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는 엘리시온을 뒤덮은 안개를 뚫고, 아른거리는 네온을 뚫고, 거대한 홀로그램 광고판을 뚫고 떨어져 차창 위에 사선 자국을 남겼다. 최근 들어 엘리시온은 매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유차는 우뚝 솟은 철골 숲 사이를 지나 도시의 심장부, 엘리시온 센터 빌딩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센터 빌딩 내부는 층마다 여러 행정 부서가 사용하고 있었고, 치안부 산하 범죄 수사국은 25·26·27층을 전부 사용 중이었다.
부유차는 지상에 멈추지 않고 곧장 25층 범죄 수사국 전용 주차구역으로 들어갔다.
테디베어, 모에누, 무르가 차에서 내렸다.
솔직히… 우리 수사국 사무실이 왜 센터 빌딩에 있는 건지 모르겠네.
치안부는 도시 곳곳에 지국도 있잖아. 우린 형사과 쪽인데, 여기 다른 층들은 죄다 행정 부서라, 올 때마다 분위기가 완전 안 맞는단 말이지.
치안부 전용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네.
세금은 다 어디에 쓰는 거야, 전부 하수구에 퍼부은 건 아니겠지?!
세금 농담, 조금만 더 했다간 진짜 누구한테든 찍히겠어.
이런 게 성숙한 어른의 필수 스킬이지.
그저 개인 취향 하나 만족하려고 독립건물을 짓는 것도 세금을 잘 쓰는 게 아닐 텐데?
됐고, 부두 창고에서 찾아온 그 저장 칩을 다시 봐야겠어. 아까는 너무 급하게 훑었어.
크리스티나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데이터들을 조사하진 않았을 거야. 분명 뭔가 단서가 있겠지.
나도 조사 보고서 쓰러 가야겠어. 잭 시신은 찾았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많아.
국장님께 사건 병합 신청을 넣을게. 하수구, 폭주 기계…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거야.
아, 그전에 일레인한테 전화도 해야겠네.
테디베어와 무르가 동시에 모에누를 바라봤다.
…난 바로 퇴근하면 안 될까? 이미 늦었는데…
테디베어와 무르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알았어, 항복! 난 육릉각 회사 쪽을 알아보러 갈게.
테디베어와 무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엘리시온 범죄 수사국 사무실
깊은 밤
사무실 채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엘리시온에는 채광이 좋은 공간 자체가 없었다. 낮에도 항상 먹구름에 가려져 밤낮의 경계가 모호해 사람들은 엘리시온을 밤의 도시라고도 불렀다.
외딴 전등 하나가 사무실 한쪽을 비추고 있었고, 옅은 푸른 화면이 공중에 투영되어 테디베어의 몸을 덮었다.
지난해 총생산액 32조 457억… 증가율 3.2%…
해외 무역 총액… 공산품 수출…
도시 건설 투입 총액…
테디베어는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비밀은 숫자 속에 있고, 숫자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전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것.
어딜 어떻게 파야 할지 감도 안 오네…
테디베어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를 뒤로 눕혔다.
그녀는 스스로를 비웃듯 중얼거린 뒤, 조용히 입을 닫았다. 생각을 비우고, 천천히 떠다니는 데이터 투영을 바라봤다.
…………
……………………
………………………………
뭘 보고 있었던 거야… 크리스티나?
그 작은 속삭임은 금세 어둠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뭘 보고 있어, 일레인?
무르가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거실의 보조 등은 켜져 있었고, 따뜻한 노란 불빛은 소파와 TV 근처만을 비추고 있었다.
TV에서는 심야 드라마가 재생 중이었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는 기계체가 어설픈 자세로 여주인공에게 구애하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당신 마음을 이해합니다. 제 모든 부품과 논리 회로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음량은 크지 않았고, 소파에 앉아 있는 일레인은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게 훤히 보였다.
무르의 목소리를 들은 일레인이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왔어?
상처는 좀 어때? 봐봐. 수사국 의사들의 처치는 괜찮았어? 응급실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원래 같았으면, 무르는 걱정 섞인 잔소리를 몇 마디 듣고, 사직하라는 그녀의 부탁을 부드럽게 거절했을 것이다.
"저 꽃도 샀어요. 찾아보니 인간들은 이걸로 사랑을 표현한다더군요."
원래는 나도 꽃 사 왔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해, 일레인.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옆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일레인을 끌어안았다.
일레인은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무르의 코어가 뛰는 소리를 들으며, 자기 체온이 그에게 전해지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어땠어?
최악이었어, 일레인. 정말… 최악의 하루였어…
그는 하수구에서 본, 잭이라 불리는 남자의 눈을 떠올렸다. 어딘가를 향해 멍하니, 텅 빈 눈으로 쳐다보던 시선, 마치 철골과 콘크리트를 뚫고, 하늘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동자였다.
칠흑 같은 방 안, 모니터만이 희미한 녹빛을 내뿜고 있었다. 빛은 그녀의 실루엣을 그려냈고, 양손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등 뒤의 벽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가 흔들렸다.
모에누의 작업대 위에는 몇몇 소지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알베르 카뮈의 수필집 한 권, 세계 정부 표식이 찍힌 머그컵…
전에 테디베어와 무르에게 약속했던 육릉각 회사 조사는 잠시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금 그녀가 초조한 이유는 다른 일 때문이었다.
왜…
빠르게 스크롤 되는 데이터가 그녀의 눈동자를 녹빛으로 물들였다.
왜...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지?
너희들… 대체 어디서 온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