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8 추론의 한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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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BWV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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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무는…

아, 그 여자… ▆▅▄▇ 죽고 나서는…

왜…… 하필 너야.

뒤엉킨 목소리와 잘려 나간 환영들이, 의식의 바다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하… 편차가 상승한 건가?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되돌릴 수 없는 꿈의 잔향을 곱씹어봤다.

출근해야겠다…

엘리시온 범죄 수사국 사무실

엘리시온 센터 빌딩

25F

…………

…………

…………

세 사람이 다시 마주 앉았다. 어제 식탁에서의 분위기도 그리 좋은 건 아니었는데, 오늘은 더 어색했다.

원래 오늘 잭의 레스토랑을 가볼 생각이었는데… 그 의사가 좀 마음에 걸려.

그래서…

넌 의사를 조사하러 가고, 우린 레스토랑으로 갈게. 끝나면 수사국에서 다시 모이는 걸로 하자.

무르가 떠나자, 테디베어가 모에누를 돌아봤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

그 폭주 기계들을 생각하고 있었어…

…………

너무 폭주 기계에만 빠져있는 거 아니야?

엘리시온 안전이 걱정돼서 그러지.

그럼 범인을 찾을 단서를 추적해야지. 우선 레스토랑부터 시작하자.

존의 진료실은 눈에 띄지 않는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었다. 이런 건물은 엘리시온에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무르가 안내데스크 쪽으로 걸어갔을 때, 한 여성이 안쪽 방에서 나왔다.

도시형 사무직 차림의 그녀는 무르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런 그녀의 뒤로, 존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일정표대로라면, 더 이상 예약이 없을 텐데요.

저는 범죄 수사국 소속 요원 무르입니다. 번호는 ED26. 여기 제 신분증이요.

그는 뱃지가 새겨진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제가 여기에 온 건, 당신의 환자 중 한 명에 대해 물어볼 게 있어서예요.

…………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존은 문을 열고, 무르가 들어갈 수 있게 몸을 살짝 틀었다.

방 안은 검은색, 흰색, 회색을 기본으로, 짙은 녹색이 포인트가 들어간 인테리어로, 전면창 앞엔 나무로 만든 책상이, 그 앞엔 낮은 다리의 가죽 소파 두 개가 대칭으로 놓여 있었고, 짙은 녹색 줄무늬 양모 러그가 깔려 있었다. 반대쪽 벽은 전부 책장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동식 사다리가 달려 있었다.

책상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향초가, 방 안을 은은한 향으로 가득 채웠다.

인테리어가 훌륭하네요.

감사합니다.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향초가 독특한데, 시트러스 향인가요?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제 취미이기도 하고, 업무의 일부이기도 하죠.

업무의 일부라고요?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둘은 방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무르는 스치듯 책장을 훑었다.

<인지행동치료>, <실존주의 심리치료>, <자기 재구성에 대한 단상>, <개인 형성론>…

전부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어서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앉으세요.

그가 가리킨 소파는, 누가 봐도 환자 전용 자리였다.

무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전 당신의 환자가 아닙니다.

당연히 알죠. 사실 별 차이는 없습니다.

"사실 별 차이는 없다"라니요?

심리학엔 많은 학파가 있습니다. 융, 매슬로, 피아제, 프로이트, 구조주의, 행동주의, 게슈탈트…

……

저 역시 믿는 이론이 있죠. 그중 하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어느 정도의 심리적 질병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사실 멀쩡하지 않은 거네요.

존은 미소만 짓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을 말씀드리죠.

좋습니다, 원하신다면.

잭이라는 분을 아시나요?

34세, 남성, 이터널 레스토랑의 사장.

네, 압니다. 제 환자 중 잭은 한 명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업 윤리 측면에서든, 법적 측면에서든 환자의 구체적인 정보는 얘기해 드릴 수 없습니다.

잭이 사망했어요.

…………

그는 별로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직업 윤리든, 법적인 문제든 당신은 제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앉으세요, 요원님. 자료를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는 책상 쪽으로 두 걸음쯤 가더니, 다시 뒤를 돌아봤다.

자료를 보시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무르는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존은 비밀번호가 설정된 캐비닛을 열고, 수많은 기록 중에서 정확히 잭의 파일을 꺼내 무르에게 건넨 뒤,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총 다섯 번의 상담 기록이 적혀 있는 파일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이게 전부인가요?

네, 전부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말입니까?

잭에 대해서요.

그는 병이 있었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그뿐이라고요?

무르의 반문에, 존은 약간 놀란 듯 눈썹을 올리더니, 마침내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작게 웃었다.

아, 요원님. 원하신다면 상담 할인이라도 해드릴까요?

