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8 추론의 한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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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구조체는 전자 참새의 꿈을 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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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흙, 끝없는 칠흙이었다.

짙게 내려앉은 어둠이 아니라, 평면처럼 보이는 어둠이었다.

거대하고, 좁고, 숨 막히고, 몸이 마치 2차원으로 압축된 것처럼 느껴졌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어, 오랜만이네?

요즘 일하는 곳이 여기였어?

레오…

아직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테디베어 아가씨…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네가 미친 걸까, 내 사랑하는 동생?

윽!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것이 테디베어가 깨어난 직후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열이 빠져나가고 있어, 응축액이 증발하는 소리야". 이것이 그다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뒤쪽을 돌아보니, 폴리에스터 시트에 사람 형상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침대 길이만큼 이어진 창이 있었고, 그 안쪽엔 단방향 유리가 끼워져 있었다.

테디베어는 조용히 창 바깥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탁하고 깊어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고, 끝없이 이어진 고층 빌딩들은 도시를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왼쪽에는 현관부터 침대까지, 부츠, 양말, 외투, 상의, 장갑, 반바지, 온갖 옷가지가 바닥에 뒤죽박죽 널브러져 있었다.

탁상시계는 오전 5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어제 고강도 작업 후 겨우 두 시간도 안 되는 휴식이었다. 이런 벅찬 피로는 구조체인 그녀에게도 많이 힘들었다. 테디베어는 의식을 조금 가다듬으려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에서 잔잔한 두통이 밀려왔지만 묵묵히 침대에서 내려와, 시트와 이불을 걷어 세탁기에 넣었다.

…………

그녀는 벽에 기댄 채 서서히 바닥에 주저앉아, 두 팔 사이로 머리를 파묻었다. 방 안엔 세탁기의 미약한 진동음만 울리고 있었다.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동 청소기가 설정된 시간에 따라 작동하기 시작했다. 벽을 따라 움직이더니 세탁기 옆에 웅크리고 있던 테디베어에게 부딪혔다. 뒤로 물러나고, 다시 전진하고, 물러나고, 전진하고…

테디베어는 손을 뻗어 청소기의 방향을 돌렸다.

이런 멍청한 프로그램은 누가 짠 거야…

테디베어가 몸을 일으켰다. 정면의 전신 거울에 한 소녀의 실루엣이 비쳤다. 그녀는 다가가 거울 속 자신을 말없이 응시했다.

손을 들었다 내리고, 고개를 기울였다 바로 세우고, 주먹을 쥐었다 펼치고, 마지막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명확하고 정확했다.

손끝으로 거울을 만지자 매끈하고 차가운 느낌이 전해져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있던 열이 거울에 전해져 온도가 서서히 같아졌다.

손을 떼자, 거울 위에 희미한 김 서린 손자국이 생겼다가 차츰 사라졌다.

이 세계의 감각은 오류 없이 정확했다.

진실과 거짓…

범죄 수사국

엘리시온 센터 빌딩

25층

순백의 심리 측정실 안.

테스트기의 소리

친구와의 재회는 어떤 감정이었나요?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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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기의 소리

시신을 보았을 때 고통스러웠나요?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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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기의 소리

가족과 재회했을 때 따뜻함을 느꼈나요?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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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기의 소리

부모님과 함께 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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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기의 소리

자신이 자주 어둠 속에 있다고 느끼나요?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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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기의 소리

밀폐된 방.

밀폐된 방.

테스트기의 소리

수술대.

수술대.

테스트기의 소리

날아다니는 참새 한 마리.

날아다니는 참새 한 마리.

……

테스트기의 소리

의식의 바다가 경미한 혼란 상태입니다. 정상 범주이지만, 휴식이 필요합니다, 요원님.

테디베어는 심리 측정실을 나서며 미간을 주물렀다.

어때?

뒤를 돌아보니, 모에누가 지친 얼굴로 벽에 기대서 있었다.

내 몰골만 최악인 줄 알았는데… 너도 만만치 않네.

다 너희들 덕분이지. 어제 나더러 육릉각 회사 조사하라고 했잖아.

내가 뭘 찾았는지 알아?

그냥 말해.

그 회사 CEO가 부하 직원이랑 열애 중이더라고.

모─에─누.

농담도 못 하겠네.

조사해 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어.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굳으며, 말투도 한층 무거워졌다.

아무것도 없었어.

테디베어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너도 못 찾았다고?

서버, 창고 시스템, 임원들 개인 컴퓨터, 회사 메일……

찾을 수 있는 건 다 확인해 봤어.

솔직히 지금 내가 쥔 정보량이면, 새로 육릉각 회사를 하나 차릴 수 있을 정도야.

상대 기술력이 너보다 높지 않은 이상…

그건 말이 안 돼.

기술력이 나보다 높다고 해도, 최소한 흔적은 남아. 그런데 이번엔 아예 해킹당한 흔적조차 없었어.

막다른 길이네… 쯧.

테디베어는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아직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테디베어 아가씨.

뭐?!

테디베어가 과한 반응을 보이자, 모에누도 잠시 멈칫했다.

… 심리 측정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물어 본 거야.

…………

범죄 수사국 규정상, 강력 사건을 맡은 요원은 반드시 심리 검사를 두 번 받아야 했다. 사건이 막 시작될 때 한 번, 그리고 사건이 끝날 때 한 번. 조사관의 심리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였다.

별거 없었어. 좀 혼란스러운 상태이긴 한데 정상 범위래.

그럴 만하지. 피해자 얼굴이랑 이름이… 그 정도면 누구라도 충격받아.

아니면 혹시 네 기체 데이터가 유출된 건 아닐까?

그럼 더 좋고, 바로 널 체포해 사건을 종결하면 되니까.

…?

