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저편의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멜리노에는 한동안 그 "꿈"을 유지할 수 없었다.
칠흑 같은 틈새 위로 한 줄기 빛이 갈라지듯 새어 나왔다.
숨을 죽인 채 기다렸지만, 둘은 새로운 환상에 다시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한 줄기 빛이 서서히 넓어졌다.
성공했어요. 지휘관님.
이제 곧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리브는 지휘관의 "눈"을 부드럽게 가렸다.
지휘관님께서 다시 눈을 뜨면, 현실 세계에서 재회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순간, 눈부신 흰 빛이 터져 나왔고, 리브의 손바닥 너머로도 그 강력한 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세계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의식은 부드럽게 육체로 돌아왔고, 감각 시스템은 모든 것이 현실로 복귀했음을 알려주었다.
망막이 마침내 어둠에 적응하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여전히 갱도였고,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리브를 만났던 장소였다.
기억의 마지막에 지휘관은 기이한 광물로 가득 찬 돌 단상 위로 필사적으로 올라가 리브와 심층 연결을 진행했었다.
돌 단상 한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금색 눈동자의 아이가 돌 단상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멜리노에가 실패했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던 양육자는 처음으로 실패하여, 그녀가 원하는 "먹이"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돌 단상을 쳐다봤다.
절... 사랑하는 게 아니었나요?
돌 단상 위, 둘의 그림자가 서로 기대고 있었다.
은발의 소녀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의 무기들은 흩어져 고치를 이루어, 그 안에 웅크린 인간을 단단히 보호하면서 기이한 광물들이
사랑이 고치가 되어 인간을 그 중심에 놓고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리브는 자신의 온 세상을 품에 안고 있었다.
사랑이란... 양육자 같은 거 아니었나요?
그녀가 원하기만 하면, 양육자가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아이슬링"은 맨발로 돌 단상에 올라서서 망연히 손을 뻗어 리브에게 닿으려 했다.
그러자 무기가 갑자기 흩어지면서 둘을 감싸고 있던 광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기이한 빛깔의 돌덩이가 모래처럼 스르르 흘러내렸다.
지휘관은 "고치"의 껍질을 힘껏 부수고 나왔다. 그러자 파란 머리의 여자아이가 돌 단상 한쪽에 서서, 아직 리브를 감싸고 있는 광물에 손을 대려고 했다.
검고 묵직한 총구가 "아이슬링"을 똑바로 겨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어낸 거짓된 악몽은 진짜 가족이 아니었다.
총알이 "아이슬링"의 발 앞에 박히면서 튄 흙먼지가 발등에 떨어지자, 아이는 검은 총구를 두려워하듯 몸을 움츠렸다.
"아이슬링"은 그저 리브, 멜리노에 그리고 지휘관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파란 머리의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몹시 슬퍼 보였지만, 그 슬픔이 진심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지휘관님...
광물이 날카롭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리브가 곧 깨어날 것 같았다.
...
"아이슬링"이 두어 걸음 물러나더니, 몸을 돌려 다른 갈림길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아이슬링"은 마지막으로 돌 단상을 돌아보았다.
돌 단상 위에는 리브가 이미 깨어나 있었고, 무기들이 경계하며 한쪽에 떠 있었다. 그리고 "아이슬링"은 몸을 돌려 지휘관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아이슬링"은 지금의 리브를 상대할 수 없었다.
"아이슬링"은 어떤 불가항력적인 "촉매" 작용으로, 리브의 의식의 바다가 점차 채워지고,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환상을 역이용해 멜리노에에게 맞선 리브는 지금의 "아이슬링"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휘관...
어째서 "아이슬링"은 자신의 힘으로 지휘관의 의식에 침투할 수 없었을까?
또 어째서... "아이슬링"은 그토록 지휘관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을까?
다녀오셨어요!
아이슬링이 오늘도 야생 과일을 많이 따왔어요!
그래서 "초원"이 뭐예요?
아이슬링은 초원을 본 적 없어요.
어두컴컴한 갱도를 "아이슬링"은 맨발로 달려 나갔다.
"아이슬링"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휘장을 손에 쥔 채, 수많은 의문과 허기진 배를 안고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아이슬링"에게는 아직 아주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이 모든 것을 알아내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슬링"은 언젠가 성장할 것이다.
지휘관님!
악몽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리브는 당황하며 지휘관의 모습을 찾았다.
아이슬링!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슬링의 뒷모습을 본 리브는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며 무기를 들었다.
다음 순간, 리브는 균형을 잃고 곁에 있던 지휘관의 품으로 쓰러졌다.
제한된 조건에서 심층 연결을 했더라도, 지휘관은 리브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는 것까지만 가능했을 뿐, 외층의 혼란을 완전히 정리할 수는 없었다.
외층은 아직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지휘관님과 연결해서 심각하진 않아요. 문제는 이 갱도 내부에 있는 것 같아요.
광물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그것들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리브는 재빨리 돌 단상에서 광물 조각 하나를 떼어 샘플 채취 용기에 넣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슬링은 갱도 깊은 곳으로 도망친 것 같아요.
제 추측으로는 갱도 깊은 곳에 그 광물을 연구하던 연구실이 있을 거예요. 멜리노에가 전에 그곳에서 일했다고 했으니까요.
연락해 봤는데, 연결되지 않아요.
리브가 재빨리 로던트 소대가 보내온 간이 지도를 열자, 아직 탐사되지 않은 앞부분은 여전히 커다란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깊은 곳까지는 탐사하지 않았지만, 이 초기 지도를 따라가면 로던트 소대가 나아간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