지금 무슨 소리를…

"모든 사회 구성원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어느 정도의 심리적 질병을 갖고 있다."

그는 방금 했던 말을 다시 가볍게 읊었다.

지금 요원님도, 이 세계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럼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엘리시온에 오게 된 거죠?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왔어요.

엘리시온에 온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3년이요.

그 전에 하던 일은 무엇이었죠?

주둔…

…………?

존의 얼굴에는 여전히 같은 미소가 걸려 있다.

………………

뭔가 잘못됐다.

형용하기 힘든 공포가 서서히 퍼져 나갔다.

기억 속에서 필사적으로 "정답"을 찾으려 애썼다.

병사, 그전에 저는 병사였어요.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왜 요원이 되셨습니까?

...그건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전 사건을 조사하러 여기에 온 겁니다.

잭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나요?

...좋습니다. 원하신다면.

다섯 번째 상담에서, 그는 최근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름이… 잠시만요.

"노르만"이라는 소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요원님이 아시는 사람입니까?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세요.

존은 무르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걸 개의치 않아 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잭의 말로는, 미광 거리 근처에서 그 소녀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 외의 자세한 내용은 저도 모릅니다. 아쉽게도, 다음 상담에서 그 이야기를 더 들을 생각이었죠.

잭에 대한 건 전부 말씀드렸습니다. 문서를 가져가셔도 됩니다. 이제 다른 고객을 만나야 해서요.

일정표에는 오늘 더 이상 예약이 없던데요.

진료실 예약은 없죠. 일부 고객들은 방문 치료를 더 선호하니까요.

존이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가더니 서류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무르도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사건 관련해서 추가로 확인할 게 있으면 다시 오겠습니다.

존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물론입니다. 그건 제 의무니까요.

하지만 요원님, 아직 제 질문에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요원이 되셨습니까?

무르는 문손잡이를 돌리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진실을 좇기 위해서요.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존 혼자만 남았다.

요원님은 기자가 더 어울릴 것 같네요.

그의 낮은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시온, 이터널 레스토랑.

레스토랑은 참나무 거리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검은색 인테리어, 손 글씨 아트 간판, 은은한 오렌지 조명, 클래식 음악… 이 모든 게 프라이빗함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공간임을 보여줬다.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BWV478, 바흐.

너무 아가씨 같은 말투야…

테디베어는 모에누의 말을 무시했다.

여기서 이 곡을 트는 건, 대놓고 비꼬는 거잖아.

두 사람이 들어서자, 문 앞에 있던 웨이터가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이신가요? 혹시 예약은 하셨나요?

엘리시온 범죄 수사국 요원 모에누입니다. 번호는 ED03입니다.

이터널 레스토랑, 사무실.

다소 통통한 체격의 남자가 황급히 뛰어오며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저는 이 가게의 매니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는 말하는 내내 테디베어를 슬쩍슬쩍 쳐다봤다.

잭이라는 분이 이 레스토랑의 사장, 맞나요?

실종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사장님의 실종이 이해가 안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장님이시잖아요.

가게 운영은 이미 안정됐고, 평소에도 직접 운영에 관여하시는 분이 아니라, 가끔 얼굴만 비추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처음엔 그냥 잠시 쉬시는 줄 알았습니다. 사장님이 이삼일 안 오시는 건 별문제가 안 되니까요…

오늘이 되어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오시기 전에 저희 직원들끼리도 신고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럼, 사장님하고는 어떤 사이였나요? 평소에 대화는 전혀 없었나요?

음… 나쁘진 않았습니다. 일적으로는 꽤 괜찮은 관계였죠. 하지만 딱 그 정도입니다. 개인적인 교류는 저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사장님은 직원들한테 정말 잘해주는 분이었어요. 대우도 좋았고요. 다만 사람들과 선을 분명히 지키는 스타일이라, 레스토랑 밖에서는 거의 교류가 없었습니다.

혹시, 잭 사장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사망했어요.

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이 뒤로 젖혀졌다. 볼살이 떨리고 이마엔 순식간에 땀이 맺혔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다음 달 월급은… 아니, 이 레스토랑은 이제…

진정해요.

아… 네네.

실종되기 전에 누굴 만난 적은 없었나요? 혹은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어요…

그… 요원님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매니저의 시선이 테디베어에게로 향했다.

뭐…?

………………

뭔가 잘못됐다.

정체 모를 불안이 서서히 밀려왔다.

시간과 장소는요.

실종되기 전날 오후에 레스토랑에서 뵀었어요.

구체적인 시간은요.

아마… 오후 네 시쯤이었을 겁니다.

