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면 됐어. 그 폭주 기계들이 더 이상 안 따라와.
폭주 기계, 정확한 표현이네.
고마워. 오늘 여기서 생을 마감하는 줄 알았네.
하수구 속, 폭주 기계들을 제압한 세 사람은 속도를 조금 늦추며 출구로 향했다.
왜 너 혼자야, 수사국 지원도 안 부르고?
화이가 이틀 전에 은퇴했거든. 아직 새 파트너를 배정받지 못했어.
모르고 있었어?
무르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모에누를 쳐다봤다.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아서.
그래? 난 네가 수사국에서 소식이 제일 빠른 줄 알았는데.
편견이야.
전투할 때 신호가 차단돼서, 지원 요청을 보내지 못했어.
무르는 허리 쪽 상처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근데,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호광대로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어. 피해자가 부두 쪽에 창고를 가지고 있었고, 그 창고에서 하수구로 연결된 비밀 문을 찾았어.
뭐야, 토목일을 하는 사람이야?
창고에서 하수구까지 파낼 수 있다니.
아니, 인구통계, 데이터 조사 쪽으로 일하는 사람 같아.
?
무르는 모에누의 싱거운 농담을 못 알아들은 눈치였다. 테디베어가 모에누를 흘겨보자, 모에누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 인터넷 해커 같은 거겠지.
데이터베이스엔 기록이 없고, 은행 계좌도 남의 걸 훔쳐서 썼어.
희한하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다 해커야…
너도 그래?
응. 내가 맡은 실종 사건의 신고자도, 수사국에서 조회가 안 돼.
목소리는 변조돼 있고, 성별도 나이도 모르고, IP 추적도 안 돼.
수사국을 속일 정도면 고수지.
다 왔어, 저기가 출구야.
복잡하게 얽힌 하수관로를 지나 모인 폐수가, 세 사람 앞에 있는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 나가고 있었다.
배수구 밖으로 강한 탐조등이 쉬익 지나갔고, 밤하늘엔 붉고 푸른 불빛을 내는 치안부의 부유 차량이 나타났다.
지원이 도착했네.
무르는 부유 차량 뒤편에서 의사의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고, 무전 채널에서는 계속해서 보고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폭주 기계 잔해 발견.
민간인 시신 1구 발견.
시신은 수사국으로 이송해.
활동 중인 폭주 기계는 발견되지 않음.
무르는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제안을 건넸다.
너희가 맡은 사건,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을까?
두 사건 모두 하수구로 이어졌어. 뭔가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
테디베어와 모에누가 잠시 눈을 마주쳤다.
호광대로 442번지 아파트 703호. 피해자 이름은 크리스티나…
뭐?
무르가 놀란 얼굴로 테디베어를 바라봤다.
이건 더 이상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