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6 꿈의 귀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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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4 새로운 열매

Video: 비앙카·심흔_스토리 PV(후)

이곳까지 찾아오다니... 역시 똑똑하군. 그레이 레이븐.

책장을 덮으며 이스마엘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이상한 자기장이 이 공간을 뒤틀었고, 문이 조용히 닫히며 그 안의 비밀을 엿볼 수 없게 되었다.

호칭은 편한 대로 해.

...

이스마엘은 살짝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스마엘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아해했다.

그건... 뭐야?

괜찮아, 원하는대로 해.

자리에서 일어난 이스마엘은 탁자 밑에서 설탕이 담긴 도자기 잔을 꺼냈다.

마실 것 좀 줄까?

도자기 잔에서 설탕 두 조각을 집어 커피에 넣고 저은 뒤, 분홍 머리의 여성은 커피잔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커피잔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설탕을 넣지 않으면 너무 쓸 텐데.

그녀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규칙을 만드는" 존재가 아닌 "문지기"일 뿐이야.

모든 분기점의 핵심은 바로 너야. 그레이 레이븐. 난 단지 흔적을 가릴 수 있을 뿐, 이후의 "이야기"는 바꿀 수 없어.

지금, 오늘, 이 세계, 이 모든 변화는 너 때문이야. 그레이 레이븐.

홀로 이런 책임을 짊어지면서... 후회한 적 있어?

수많은 절망과 고통, 소란과 적막으로 얼룩진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때는 운명의 척량을 씹어 삼키고, 세상의 불공평한 것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씁쓸한 시간이 있었겠지만... 이제 그 모든 건 지나간 일에 불과했다.

흐음...

이스마엘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후회했다면, 넌 여기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야.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알고 싶은 게 있나 본데?

말해 봐. 내가 대답해 줄 수도 있잖아.

그녀는 미소 지으며 다시 손에 든 책을 펼쳤다.

아... 그건 이 책에 담겨있지.

이스마엘은 탁자 밑에서 또 다른 얇은 책을 꺼내고서는 간단히 살펴보았다.

나나미는... 게슈탈트에 연결해 연산을 시도했지만, "게슈탈트도 계산해 낼 수 없다"라는 결과를 얻었어.

방대한 우주의 인과 관계는 현재의 게슈탈트로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희가 변화를 겪는 동안, 나나미는 기체를 변경한 후에도 계속 지상에서 그걸 찾고 있었어.

익숙한 기체로 변경한 소녀가 지상에서 찾고 있던 것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미래"였다.

그녀는 아주 특별한 존재야. 봉인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풀릴 것이고, 그녀도 점차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될 거야.

타인을 대신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이스마엘은 살짝 미소 지으며 책을 덮었다.

미안하지만, 이중합 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어.

맞아. 이중합 탑은 반드시 다시 강림할 거야.

다만, 너희들이 노력한 덕분에 조금은 더 늦춰질지도 모르지. 어쩌면 너희가 치른 대가에 대한 보상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중합 탑이라는 방해 요소가 제거된다면, 지구는 더 균형 잡힌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이런 전제하에서 어쩌면 더 많은 결말과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질지도 모르지.

관찰자는 당연히 그런 세계를 보고 싶어 할 거고.

그녀는 침묵으로 인간에게 아직 질문할 시간이 있음을 알렸다.

하...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어.

그 누구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어... 나 역시 마찬가지야.

도미니카와 니모의 시간은 카오스 오염으로 파괴되었고, 사익백아 문명은 0호 물질의 탐욕 속에서 썩어갔어.

이스마엘이 책장을 넘기자, 그 종이가 그녀의 손에서 모래처럼 바스러져 내렸다.

이 재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아무도 몰라. 이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없거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수한 답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이 길을 걸어온 너처럼, 인간은 어쩌면 완전히 새롭고, 진정으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난 너희의 해결책을 기대하고 있을게... 그리고 언젠가 너를 포함한 문명 전체가 정말 나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그날도 기대할게.

이스마엘은 책을 천천히 덮은 뒤, 미소 지으며 맞은편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이젠 내가 질문할 차례야.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는 건... 기억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봐도 되겠지?

뒤죽박죽이었던 기억은 이미 정리되었고, 지휘관은 붉은 실을 따라가며 과거의 모든 일을 되짚어냈다.

30년 후, 홀로 그런 선택을 하다니...

해저로 돌아가는 일, 시간을 거두는일, 그중 어떤 것이든 조금만 실수해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을 텐데.

두려운 적은 없었어?

분홍 머리의 여성의 눈동자에는 궁금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혹시라도...

그들이었다.

그들이었다.

그들이었다.

그들 모두였다.

그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이기도 했다.

...

이스마엘은 순간 스쳐 지나간 서글픔을 감추며,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럼, 계속 나아가.

난...

당신들의 세계에 어떤 새로운 열매가 맺힐지 계속 지켜볼게.