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실
범죄 수사국 사무실
하얀 조명이 눈부실 정도로 차갑게 내리꽂혀, 모든 것이 마치 평면처럼 느껴졌다.
테디베어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두 구의 시신을 바라보며, 뜬금없이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 떠올랐다.
"여기 세 사람이 있는데, 크리스티나·노르만은 둘뿐이네.’"
……
모에누…
새하얀 빛 아래, 그녀가 내뱉은 말도 새하얗게 바래 있었다.
테디베어는 조금 전 심층 데이터에서 파헤쳐낸 정보를 되새겼다.
해독 프로그램은 폭주 기계의 시각 센서 모듈에서 영상 파일을 성공적으로 추출해냈다.
폭주 기계의 시점에서, 그것은 빠르게 몸을 틀며 무르와 테디베어를 지나 골목으로 향했다.
노르만 앞에는 폭주 기계 셋이 가로막고 있었고, 뒤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모에누가 서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모에누의 무인기들이 맴돌았다.
폭주 기계 한 대가 앞으로 날아들며 모에누에게 칼날을 겨눴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무인기가 자동으로 회전해 조준했고, 광선이 발사되어 폭주 기계를 관통했다.
쓰러진 기계의 시점은 골목 안의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노르만 앞의 세 기계는 어느새 뒤로 날아간 무인기에게 하나둘 격파되었다.
무인기 여러 대가 노르만을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더는 도망칠 길이 없었다.
모에누…!
너…
무인기가 모에누의 팔로 날아와 붙었고, 조립되듯 변형되더니 광날이 분출되었다.
가짜는 입 좀 다물지.
다음 순간, 광날이 가슴을 꿰뚫었다.
하…
테디베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찔린 것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의식의 바다에서 다시금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몰려왔다. 노르만의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공격받은 후로, 이런 통증은 계속되었다.
옆에 있는 크리스티나의 심층 데이터 화면에 한 줄의 문장이 고요히 재생되고 있었다.
테디베어는 자신이 늘 쓰던 키를 입력했을 뿐인데, 심층 데이터는 놀라울 만큼 쉽게 열렸다.
마치 애초에 자신이 암호화한 파일처럼 말이다.
냉기가 감도는 안치실 내, 소독약, 포름알데히드, 고무 냄새, 레몬 세정제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러왔다.
"나의 본명은 크리스티나·노르만, 코드네임 테디베어인 개체가 만든 기억 보호 프로그램이다."
"본체의 기억이 손상되거나 공격받으면, 해당 프로그램이 작동된다."
"목표는 테디베어의 기억 회복을 보조하는 것."
프로그램이 실체를 얻었다니, 답이 너무 뻔하잖아.
전에 기체가 이상하게 변한 이유도 이거였네…
테디베어는 씁쓸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스테인리스 테이블을 터치했다.
그 순간 그녀의 시야에 주변 세계의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프로그램이고 코드였다.
멀리 복도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걸음 하나하나가 테디베어의 심장을 짓밟는 듯했다.
…………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테디베어에게는 너무 낯설게 들렸다.
얼마나 알게 됐어?
테디베어는 비웃음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너한테 따져 물을 만큼은 알아, 모에누.
왜 저들을 죽였어?
…………
모에누는 고개를 조금 돌려, 테디베어가 표정을 읽지 못하게 했다.
왜, 대답하고 싶지 않아?
너는 왜 얌전히…
얌전히 네 우리에 있지 않냐고?
모에누는 고개를 홱 돌려 테디베어를 노려봤다. 아마 그녀의 신경을 건드린 듯했다.
아니…
다음 순간, 데이터 홍수가 테디베어의 손끝에서 폭발하듯 번져나갔다.
소용없어.
모에누의 대응은 테디베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랐다. DDoS식 홍수 공격은 너무나 가볍게 받아쳐졌다.
…어떻게?!
얼른 자, 내일이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있을 거야.
테디베어의 시야가 어둠 속으로 천천히 잠식해 들어갔다. 의식을 잃기 직전, 테디베어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모에누 쪽으로 손을 뻗었다.
테디베어의 뒤에는, 그녀가 조금 전까지 만지고 있던 스테인리스 테이블이 있었고, 그곳에 숨겨둔 프로그램이 테디베어의 몸속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결국, 이곳의 모든 것은 프로그램과 코드였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무르의 집중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는 물컵을 잡으려다 실수로 엎질러 버렸다.
소리를 들은 일레인이 거실로 나와, 물이 번진 테이블을 닦았다.
왜 그래, 수사국 사건 때문에 그래?
응…
곧 출근이잖아, 늦지 않게 준비해.
무르의 표정은 흐릿하고, 눈엔 초점이 없었다.
그런 무르의 상태를 본 일레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알겠어…
그 심리 의사와 대화를 나눈 뒤부터, 무르의 의식 속에는 계속 이상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전에 하던 일은 무엇이었죠?
주둔…
일레인… 보육…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