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5 생명의 나무
눈이 멀 정도로 현란한 네온사인이 하늘에서 번쩍였고, 땅에는 오수가 흐르고 비는 끊임없이 내렸다.
그는 여전히 그 어둡고 축축했던 황금시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가난한 자는 햇빛도, 자유도 누릴 자격이 없었다. 그리고 신선한 공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사치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공중 쇼윈도에 걸려 판매되고 있었다.
...
세계 정부가 점차 수립되었다.
안녕하신가? 나는 톨리드라고 하네.
자네가 그들이 말하던 하산이군. 하하, 참으로 젊고 유능...
하지만 새로운 일에는 새로운 조건이 따르는 법.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길을 걷게 될 텐데... 자네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러겠습니다.
...
영점 에너지가 점화되자, 영점 에너지 원자로에서 퍼니싱이 뿜어져 나와 급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했다.
장관님, 그 말씀은... 퍼니싱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거란 말씀입니까?
이건 세계 정부의 최고 기밀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외부에 누설되어선 안 돼.
네게 새로운 신분을 주겠다. 그리고...
알겠습니다. 집행 부대에 들어가 가이아 엘리펀트 소대 지휘관을 맡겠습니다.
인간의 아이들은... 반드시 지구로 돌아갈 겁니다.
...
아직도 때가 아니야? 군부의 사상자 통계는 이미 엄청난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야.
어떤 일들은... 일단 시작하면 끝낼 수가 없어. 이전의 결과를 자네도 알지 않나?
당시의 인간은 그런 기술을 통제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지금도 마찬가지야.
황금시대에 인간 문명이 극도로 번성했을 때도 세계 정부와 과학 이사회는 이 기술을 봉인하기로 했어.
이 시대에 난 인성을 담보로 그런 도박을 할 수도, 하지도 않을 거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 차라리 이 생명들의 무게를 짊어질지언정, 문명의 미래를 걸고 모험할 수는 없어.
이게 네가 말하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니콜라는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
...
그리고 현재.
안와에서 실낱같은 환상통이 전해져 오자, 하산은 기나긴 회상에서 깨어났다.
단말기에는 과학 이사회에서 온 메시지가 목록 맨 위에 있었고, 하산이 그것을 열자, 아시모프의 통신 채널이 나타났다.
소식은 있나?
음...
리브의 의식의 바다에서 새로운 신호가 감지됐어. 주파수 구간이 아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리브의 기체에 사용된 그 "데이터"와 비교를 진행한 결과, 몇몇 주파수가 겹치는 구간이 있어.
퍼니싱은 아니지만, 퍼니싱에 기생해서 존재해. 어쩌면... 우리가 이전에 발굴했던 그 데이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생명의 나무 계획이라...
하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계획의 이름을 얼마 만에 듣는 건지, 기억이 흐릿할 정도였다.
결국 그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군.
나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개인적인 행동을 막지는 않았어.
하지만 넌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연구하는 걸 계속 막아왔지.
이 문제에 관한 세계 정부와 과학 이사회의 결정은 기밀이지만, "의식의 바다 본체에 관한 연구 봉인"은 분명 모두가 공통으로 합의한 거였어.
모두?
그래. 지상의 모든 세력, 구룡, 대서양 그리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조직들까지... 모두가 함께 내린 결정이었어.
함께? 그럼, 도미니카는?
...
언젠가, 너의 그 질문들에 모두 답해줄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하산은 침묵했다가, 아시모프의 시선을 받으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날은... 어쩌면 머지않았을지도 몰라.
...
아시모프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매몰차게 통신을 끊었다.
하산은 멀리 창밖을 바라보았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문득 그는 과거 전장의 불길이 타오르던 그 밤을 떠올렸다.
이것이... 반격의 시대 시작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말기의 긴급 메시지를 확인한 하산은 내용을 휴지통에 옮기고 외투를 걸친 채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공중 정원
생활 구역
공중 정원, 생활 구역.
콜먼·렘브란트가 죽었다니, 무슨 소리야!
그를 감시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한시도 그에게서 눈을 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에 어떤 치명적인 물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나무" 단서를 통해 공중 정원에 들어온 인간이 방 안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겉보기에는 어떤 외상도 없었다.
저건 뭐지?
니콜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머리 한쪽에 있는 검고 작은 점을 노려보았다.
참 이상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건 없었는데 말이죠...
감사원 병사는 몸을 숙여, 조심스럽게 증거물 봉투에 그 물건을 담았다.
이건... 기계 거미인 것 같은데요?
저희가 검사를 진행했을 때, 그의 몸에서 이런 물건을 발견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공중 정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경고합니다. 경고합니다. 전체 궤도 고도에 변동이 발생했습니다. 편차는 -325미터입니다.
경고합니다. 경고합니다. 대량의 퍼니싱이 감지되었습니다.
펑!
무언가가 공중 정원의 외곽 방어망에 강하게 부딪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게슈탈트에서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경고합니다. 공중 정원의 일반 동력 엔진이 작동 중지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피난 함선으로 신속히 이동 바람...
사령관님, 저희와 함께 탈출하셔야 합니다.
쳇.
눈을 가늘게 뜬 니콜라가 천막 밖의 칠흑 같은 어둠을 바라보았다.
이게... 네가 원하던 결과야?
공중 정원이 추락하는 거대한 고래처럼 우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불빛으로 환하던 함교의 양 측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엔진 분사구에 남은 연료가 우주 공간에 긴 꼬리 불꽃을 남기며 점차 희미해졌다.
함교의 소란은 계속해서 깜빡이는 위험 경고와 함께 공중 정원 구석구석에 퍼져나갔다.
또 전에 우주 항이 폭파됐을 때와 같은 상황인 건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퍼니싱의 흐름이... 파오스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
파오스? 파오스에 그 풋내기들 말고 또 뭐가 있다고...
설마 군사 의학 연구소의 그...
교관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
학장님께 보고하고, 비상 대책을 준비해.
그... 그 정도야? 오늘은 참관일이라,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늦었어.
남성 교관은 파오스 학교 중심 건물군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대서양의 은밀한 벙커에서 단말기 벨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오?
정보 부서의 메시지를 단말기에서 확인한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흥미롭다는 듯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공중 정원이 지상에 접근 중이라는 게 사실이야?
단말기에서 즉시 응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슬슬 우리가 나설 차례가 왔어. 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