그의 시선이 왼쪽 위를 향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기억을 되짚을 때 보여주는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그날… 넌, 수사국에 있었잖아?

응.

테디베어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단말기 키보드를 빠르게 조작했다.

CCTV를 확인하려고?

이 정도는 현대인의 기본 소양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섯 개의 CCTV 화면이 공중에 투사됐다. 테디베어는 타임라인을 3시 59분으로 맞췄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1분… 2분… 3분…

공기마저 눌린 듯, 숨 막히는 정적.

어… 저기…

나왔다.

화면 속, 검은 정장을 입은 모범 시민 잭이 멍한 표정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체불명의 모자이크 덩어리가 따라 들어왔다.

쯧.

하, 또 해커네.

이제부터 해커 난투극이 시작되는 건가?

엘리시온 센터 빌딩, 25층, 범죄 수사국.

무르는 웃음기 없는 웃음을 흘리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불꽃 같은 눈동자에는 이미 혼란으로 가득했다.

이해가 안 돼.

세 사람은 각자 조사를 마친 후, 사무실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나도 이해가 안 돼.

그러니까 처음엔 "크리스티나", 이젠 "노르만"이라는 인물까지 추가된 거네.

이해가 안 되는 건 맞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이 사건은 너를 겨냥한 거야, 테디베어.

……

그 의사 말로는 잭이 미광 거리에서 노르만을 만났다고 했지?

그 사람 정체가 뭐든, 나는 노르만이 다음 타깃이라고 봐.

동의해.

근거는?

근거? 너 이제 농담도 해?

그럼 질문, 내 이름은 뭐야?

무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움찔하며 벌떡 일어났다.

모에누와 테디베어는 동시에 무르를 흘끗 보며, "왜 저래?" 하는 눈빛을 보냈다.

무르는 말 없이 고개만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둘은 그가 그냥 이상한 짓 한다고만 생각했다.

첫 번째 피해자는 크리스티나, 두 번째 피해자는 잭, 그리고 새로 등장한 의문의 인물, 노르만.

잭은 노르만을 만났어. 내 짐작이 맞다면, 노르만도 크리스티나를 알고 있을 거야.

...나는 말이지, 우리가 폭주 기계 쪽도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

테디베어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모에누를 바라봤다.

전에 네가 확인했잖아. 단서 없다고.

그리고 내 판단엔, 폭주 기계는 그냥 "흉기"일 뿐이고, 중요한 건 칼을 쥔 사람이야.

…………

지금 문제는, 그 "노르만"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잭을 찾았느냐는 거지.

…………

존.

테디베어와 무르가 거의 동시에 이름을 말했다.

존 쪽 환자 자료, 디지털 파일로 정리된 거 있어?

응, 디지털 파일이랑 종이 파일 둘 다 있어.

노르만은 분명 심리 의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잭의 정보를 빼갔을 거야.

무르는 뭔가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잭 사건의 신고자였어. 잭이 하수구로 간 것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였고.

그렇다면 이제, 그 "노르만"을 만나야겠네.

문제는 어떻게 찾느냐는 거지.

전에 그 해커, 크리스티나도 완전 백지였잖아. 시민 데이터베이스, 은행 기록, 월세, 식비, CCTV, 사회적 관계, 의료보험…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어.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엘리시온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영원히 몰랐을 거야.

현대 사회가 물이라고 치면, 이런 해커들은 물고기가 아니라... 촉수 달린, 물 마법 쓰는 초자연 존재에 가깝지.

와우.

무르는 그제서야, 자신의 입으로 말한 그 "촉수 달린 초자연 생물"이 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그녀가 이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상, 주변과의 접촉은 불가피해.

직접 위치를 특정할 수 없더라도, "보이는 정보"를 거꾸로 추적하면 "보이지 않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어.

무르의 눈동자는 마치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맑기만 했다.

설마 너…

맞아. 넌 여기 남아서 날 도와줘.

거절할게?

안 돼.

미안한데…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모에누는 기력을 다 한 사람처럼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미광 거리 주변 모든 사람들의 사회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씩 제외하면, 그 "빈 공간", 즉 그녀를 역추적할 수 있다는 얘기야. 다른 모든 정보가 확보되면, 남은 한 명의 데이터도 자동으로 드러나게 되니까.

믿을 만한 거야?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레스토랑 CCTV로는 그녀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지 못해? 예를 들면, 어디서부터 걸어왔는지 말이야.

확인해 봤어. 모퉁이 하나를 돌자마자 그대로 사라졌어.

그래, 그럼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가 있어?

홍차 한 잔?

…네, 장관님. 너는? 필요한 거 있어?

무르가 고개를 돌려 모에누를 바라봤다.

라테, 각설탕 두 개 넣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