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6 꿈의 귀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36-13 정해진 결말

>

금빛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폐허 한가운데 서 있는 본 네거트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결말은... 역시...

정해져 있었군.

본·네거트는 이미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전투의 여파로 도서관 구조물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졌어... 하지만 너에게 경고할게.

대행자는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퍼니싱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나와 협력하는 것뿐이야.

이중합 탑은 반드시 강림할 거야. 0호 대행자가 그것과 함께 올 때, 인류가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면...

그때가 바로 이 세계의 종말이 될 거야.

그는 마치 그 "가능성"을 수없이 목격한 것처럼 어조에 확신이 차 있었다.

이중합 탑은 강림하지 않았고, "0호 대행자" 역시 마녀처럼 이중합 탑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재앙과 고통을 퍼뜨리지 않았다.

초목은 여전히 자라고, 별들은 여전히 반짝이며, 미풍도 여전히 멀리서 불어오고 있었다.

그건 반드시 일어날 미래야.

통제를 잃은 퍼니싱이 가느다란 물줄기처럼 모여들어 대행자의 몸을 감쌌다. 그는 점점 약해져 서 있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네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폐허 속 철근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난 기다릴 거야.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휘둘러, 이미 흔들리고 있던 폐허의 천장을 향해 남은 힘을 순간적으로 날렸다.

이 세계가 다시 한번 영원한 곤경에 빠져, 같은 파멸을 맞이하는 그날까지 난 기다릴 거야.

쾅...

지휘관님!

그레이 레이븐 셋은 앞으로 몸을 날려, 튀어오는 거대한 돌덩이와 금속 파편들을 부숴냈다.

연기가 걷히고 나니 대행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가 쫓아가겠습니다!

퍼니싱의 흔적을 따라 루시아는 도서관 지하까지 추격했다.

아직 간이 퍼니싱 필터가 설치되지 않은 구역에는 여전히 적조가 존재했다. 적조에서 부화한 이합 생물 몇 마리를 처치하고 피빛 적조를 헤치며 나아가자, 루시아는 칠흑의 대행자를 발견했다.

그는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있는 자리에 쓰러져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는 죽었다.

적조가 출렁이더니, 황금빛이 번쩍였고, 루시아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검을 뽑아 들었다.

다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수많은 기억 조각이 별똥별처럼 그 빛을 따라 그녀의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악몽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입증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수많은 "과거"를 보게 되었다.

루시아

출발하죠. 지휘관님.

루시아

지휘관님.

저희에게... 이런 결말밖에 없는 건가요?

루시아

지휘관님...

"열쇠"...

그것은 수없이 많은 [player name]의 죽음...

그리고 더 많은... 그녀의 죽음이었다.

루시아

지휘관님의 죽음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지휘관님의 명령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할 거예요. 거절하시면 안 돼요. 거절하실 수 없을 거예요.

루시아는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길고 긴 우리 안에 서서 균열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들이 마침내 재앙의 탑을 떠나 지상으로 나아가 새벽빛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보세요, 루시아.

광야에서 그녀와 어떻게 작별했는지 보세요.

보세요, 루시아.

30년 후의 눈보라 속에서 그녀가 홀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세요.

루시아, 보고 있나요?

그녀는 단 한 번도 희망을 놓지 않았고, 횃불을 밝혀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루시아, 보고 있나요?

그녀는 적조에 잠기고 바다 밑에 묻히더라도, 여명의 서광을 여러분 곁으로 가져오려 했어요.

시간이 됐어요...

창백한 소녀가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로 중얼거렸다.

기억을... 돌려줄게요.

그녀는 적조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졌다.

지휘관님...

루시아의 기억은 아직 흐릿한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루시아는 바깥 세계를 향해 큰 걸음으로 달렸다.

누군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긴 하루의 끝에서, 루시아는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녀들이 겪은 고통과 몸에 남은 상처는 언젠가 다가올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서서히 치유될 것이다.

새벽빛이 하늘 위의 구름을 은은하게 물들였다.

루시아!

여명이 찾아온 이 새벽에 루시아는 지휘관과 재회하게 될 것이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에 들어갈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아시모프는 새로운 샘플을 채취해 오라고 요청했다.

"초대장'과 "열쇠"는 못 썼어?

통신 너머로 전해오는 아시모프의 목소리는 드물게 편안하게 들렸다.

보아하니 내가 예상한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군.

이중합 탑 말이야.

본·네거트의 목적은 영점 에너지 원자로를 재가동해 이중합 탑을 강림시키는 거야.

이중합 탑 내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이중합 탑이 강림하면 퍼니싱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이화될 것은 분명해.

이건 "이중합 조각"의 자료에서 알아낸 거야.

원래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그가 성공해서 이중합 탑이 다시 강림하는 거였어. 그때는 너랑 루시아가 "초대장"과 "열쇠"를 가지고 이중합 탑에 들어가 통제권을 빼앗는 수밖에 없을 거야.

본·네거트는 죽은 거야?

리가 확인한 바로는 본·네거트의 육체는 죽었다. 그러나 의식이 탈출한 선례가 있는 만큼, 그의 의식이 다른 곳에 다시 업로드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필요한 샘플에 대해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아시모프는 통신을 끊었다.

지휘관은 단말기의 기록 화면을 닫으며 지평선 너머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모든 장면이 퍼즐처럼 맞춰져 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조각만 남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루시아

지휘관님, 수송기가 곧 도착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이미 샘플 채취를 마쳤으며, 수송기가 곧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제 일행은 공중 정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리브

놓친 항목이 있나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샘플 채취 완료됐습니다. 지휘관님, 출발하시죠.

그들은 곧 아침 햇살을 맞으며, 따스한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