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폭주 기계가 쓰러지자, 테디베어는 짧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정리했다. 이제 자신의 기체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려던 순간—
수많은 데이터가 폭풍처럼 한꺼번에 밀려들어 그녀의 의식을 강하게 흔들었다.
시각 모듈이, 본 적 없는 장면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프로토콜 해독 완료했어요.
해킹 시작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요한 사람인가?
저 사람들은 누구야?
맹목적으로 따르는 추종자들, 비현실적인 것을 동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허한 꿈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야.
과거에 있었던 대화인가?
기체 업그레이드했다고 오빠한테는 말해줘야 하지 않아? 이 세트가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데~
얕은꾀만 부리는 바보들.
마지막 영상은, 친구가 광날을 휘두르며 자신을 도발하는 장면이었다.
아, 바로 여기서 터져 나온 조롱이었구나.
복잡하게 얽힌 잡음과 잔상이 서서히 사라지고, 어둠 속에서 주변 풍경이 하나둘 드러났다.
…………
부서진 폭주 기계의 잔해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무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
난 괜찮아.
몸은 어느새 익숙한 기체로 돌아와 있었다. 데이터 초안 상태였어야 할 새 기체는…
…?
("데이터 초안 상태였어야 할 새 기체"라니, 왜 이런 개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거지?)
모에누는?
앞쪽 골목에 있어.
테디베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골목 쪽으로 걸어갔다.
골목은 조용했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벌써 노르만을 붙잡은 걸까? 아니면 둘 다 이미 멀리 도망친 걸까?
윽…
의식 깊은 곳에서 또다시 미세한 통증이 밀려왔다.
방금 전의 바이러스 함정 후유증인가?
환영과 환청이 다시 떠오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것이 말했다. "곰 한 마리를 바쳐."
골목 어귀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것이 말했다. "신에게 기도하는 불씨를 가져와."
헛된 망상에 잠겨 사는 게 그렇게 나빠?
정말 들어갈 생각이야?
…뭐?
모퉁이를 돌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잔해. 수많은 폭주 기계들의 부서진 잔해였다. 벽에는 처참한 발톱 자국과 에너지 무기가 스쳐 지나간 흔적이 뒤섞여 있었다. 어딘가 탄 냄새가 골목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멀리 있는 광고판의 불빛이 안개 사이로 비스듬히 골목을 비췄다.
모에누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었고, 노르만은 피 웅덩이 속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흐트러진 연보랏빛 머리카락이 모에누의 표정을 가렸다.
모에누의 손엔 노르만의 것으로 보이는 순환액 묻어 있었다.
모에누…
내가 늦었어.
폭주 기계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테디베어의 청각 센서가 고장 난 걸까? 모에누의 목소리에는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주변을 좀 확인해 봐. 난 먼저 돌아갈게.
골목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간 모에누는, 잠시 후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현장에는 테디베어와 죽은 노르만 둘만 남았다.
또다시 눈앞에 펼쳐진 붉은 순환액, 또다시 보이는 크리스티나 때와 똑같은 상처. 흉부 관통, 코어 직격, 한 치 망설임도 없는 공격이었다.
타버린 생체공학 피부와 내부 기계 부품의 흔적이 소리 없는 조롱처럼 느껴졌다.
뭘 보고 있는 거야… 노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