천재한텐 식은 죽 먹기지.

전자제품점에 들어갔다.

이 카메라 괜찮아 보이네.

가성비가 별로야.

우리 아가씨도 가성비 따지셔?

뭘 잘 못 먹었나…

계산이요.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갔다.

선물하고 싶은 사람 없어?

누구한테…?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

분명 있을 거야.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테디베어

■■■, 이렇게 많이 빚졌으니 내가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되지?

누구지?

표정 보니 역시 있네.

길거리에서, 모에누가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야.

테디베어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셔터 소리와 함께 옆얼굴이 찍혔다.

조명은 여러 겹으로 번졌고, 사람들은 전부 흐릿하게 찍혔다. 오직 피사체인 테디베어만이 그나마 또렷했다.

음, 초점이 안 맞았네.

노이즈 투성이네, 셔터 속도도 엉망이고.

사진 찍는 방법을 아예 모르는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너처럼 이것저것 다 잘하지는 않는다고, 이 부잣집 아가씨야.

하루가 슬슬 저물어갔다.

두 사람은 다시 처음의 그 광장으로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전시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대형 스크린도 이제 더 이상 영상을 틀지 않았다. 펑크 풍 음악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네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테디베어는 가로등 아래 서 있는 모에누를 바라봤다. 수증기 같은 몽롱한 빛이, 흐릿한 필터처럼 그녀를 감쌌다.

너, 오늘 평소보다 훨씬 밝아 보여.

많이 달라 보여?

살아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달까.

계속 그, 세상 모든 것을 증오하는 얼굴로 살 줄 알았거든.

…………

센터 빌딩 옥상으로 가 볼래?

거긴 왜?

혹시 모르지, 무서운 박쥐 인간이 있을지.

그래, 좋아.

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려면 3분이 걸렸다. 중간 정차까지 합치면 더 오래 걸린다.

엘리베이터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테디베어와 모에누는 말이 없었다.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사람들이 하나둘 줄어들었다.

테디베어와 모에누는 각각 서로 다른 벽에 기대어 있었다.

둘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멀리 도시의 불빛이 점차 흐릿해졌다.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은 조명이 깜빡였다.

빛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어딘가 우스꽝스럽고도 기묘했다.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이 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테디베어와 모에누 둘만 남았다.

엘리베이터의 미세한 사각거림이 모에누를 살짝 신경 쓰이게했다.

띵——

도착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문밖에는 반쯤 열린 작은 테라스가 있었고, 조금 떨어진 모퉁이에는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 최상층 헬리패드가 나온다.

멀리서 밤바람이 불어와, 둘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아무것도 없네.

그러게, 아무것도 없네.

간식이라도 좀 챙겨올걸.

사실 먹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뭐, 그렇지… 구조체는 원래 안 먹어도 되니까.

이상한 감정이 번져나갔다. 이건 아마도 슬픔인 걸까?

모에누가 전해 미스트 하나를 꺼냈다. 연기가 인공 폐를 맴돌다가 뿜어져 나왔다.

내 얘긴 그게 아니잖아.

테디베어의 말에, 모에누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어딘가 기대를 품고 있는듯했다.

내뱉은 연기가 밤바람에 휘감겨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세하게 들리던 모에누의 목소리도 함께 공중으로 흩어졌다.

제발…

너 주려고 장미 한 송이 가져왔어.

그만해…

테디베어가 오른손을 들고, 유리 카드를 공중으로 던졌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펑——

허공에 흩날리는 수많은 조각 속에서, 수천 송이의 장미가 반짝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했어. 네가 왜 내 기억을 지웠어야 했는지. 왜 그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는지…

모에누, 너… 너희들, 공중 정원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

멀리서, 일정한 속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불꽃을 담은 듯한 눈을 가진 한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런 *, 난 진실을 선택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