내 데이터를 발각되지 않고 빼돌릴 수 있는 사람, 내가 아는 한, 너밖에 없어.

모에누가 일회용 전해 미스트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자 끝부분에 붉은 불빛이 은은하게 타올랐다.

모에누는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흐릿한 시선으로 테디베어를 바라봤다.

근데 방금은 왜 그런 반응이었어?

…그냥, 다른 게 생각나서.

뭐?

어젯밤… 레오나르도 꿈을 꿨어. 방금 네가 한 말이랑 되게 비슷한 말을 하더라.

네 오빠… 그 사람?

추락 사건 이후로… 얼마나 됐지?

...10년.

모에누는 다시 전해 미스트를 깊게 빨아들이고, 무언가 말하려 했다.

아, 다들 여기 있었네. 국장님이 보자고 하셔.

국장 사무실

엘리시온 센터 빌딩

26층

테디베어, 모에누, 무르 세 사람이 국장실로 들어섰을 때, 제임스 국장은 책상 앞에서 두 장의 종이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7대3 가르마의 짧은 머리, 네모난 안경, 가지런한 콧수염, 그리고 셔츠 너머로 드러난 단단한 근육은, 누가 봐도 일 잘하는 인상을 받을 만한 외모였다.

동시에, 사적인 자리에 배트맨 코스튬을 가진 부자 친구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와는 달리, 지금 국장의 표정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모에누와 테디베어는 소파로 가서 아무렇게나 앉았다.

제임스 국장의 입꼬리가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그냥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둘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무르 쪽을 바라보았다.

사건 보고서는 다 확인했다.

폭주 기계에 대해 각자 생각이 있나?

모에누가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입을 열었다.

육릉각 회사 쪽은 전혀 단서가 없어요. 그쪽에서는 어떤 기계도 분실한 적이 없던데요.

현장에 남은 기계 잔해에 생산 번호가 있었을 텐데? 확인했나?

테디베어가 이어서 대답했다.

그 잔해에는 번호가 없어요. 누가 일부러 지운 것 같아요.

……

호광대로 아파트 습격 사건, 그리고 부두 하수구 실종 사건. 둘 다 폭주 기계가 등장했고, 아파트 쪽 피해자 단서는 하수구로 이어져 있었지.

무르가 신청한 병합 수사 요청, 승인한다.

크리스티나, 너는 이번 조사에서 빠져도 된다. 피해자 얼굴이 너랑 너무 닮았으니… 기분이 나쁜 건 당연해. 이해한다.

아니요, 전 빠질 생각이 없어요.

그래…

무르, 너도 이번 수사에서 빠지고 치료에 집중해도 된다.

아니요, 국장님! 이 정도 부상은, 구조체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좋아, 그럼 이번 사건은 너희 셋이 팀을 꾸려 계속 수사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다.

셋은 차례대로 국장실에서 나왔다.

잠시 고민하던 무르가 결국 입을 열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두 사람… 국장님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상급자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잖아, 전혀.

모든 사람이 너처럼 일을 사랑하는 건 아니거든. 그렇다고 사건을 대충 한다는 뜻은 아니고…

난 급여나 직급 같은 거에 별로 관심이 없어.

그리고 테디베어는… 그저 규칙이란 규칙은 다 싫어하는 타입이지.

정말… 자유로운 삶의 태도네…

이 얘긴 됐고,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면, 폭주 기계 쪽은 더 파고들어도 당분간 진전이 없을 것 같아.

수사 방향을 피해자 중심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봐.

대화의 흐름이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자 무르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그러니까, 피해자의 생전 행적과 인간관계 쪽을 파자는 거지?

맞아.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 잭은 단순 실종으로만 분류됐어서, 개인 정보 문제로 깊게 못 들어간 게 많았거든. 이제 전부 다시 확인해 봐야지.

어젯밤 그 저장 칩, 뭐 확인된 거라도 있어?

……

왜?

확실하지는 않지만… 데이터 몇 개가 좀 이상해.

물자 반입, 반출량, 생산 총량 같은… 쉽게 말해서, 이 도시의 물자 소비량은 엄청 많은데,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한 흔적이 없어.

마치 누가 아무런 대가 없이, 이 도시에 계속 물자를 넣어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다른 곳에서 지원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글쎄. 그건 우리 소관 밖의 일이잖아.

…………

이런 것 때문에 세상이 가짜네 어쩌네 떠드는 사람들은… 진짜 할 일이 없는 인간들이겠지.

차라리 그림이나 글쓰기라도 배워보지, 창작 고통에 빠지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을 텐데.

셋은 얘기하면서 25층 로비로 향했다. 도대체 왜 25층에 범죄 수사국 로비가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 요원 사무 구역으로 들어설 무렵, 무르의 단말기에 문자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본 무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와… 그 미소 뭐야, 소름 돋게 하네, 아저씨.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 아니야!

아내한테서 메시지가 오는 행복감을 너희들은 몰라!

이게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가 살아갈 힘이란 거야!!

"아저씨"는 나이가 아니라 마인드야. 그런 말을 자주 하니까 아저씨처럼 보이는 거라고.

젠장...

여태 도와준 것도 있고, 오늘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 식사하는 건 어때?

두 사람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일레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무르였다.

일레인, 오늘 저녁은 좀 더 많이 준비해 줘.

응, 전에 나 도와줬던 모에누랑 테디베어 두 사람을 초대하려고.

…모에누?

응, 수사국에서 되게 유명한, 그 사람이야.

오늘은 너무 갑작스럽지 않을까…

괜찮아, 괜찮아.

야…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끊을게!

통신이 종료됐다.

와… 우린 아직 대답도 안 했는데…

설마 거절할 생각은 아니지?

아아, 동료의 마음이 무너지고 우정에 금이 가고 있어…

정말 완전 아저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